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하고도 한 3개월 전에
제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넣고 싶다는 제목으로 글을 썼었습니다.
당시 아버지의 이상행동 난동으로 인해 너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이였으니까요
그 때 댓글로 힘내라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화벨이 울린 건 오늘 새벽 3시를 좀 넘겨서의 일입니다.
올해 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위독하신 단계까지 가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화는 위독하신 게 아니라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습니다.
전날 꿈자리가 뭔가 이상해서 뒤숭숭했는데 그게 징조가 있었나 봅니다.
사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교통사고를 눈 앞에서 목격한 적도 있지만 죽은 시신을 직접 목도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네요
원인은 진단받았던 폐암으로 인한 호흡곤란 그 이후 심정지…
어머니와 여동생은 눈시울을 붉혔지만
제가 참 독한 놈인 건지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 빈말로도 저에게 좋은 아버지라고 말할 수가 없는 분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눈물은 먼 옛날에 이미 말라버려서 그럴까요
하지만 돌아가신 분 과거사를 꼬집어봐야 뭐하겠습니까…?
그가 태어나서 부모를 일찍 여읜 것이 그의 죄가 아닐 텐데요
예전에 그나마 제 정신 유지하고 계실 때 사후 시신기증을 등록하셨고 장례 그런 거 하지 말고 바로 보내달라고 생전에도 유언이 있으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있어 마지막 가는 길이 선행으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연락하니까 약 2시간 있다가 오더군요
각종 절차 안내하고 서류 안내하고 서명하고 마지막 인사 드리고 보내드렸습니다.
사후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 모르겠습니다만…천국 지옥으로 나뉘어진 세계라면 그래도 조그마한 휴식터라도 그에게 제공되었으면 좋겠고 환생 윤회가 맞는 것이라면 다음 생에는 최소한 좋은 부모 만나서 올바른 교육을 받고 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그러길 소망합니다.
아버지 편안히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