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통장을 만드는거야?

온리원럽 작성일 13.06.22 18: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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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는 대로 써버리기 바빴던 다인. 브런치 재테크 첫 수업을 듣고 생전 처음 해보는 재테크에 푹 빠진다. 토요일 저녁 집에 오자마자 브런치 수업에서 들었던 키워드들을 검색하며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

회사 최고 짠순이에게 묻노니

신용카드를 버리고 체크 카드의 세계로! 그런데 체크 카드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카드와 통장을 여러 개로 나눠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 윤다인, 너, 지금이 몇 시인지 아냐? 일요일 아침부터 진짜 이럴 거야, 너?”

잠에 취한 목소리로 소연이가 전화를 받았다.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너무 일찍 전화했나? 궁금한 게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라……. 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너 왜 체크카드가 두 장이야?”
“뭐?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이걸 콱 그냥!”

“미안, 미안. 어젯밤에 집에 와서 ‘검색신공’ 발휘 좀 했거든. 혜택 좋은 체크카드가 뭐가 있나 찾아보고, 중급 코스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월지급식 즉시연금 검색도 하고. 근데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 너 같은 ‘짠순이’가 왜 체크카드를 두 장 쓰는 걸까. 통장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눈 뜨자마자 전화한 거야.”

“아, 몰라! 담에 얘기해. 끊어!”
“소연아! 제발 좀 알려줘.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아님 그냥 쓰는 거야? 너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어이구, 못살아! 너 때문에 잠 다 깼잖아! 그게 그렇게 궁금해?”
“응, 허 셰프님께 전화할 뻔 했어. 소연이는 왜 체크카드를 두 장 쓰는 거죠? 크크.”

“누굴 탓하겠냐. 널 경성이브에 데려간 내 잘못이지. 잘 들어봐. 신용카드 혜택 때문에 여러 장 쓰는 사람들 많잖아. 이런 사람들을 혜택을 골라 챙긴다고 해서 케이크 위의 체리를 따먹는다는 뜻의 체리피커라고도 하지. 신용카드만큼은 아니지만 체크카드에도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이 있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거나 영화관과 커피전문점을 할인해 준다거나 등등. 그래서 체크카드를 두세 장 쓰는 사람들도 많아. 내 경우는 좀 다르지만…….”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보기에 너는 그런 혜택에 혹할 애가 아니거든!”
“알아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난 카드사용액이 30, 40만 원 정도라서, 한 장으로 충분해. 또 다른 체크카드는 CMA 계좌에 연동되어 있는 거야.”

카드 사용액이 30, 40만 원 정도라서, 라는 말 때문에 뒷이야기를 흘려 들었다. 정말 적게 쓰는구나. 나는 60만 원이 넘어간 적도 많은데……. 이러니 저축액이 차이나는 게 당연하지. 어휴, 반성하자, 반성!

“야, 윤다인 듣고 있냐? 무슨 생각해?”
“어? 아, 아니! C, CM 뭐라구? 그게 뭔데?”

“CMA도 몰라? 증권사에서 만드는 종합자산관리계좌. 은행에서 만드는 자유입출금 통장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증, 증권사? 주식하는 데 아니야? 거기서도 통장을 만들어 줘?”
“뛰어난 당신의 ‘검색신공’ 발휘해서 직접 알아보셔. 난 좀 더 자야겠어. 내일 보자! 바이!”

너, 카페라떼 효과 모르냐?

작은 돈이라고 여기고 쉽게 써버리는 커피값. 매일 착실히 모았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재테크 방법이다.

다음날 점심시간.

“그래, 거기까지는 나도 알아, 그 다음!”
“검색 많이 하셨네! 나 같은 경우는 CMA를 ‘비상금 통장’으로 사용해. 내가 빡빡하게 적금을 넣고 있어서, 혹시 모를 비상금으로 150만 원을 넣어두고 있거든. 그런데 조만간 다른 CMA 통장을 하나 더 만들까 생각중이야.”

“CMA를 하나 더? 왜? 안 그래도 네이버 검색해보니 CMA 몇 개씩 만드는 사람들도 있던데, 왜 통장을 자꾸 만드는 거야? 그 뭐냐, 통장 쪼개기인가 나누기인가가 유행이라며?”
“흐흐, 눈빛 좀 봐! 수첩까지 들고! 너 무슨 범인 취조하는 형사 같아. 점심도 구내식당서 먹었는데, 오늘은 커피 마시러 안 가?”

월요일은 시간이 두 배쯤 천천히 가는 것 같다. 졸리고 멍했던 오전을 겨우 버티고 소연이랑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회사 앞 벤치에 앉은 참이었다. 커피? 이따 휴게실에서 직접 타 마시면 되지! 공짜잖아! 금요일 월급날까지 돈 안 쓰는 게 목표라고.

“야, 너 ‘카페라떼 효과’라는 거 모르냐? 나 이제 커피전문점 끊을 거야.”
“너 병원 안 가도 되겠냐? 사람이 너무 갑자기 변하면…….”

소연이가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놀린다. 너도 통장 잔액이 1,670원이면 이렇게 될 거다, 라고 말해주려다 참는다. 수첩을 넘겨서 어제 메모해둔 부분을 찾았다.

“‘카페라떼 효과’란 매일 4천 원인 커피 값을 아끼면 한 달에 12만 원이 절약된다는 거야. 이 돈을 30년 동안 모으면 원금만 4320만 원이 되고, 여차여차 투자를 잘 하면 무려 2억까지 불릴 수 있다고! 이걸 읽으니까, 갑자기 커피값이 너무 아까워졌어.”

이름표를 붙여, 네 통장에

“제법인데! 돈 아끼는 건 좋은데, 너무 무리하지는 마. 지출 줄이기도 다이어트랑 똑같아서 금단현상에 요요현상도 오고 그런다, 너!”
“아니, 난 절대 그럴 일 없어. CMA 통장을 왜 여러 개 만드는지 어서 말해봐! 적을 준비는 되어 있으니까!”

“돈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쉬워. 이 CMA에 있는 돈은 유럽여행 자금, 이 통장에 들어있는 돈은 펀드 투자금, 다른 통장에 있는 돈은 그냥 비상금, 이렇게.”
“왜? 월급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렇게 나누면 머리만 아플 것 같은데?”

“그런가? 그런데 일단 이렇게 해놓으면 그 돈은 충동적으로 쓰지 않게 돼. 미리 목적에 맞게 통장을 만들어놓으니까 그 일을 위해서만 돈을 찾아서 쓰게 되는 거지!”
“오, 그래? 그럼 나도 당장 CMA를 만들어야겠어! 이름하여 카페라떼 통장!”

은행이나 증권사마다 통장을 개설할 때 제공하는 혜택이 조금씩 다르다. 자신의 조건과 목적에 맞게 통장을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재테크 초보자의 출발점이다.

“그래. 4천 원씩 모아서 어서 큰 돈 만들어라! 어느 증권사로 갈 건데?”
“어제 다 찾아봤지. 체크카드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동그라미 증권으로 결정했어.”

“응, 어느 증권사에서 만드나 얼추 비슷하기는 해. 근데 네모 증권에서 몇 가지 조건만 충족시키면 100만원까지는 4% 넘게 이자를 주던데? 우리는 가입한 펀드가 없지만, 자동이체나 체크카드 결제 같은 걸로 3%대는 받을 수 있을 거야.”

“와, 3%대면 그게 어디냐! 일단 내일 CMA 통장 만들고 보자고!”
“응, 나도 네모 증권 갈 생각이었으니 내일 점심시간에 같이 다녀오자!”

밀턴 프리드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참! 근데 뭐 따로 챙겨갈 건 없어? 은행이랑 똑같아?”
“은행이랑 똑같아. 내일 CMA 통장 만들고 나면, 다른 은행권 자유입출식 통장 금리도 살펴봐! 간단한 조건만 충족하면, 일정금액 한도로 3%대 금리를 주는 곳도 많거든. 우리 회사 월급 통장은 희망은행으로 정해져 있지만, 매달 얼마씩 자동이체하면 월급 통장으로 인정해주는 은행들도 있고.”

“아, 그래? 그럼 은행 중에서도 이자 많이 주는 자유입출금 통장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재테크에 대해 배우다 보니까, 통장을 자꾸 만들게 되네. 지금까지는 회사가 정해준 월급 통장 하나뿐이었는데.”
“그래, 열심히 해보자 윤다인! 아, 그나저나 이번 토요일 수업도 갈 거야? 미리 예약해야 해서.”

“응? 당연하지! 이제 재테크 첫걸음 뗀 거나 마찬가지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거야!”
“알았어, 같이 신청해 놓을게. 지난번 참가비는 내가 내준 걸로 할 테니까, 이번 주부터는 네가 내. 브런치 모임 한 번에 15,000원이야.”

헉, 15,000원! 예상외의 지출이라 당황스럽다. 점심 먹고 재테크 수업까지 듣는 비용이니, 비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행히 월급날 다음날이니, 그래도 낼 수는 있겠다.

“네 표정을 보니 허 셰프가 해준 말이 생각나는구나.”
“응? 허 셰프가 뭐라고 했는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

[허 셰프의 재테크 레시피]
- 돈 관리의 시작! 자유입출식 통장 나누기

 

1. 다양한 재료를 준비한다, 은행 고금리 통장과 증권사 CMA 통장

소액 한도로 고금리를 주는 은행 자유입출식 통장과 증권사 CMA를 만들어두자.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CMA도 훌륭한 월급 통장 혹은 비상금 통장이 될 수 있다. CMA는 은행 자유예금처럼 마음대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연 2~3%대의 이자를 주기 때문. 제휴은행 현금지급기에서 입출금할 수 있고 인터넷 뱅킹은 물론 체크카드 사용과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도 가능하니 월급 통장으로 활용해도 좋다.

 

2. 쓸 돈, 안 쓸 돈, 절대로 섞지 마라!

한동안 쓸 일이 없는 비상금과 이번 달 안에 써야 하는 지출로 자금을 나눈다. 쓸 일이 없는 비상금은 CMA에, 카드 값이나 용돈 등 빠져나가야 하는 돈은 은행권 통장에 넣어놓는 식. 자신의 지출 패턴에 맞게 2개 혹은 3개로 나눠 쓰면 된다. 가능하면 각각의 통장의 돈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할 것. 특히 비상금은 반드시 ‘비상’ 시에만 쓴다는 생각을 가져라.

 

3. 만들 땐 귀찮아도 완성되면 뿌듯해! 자동이체 시스템

월급날이면 적금 통장과 지출 통장, 비상금 통장으로 바로 이체시키는 게 좋다. 처음은 귀찮겠지만, 자동이체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지출관리가 훨씬 편해진다. 각각의 통장에서 이자가 붙는 것은 물론 이번 달에 얼마나 썼는지 한눈에 보이기 때문. 지출 통장이 비어 가는데 무턱대고 지를 수 있겠는가. 돈의 흐름이 한눈에 보이는 자동이체 시스템을 만들어라.

 

 

[이 글은 쉽고 재미있는 재테크를 알려주는 가상의 카페 '경성이브'를 배경으로, 이를 통해 성장하는 20대 직장인 다인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형식의 재테크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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