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지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늦춰지고 늦춰지다 이제야 봤다.
만화 슬램덩크를 애니화 했다.
그 중 산왕전을 송태섭의 시점으로 각색을 했다.
보면서 슬램덩크를 안 본, 슬램덩크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별로일 것 같다. 슬램덩크의 전 이야기가 잘 구성을 갖춰 나온 게 아니기에 별 감흥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슬램덩크를 본, 슬램덩크를 보면서 짠한 감동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슬램덩크 전 권을 소장하고 읽고 또 읽었던 나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임에도 진한 감동에 펑펑 울었다.
그렇다. 이 애니는 슬램덩크를 보고 감동을 느꼈던 세대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학교 다녀오면 가방을 던져두고 해가 질 때까지 공을 차는 것이 일과였다.
농구는 남들보다 키가 작아 친구들 틈에 껴서 해보지도 못하고 그래서인지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슬램덩크를 보며 감동을 느끼고 무작정 한강 고수부지 농구장에 농구공 하나만 들고 간 기억이 난다.
드리블도 못하고 키가 작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다 슛 밖에 없다고 생각한 나는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내던지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 고수부지에 가서 해질 때까지 미친 듯이 슛 연습을 한 기억이 있다.
그 때 농구를 한 사람들은 모두 슬램덩크의 영향을 크게 작게 받았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이 애니를 보고 또 다시 감동을 받을 것이다. 아니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나온 선물 같은 애니이다.
그저 슬램덩크의 명성을 들어본 사람이 보기에는 이게 뭔가 싶을 것이다.
슬램덩크를 보고 감동을 받았던 사람들이 아직 이 애니를 안 봤다면 보는 걸 추천한다.
뻔하지만 진한 감동에 나처럼 펑펑 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