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초보들은 이런 실수를

온리원럽 작성일 13.06.22 18: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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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모임 ‘경성이브’의 첫 번째 수업은 적금! 모임을 처음 찾은 재테크 왕초보 다인에게, 허 셰프는 ‘적금은 밥’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다인은 후식을 먹으며 적금 들 때 따져봐야 할 것들에 대한 보충수업을 듣는다.

매달 일정 금액을 붓는 적금은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재테크의 기본이다. 그러나 의욕이 넘쳐 과도한 금액을 목표로 설정한다면?

만기까지 안 쓰고 버틸 수 있겠니

“그게 바로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에요. 그랬다간 3개월 안에 적금 해지하러 가실 겁니다. 내기해도 좋아요!”

그, 그런가? 왠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옆에 있던 소연이가 위로해준다.
“괜찮아, 나도 그랬는걸! 다들 처음엔 의욕이 넘쳐서 그런 거래.”

“네, 그렇습니다. 종자돈을 만들 때까지 적금에 ‘올인’하라고 조언하면, 재테크 초보 대부분은 부담스러운 금액을 정해서 적금 하나에 전부를 겁니다. 재테크, 아니 자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유동성을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곧 적금을 해지하고, 또 다시 가입하고, 해지하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은행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죠.”

후식을 먹고 적금 레시피까지 공부한 후, 소연과 나는 따로 수업을 받기로 했다. 허 셰프가 ‘이제 제일 먼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고 묻기에, 어디선가 보았던 생각이 나서 ‘월급의 절반을 적금에 가입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게 초보자들의 대표적인 실수란다.

“다인 씨, 혹시 지난달에 카드를 얼마나 썼는지 정확히 알고 계신가요?”
“그, 글쎄요. 그게…….”

카드값! 그 생각을 못했다. 대충 얼마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한 50만 원쯤 되려나?

신용카드의 세 가지 배신

신용카드에는 장점도 많지만 초보자들이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제금액은 늘 예상보다 많고, 결제일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온다.

“재테크 초보들이 하는 두 번째 실수가 신용카드를 쓰는 겁니다.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사고 싶은 건 많고, 돈 쓸 곳도 자꾸 생기니 지출이 늘어나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초년생 때부터 신용카드 쓰는 버릇을 들이면 향후 지출관리가 열 배쯤 힘들어집니다.”

커피전문점에서, 패밀리 레스토랑과 백화점에서 폼 나게 카드를 긁던 때가 떠올랐다. 역시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말아야 했어! 그, 그렇지만 할인혜택도 많이 받았다고! 체크카드는 아무래도 혜택이 적잖아!

차마 이렇게 말은 못하고 소연이를 바라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어제 재테크 카페에서 본 건데, ‘신용카드의 세 가지 배신’이란 글이 있더라고요. 결제금액은 예상보다 30% 이상 더 많다, 결제일은 LTE 속도로 돌아온다, 내가 발급받은 카드혜택은 항상 반토막 난다!”

“하하, 재밌네요.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면 신용카드 혜택은 누리면서, 지출을 억제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정말 지적하고 싶은 건, 지출 억제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쓴 돈이 길게는 한 달 이상 지난 후에 결제된다는 바로 그 점이지요.”

“엥? 그건 좋은 거 아닌가요? 공짜로 한 달 빌려 쓰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건 고수들에게나 그렇고, 초보들에겐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결제일만 되면 다들 우울해할 리가 없잖아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내 통장 잔액은 1,670원에 불과하다. 다음주에 월급이 나와도 지난달에 쓴 카드 값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퍼가고 나면……. 게다가 소연이에게 갚아야 할 빚도 5만 원 있다. 하늘에서 ‘돈비’라도 내리지 않고서야, 다음 달도 손가락만 빨고 살아야 할 판이다! 갑자기 우울해져서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제가 너무 잔소리만 했나요? 커피 좀 드릴게요. 마침 좋은 원두가 들어왔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체리피커 고수님의 돈 되는 가르침

허 셰프가 내려 준 커피를 마시며, 카드를 호기롭게 긁었던 과거와 앞으로의 지출 관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

허 셰프가 자리를 떴다. 휴우. 한숨을 쉬자 소연이가 웃으며 등을 두드려준다.
“소연이 너는 신용카드 안 쓰지? 그때 체크카드만 두 개라고 했었나?”
“응, 나는 대학 때부터 재테크 카페를 열심히 들락거렸거든. 그때 체리피커(cherry picker) 고수님 한 분이 해주신 말씀을 뼛속 깊이 새겼지!”

“아, 나도 얼른 체크카드로 갈아타야겠어. 고수님 말씀이 뭐였는데?”
“안 쓰는 것이 최고의 피킹(picking)이니라! 신용카드로 10% 할인을 받으면 10% 절약이지만, 안 쓰면 100% 절약일지니! 그 말을 떠올리며 할인 혜택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어. 할인이 안 되니까, 자연히 패밀리레스토랑 이런 데도 안 가게 되더라고.”

그래, 그런 데 같이 안 간다고 42기 최고의 짠순이라고 놀려대던 생각이 난다. 미안하다 친구야.

허 셰프가 아메리카노 두 잔과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고 돌아왔다
“자, 커피 드세요. 제가 내렸지만 크레마가 아주 예술이네요. 자, 이제 다인 씨는 무엇을 하실 건가요?”

또 같은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오답이었지만 이번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갈아타려고요. 그래야 지출관리가 쉬워지고, 적금도 들 수 있을 테니까요.”
“오케이, 좋습니다.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네? 글쎄요. 체크카드 발급받고 신용카드 해지하고 하면 하루 이틀 정도요?”

소연이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왜? 뭐가 틀렸어?
“적어도 3개월은 잡으셔야 할 거에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요.”
“3개월? 뭐가 그렇게 많이 걸리죠?”

“일단 지난달에 사용한 금액은 이번 달 월급에서 퍼갈 테고, 할부나 카드 결제일에 따라서는 다음 달에도 일부 청구가 될 겁니다. 거기에 이번 달 생활비도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체크카드는 결제하자마자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에요. 통장 잔액이 넉넉하다면 모를까, 두 달에서 세 달 정도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완전히 갈아탈 수 있어요. 제가 신용카드 사용을 신중히 하라고 당부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죠.”

뭔가 좀 복잡한데? 눈을 멀뚱멀뚱 거리고 있자니 소연이가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월급이 190만 원이 나왔어. 근데 지난달 카드 값으로 100만원이 빠져나가 버려. 그럼 90만 원 남지? 그 돈으로 한 달 살아야 하잖아. 그런데 체크카드를 쓰려면 90만 원밖에 사용할 수 없으니 10만 원 적자가 나겠지. 다음 달에도 일부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빠져나가고 그 달 생활비가 체크카드로 빠져나가고 하면……. 두세 달은 적금 들기 어려운 구조라는 거지.”

체크카드 갈아탈 때 챙겨야 할 3가지

체크카드로 갈아타기 좋은 시기다. 다양한 체크카드 중에서 내게 맞는 카드를 골라 보자.

“네, 직접 갈아타기를 해보면 온몸으로 느끼실 겁니다. 월급을 몇 백만 원씩 받는 분들도 카드 사용액이 많으면 두 달은 허덕허덕 하시거든요.”

그렇구나.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집에 가자마자 이번 달 카드 사용액 알아보고 괜찮은 체크카드를 찾아봐야겠다.

“지금은 카드 갈아타기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다인 씨가 잘 맞춰 오신 거예요. 신용카드 혜택은 줄줄이 줄고 전월 실적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거든요. 지난 달 30만 원 이상 결제 시에만 할인과 같은 조항 말이죠. 소득공제 혜택도 체크카드가 월등히 높습니다. 작년까지 20%였던 신용카드 공제율이 15%로 낮아졌거든요.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은 30%니까 총 급여의 25%인 공제문턱을 넘는 돈은 똑같은 금액을 써도 체크카드가 정확히 두 배 공제를 받는 셈이죠.”

잘 맞춰서 왔다는 허 셰프의 말에 왠지 안심이 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야기 듣다 보니 많이 식어버렸네. 씁쓸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어휴, 난 그동안 왜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온 걸까? 후회가 밀려들었다.

“아, 중급 코스 분들 가시나 봅니다. 배웅하고 와서, 체크카드 똑똑하게 갈아타기 3계명 알려드릴게요. 잠시만요!”

체크카드 똑똑하게 갈아타기 3계명이라! 메모해야지!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소연이가 갑자기 호들갑을 떤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다인아, 우리 김 대리 결혼식 가야지! 레시피 듣고 얼른 가자! 늦으면 찍힐지도 몰라!”

헉! 황급히 커피를 마저 들이켠다. 힘내자, 오늘 배운 게 많았잖아!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 윤다인, 기필코 재테크의 여왕으로 거듭나고 말겠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허 셰프의 재테크 레시피]
체크카드 똑똑하게 갈아타기 3계명

 

1. 체크카드도 하이브리드 시대

통장 잔액 안에서만 소비하기 위해 체크카드를 선택했지만, 살다보면 ‘만약’이라는 상황이 생기는 법. 요즘 금융권에선 통장에 돈이 없어도 30만 원 정도의 소액은 신용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은 하이브리드 체크카드가 인기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은 초보라면, 체크카드만 쓰되 하이브리드 기능을 활용해볼 수 있다. 신용 결제가 될 경우, 통장 잔액이 남아 있어도 그 결제 건은 전부 신용카드 결제가 되니 기억할 것!

 

2. 연봉의 25%까지는 신용카드에 양보하세요

카드 사용액 중 연봉의 25%가 넘는 금액부터가 소득공제 대상이다. 예를 들어 내 연봉이 3,000만 원이라면 25%인 750만 원까지는 체크카드 대신 신용카드를 써서 달콤한 혜택을 써먹는 것도 방법. 특히 소득공제에서 제외되는 국세, 지방세, 보험료, 휴대폰요금, 아파트관리비 등은 마지막까지 신용카드 몫으로 남겨둔다. 카드 실적도 쌓고 일석이조!

 

3. 신용카드, 무조건 자르지 마라

2013년부터 신용카드 발급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신용등급 6등급 이상, 4대 보험 가입자, 일정소득 확인이 되어야만 카드발급이 된다. 이미 신용카드를 쓰고 있었다면, 해지하지 말고 묵혀두자. 급하게 목돈을 결제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좋은 상품이 나왔을 때 교체?발급받기도 쉽기 때문.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으면 연회비도 부과되지 않고 1년이 지나면 휴먼카드로 자동해지가 된다.

 

 

[이 글은 쉽고 재미있는 재테크를 알려주는 가상의 카페 '경성이브'를 배경으로, 이를 통해 성장하는 20대 직장인 다인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형식의 재테크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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