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공 게시판에서 눈팅만 하다가 글 올리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군요
전 집안사정이 있어 사회에서 일을 하다 대학을 늦게 가서 지방에 있는 전문대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고 올해 졸업하였습니다.
늦게 간 대학인만큼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인정도 받았는지 학창시절 때 과대표도 맡아봤고 학과장님 추천으로 대학에서 투자한 회사에 취업도 했지만 거리상의 문제로 현재는 퇴직한 상태입니다.
현재 즉 백수인 거죠 -_-;;
지난 주말 저녁에 모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이력서를 보고 문자로 어느 ㅇㅇ요양원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나이와 요양원 업무 가능하겠냐고 물으시더군요
문자 확인 후 답장을 드렸고 그저께 6월 25일 오후 2시경 면접일자를 잡았습니다.
좀 일찍 간 만큼 조금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고 어디 교회 목사님이라는 분과 면접을 봤죠
요양원 자체는 어느 부부께서 운영을 하시는데 친분이 있으신 목사님이 도와주시고 상근직 사회복지사가 한 명 필요하여 구인을 하신 모양이셨습니다.
목사님과의 기본적인 면접이 끝나고 요양원을 운영하시는 부부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목사님이 저의 면접사항을 간단하게 브리핑 해주셨고 부부분께 뭐 질문할 거 있으면 하시라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사모님이 한 마디 질문을 하시더군요
사모님 : 혹시 종교가 어떻게 되세요?
본인 : 기독교입니다. 그런데 교회를 다니지 않은지가 조금 됐습니다.
사모님 : 그래요? 저희는 좀 독실하게 믿는 분이 필요한데...(중간 생략)
교회 안다니시는 분은 좀 믿음이 가지 않는다랄까 크게 신뢰가 가지 않아서...
본인 : (.......뭥미???)
저도 군대가기 전까지는 교회를 꾸준히 나가는 편이였지만 이런 말씀은 조금 이해가 가질 않더군요
그 후에 그 말에 수긍하지 못한다는 눈치를 보이니까 그 목사님이 눈치채셨는지 얼른 무마를 하시고 이야기를 넘겼습니다.
그 후에는 면접을 종료하고 요양원 행정업무를 목사님께서 테스트 하신다는 겸 어디에서 어떻게 하면 된다. 식으로 요양원에서의 어르신 인소 등록 및 퇴소 관련 교육을 해주시더군요
목사님도 상근으로 계속 업무를 보신 게 아니셔서 그런지 몰라도 그리 업무를 크게 잘 보시는 건 아닌 느낌이셨습니다.
애초에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요양원이라 그 부부께서도 잘 모르시니 목사님 본인이 독학을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그 목사님께는 진심으로 죄송한 말입니다만...그 사모님의 그 말이 귀에서 계속 맴돌아서 거의 한귀로 듣고 흘리다시피 한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엔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께서 손주 사진 찾으시겠다고 하셔서 면접 본 목사님과 같이 어르신 손 잡고 조심히 모시고 다녀왔죠
다녀오고 정신을 차려보니 거의 5시가 다 됐더군요
어찌어찌 마무리 되고 인사를 드리고 요양원에서 나왔습니다.
참 뒤돌아서서 생각해보니 그저 머엉~ 한 기분이더군요
여길 다녀야 돼 말아야 돼? 이런 생각이 머리속에 떠돌았던 것 같습니다.
버스를 타니까 친구에게 카톡이 오더군요 오늘 면접 본다면서 잘 끝났냐고
그냥 집에 가는 동안 심심풀이도 할 겸 면접과정에 있었던 일을 친구에게 말해줬습니다.
친구 바로 어이없어 하더군요 다 듣고 친구이름으로 카톡화면에 뜨여진 말이 미친 女이였습니다.
뭐 그딴 식으로 면접을 보는 곳이 있냐 그리고 그 정도까지 데리고 있었으면 면접비는 아니더라도 여비라도 챙겨줘야 정상이거든?? 식으로 말을 해주더군요
야 그리 큰 요양원도 아니야 뭘 바라냐 식으로 불편했지만 웃고 넘어갔습니다.
어제도 전화가 오지 않아서 떨어졌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점심경쯤 연락이 오더군요
핸드폰이 울려서 받아보니 목소리는 목사님이신지 그 남편분이신지 조금 헷갈리더군요
요양원 : 안녕하세요 ㅇㅇ요양원이에요
본인 : 네 안녕하세요
요양원 : 7월 1일부터 출근 가능하시죠?
본인 : 아니오 죄송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요양원 : ...? 왜요?
본인 : 그 날 면접 본 날 사모님께서 교회 안 다니는 기독교 아니신 분은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말씀이 아무래도 걸리네요 죄송합니다.
요양원 : 아니 종교가 기독교라고 했잖아요?
본인 : 네 기독교는 맞는데요 전 종교라는 건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양원 업무를 해도 나중에 그 문제가 드러나서 불화가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요양원 : .........네 알았습니다.뚝
어떻게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지만 뭔가 아직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위에서도 밝혔듯 저 역시 기독교인이지만 저런 모습은 저런 것은 삐뚤어진 종교심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종교를 독실하게 믿는 것도 좋지만 기독교인 아니면 색안경 끼고 보려는 듯한 모습이 어느 종교냐를 떠나 정상적인 신앙인의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