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난 도대체 뭘 한 걸까요? 월급님은 스치는 바람이네요.”
“모니터상엔 숫자만 오르락내리락, 남은 사이버 머니도 고작 몇 만원.”
“월급님은 하이패스, 대출님은 좁은 국도! 언제 갚고 언제 모으죠?”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는 말들일 것이다. 유머처럼 들리지만,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현실. 월급날이면 공과금, 대출상환, 카드값, 통신비 등 여기저기 빠져나가고 남은 것은 고작 몇십만 원(혹은 몇만 원). 이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월급이 들어온 게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허무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어느 정도 사회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지출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취직 첫 달부터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쓰기만 할 뿐, 월 50만 원도 저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난 사회초년생 대부분은 ‘어떤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나요?’ ‘재테크 비법을 알려 주세요!’ 등의 질문을 쏟아낸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답하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를 버느냐 하는 것보다 얼마를 제대로 쓸 것인가”라고.
대한민국 20대, 재테크 하지마라!
사회초년생 때는 재테크보다 잘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회초년생들은 처음 스스로 돈을 번 이후 펼쳐지는 신세계에 도취해 흥청망청 돈을 쓰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음 한 두어 달은 부모님 선물도 사고 쇼핑도 해야하고 친구들에게도 한턱내는 등 월급을 저축보다는 쓰는 데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 이런 지출패턴에 익숙해져 버리면 짧게는 1년, 길게는 결혼할 때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는 지출을 고려하지 않고 무모한 규모로 저축을 시작했다가 해약을 반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입에 따른 정확한 지출을 파악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사회초년생들에게 이런 지출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아 안타깝다. 지출관리의 중요성을 알기 전에, 엄마의 친구, 친구의 친구 등 금융사에 종사한다는 사람들로부터 ‘돈 관리’를 명목으로 상담을 통해 좋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게 되는 게 현실인 것이다. 금융사 창구를 찾아가도 자사 상품이 가장 좋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여기 과소비에 허덕이다가 지출관리에 성공한 사회초년생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사례 1] 신나게 카드 긁다가 신용불량자 될 뻔 했어요
첫 월급날이 되자마자 엄마가 내주던 보험료를 제 앞으로 돌리고 은행 창구직원 언니의 권유에 청약통장과 적립식펀드, 생활쇼핑 우대용 신용카드까지 모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납입을 멈추게 되었고, 신용카드는 어느새 3개를 돌려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제 명의로 만든 신용카드가 자랑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할부기능과 현금서비스를 활용해 친구들과 매달 한 번은 꼭 여행을 다녀왔고 새 옷과 화장품도 부담 없이 살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리볼빙서비스와 카드론을 연이어 쓰면서 사용 한도는 매월 줄어만 가고 갚아야 할 카드빚이 1,000만 원 가까이 늘어났을 때 쯤, 연체가 시작되었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는 카드사의 경고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뒤늦게나마 돈에 대한 저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죠. 다행히 여기저기 직접 알아보고 직접 계산기를 두들겨 보면서 큰 재앙(?)은 간신히 피할수 있었습니다.
[실천방법]
1. 신용카드를 모두 해지하고, 리볼빙서비스로 인한 수수료(이자)가 높은 할부금부터 우선 갚았다.
2. 부모님이 내주시던 생명보험은 감액완납(주계약 축소)을 통해 보장을 유지했다.
3. 최고한도로 가입한 청약통장은 부분 해약해서 카드빚으로 일부를 해결하고 기본(2만 원)으로 축소했다.
4. 마이너스 수익상태지만, 카드수수료와 비교하여 해약하는 것이 유리, 카드빚 일부를 해결했다.
5. 주거래은행에 마이너스통장(연 11%대)을 만들어 이자가 높은 카드론(연 20%대)을 일시적으로 대체했다.
(마이너스통장도 신용대출의 일부이므로 6개월에 걸쳐 전액 상환할 계획이다.)
[사례 2] 나만의 지출관리 방법을 소개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했지만, 소비조절을 잘하지 못해 부모님께 자주 손을 벌리곤 했습니다. 직장인이 된 지금, 남들만큼의 저축은 한다고 생각하는데 목돈을 모으고 있다는 느낌은 없네요. 나름대로 3년 동안 꼭 모아야겠다는 금액도 정해놓고 재테크를 시작했는데, 막상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지출되는 돈이 늘어 어떻게 돈 관리를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특히 편의점 2,300원, 택시비 4,600원, 도서비 12,000원 등 사소한 지출이 문제였습니다. 이 돈이 모이면 몇십만 원은 우습게 넘겼습니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주별 봉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지출항목별로 봉투를 마련해 현금을 넣어두고 쓰는 방법인데요. 보기에 좀 구식이지만,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볼수 있으니 지출을 통제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어요. 지금까지도 적정수준의 지출을 유지하며 잘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실천방법]
1. 월급이 입금되면 자동이체 되는 사항(저축, 보험, 공과금)을 제외한 잉여자금은 전액 현금으로 찾는다.
2. 급여계좌와 연계된 증권계좌(CMA, 수시입출금계좌)에 잉여자금의 약 10%를 비상자금으로 입금해둔다.
3. 해당 월의 달력을 확인한 뒤, 1주차 / 2주차 / 3주차 / 4주차로 주별 봉투를 준비한다.
4. 확인된 경조사와 함께 가용한 용돈, 교통비, 식비를 계산하여 각 주별 봉투에 금액을 넣어둔다.
5. 봉투에 넣어둔 금액이 부족하다면, 세 번 생각하고 ‘비상자금’ 계좌에서 차용한다.
(봉투에 돈이 남았을 때는 여지없이 ‘비상자금’ 계좌에 입금할 것!)
재테크에 정답은 없다. 주식, 부동산, 펀드, 창업 등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부를 쌓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성공해도 ‘지출’을 관리하지 못하면 모두 소용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