나온 지 좀 된 영화인데 나는 이제야 봤다.
병자호란을 다루는 이야기라 소재도 별로라고 여겨졌고 보다가 재미 없으면 꺼버릴 생각으로 봤다.
그런데 두 시간이 약간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훌쩍 갔다.
다 보고 나니 의외로 잘 만든 영화였다.
명분을 따져 청나라에 항복하지 말고 싸우자는 신하 김윤석과
실리를 따져 청나라에 항복하고 생명을 건지자는 이병헌의 연기가 일품이다.
이 서로 다른 두 입장이 어느 하나가 빌런으로 그려지지 않고 관점의 차이로 그려지며
두 충신의 철학적인 논쟁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점이 훌륭했다.
고뇌하는 임금의 역할인 박해일의 연기도 훌륭했다.
지배계층의 비열함과 그 아래서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피지배계층의 이야기도 잘 그려져 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니면 잘 알려진 영화인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