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과 SF, 뭔가 어색한 조합이다.
연상호 감독이 만든 오컬트물들을 재밌게 본 나로선 연상호 감독이 오컬트물에 집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정이]에 대해서 이슈가 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영화엔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모처럼 딸이 찾아와서 [정이]를 같이 봤다.
정이는 전쟁영웅인 여성의 이름이다.
마지막 전투에서 실패하고 뇌사 상태에 빠진 정이의 뇌를 복제하고 새로운 기계몸에 이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뇌를 복제하고 기계에 이식하고 전투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전투 AI를 만드는 실험을 정이의 딸이 팀장이 되어 담당한다.
스토리는 여기까지.
SF 소재만 가져다 썼지 색다른 SF 영화였다.
보통의 SF가 화려함과 액션 위주라면 영화 [정이]는 스토리 중심의 정서적인 영화였다.
물론 액션씬도 제법 있고 CG도 어색하지 않게 잘 구현되었다.
그렇지만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탄탄한 스토리였다.
보면서 엄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딸과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에 눈물을 흘렸지만
억지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로 흐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로 느껴졌다.
보면서 계속 새로운 관점의 SF라고 생각했다.
연상호 감독과 SF는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제법 잘 만든 영화였다.
딸은 우리나라가 만드는 SF가 세계관이 좁다고 말했다.
가족 이야기, 회사 내부의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이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그런 영화는 마블에 맡기고 이런 영화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보기 전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보고 난 지금엔 이 영화는 추천이다.
마블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SF 영화는 아니지만 색다른, 정서적인, 스토리가 탄탄한 SF 영화이다.
보고 나면 나처럼 박수를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