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친과 저보다 6살 나이가 많은 형이 한명 있습니다.
형은 제가 대학시절부터 병치레를 했습니다. 정신질환이라는.. 흔히들 정신병이라 하죠.
지금도 아련히 생각나네요. 문병을 갔을때의 형의 모습. 어두운 낯빛, 간얼적이고 단답형의 이상한 말투,
초점없고 공허한 눈. 치료에 진전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고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었습니다.
형을 만나면 걱정이 됐지만 대학생활, 취업후 회사생활.. 나이를 먹으며 저도 조금씩 바빠지며
형이랑 부딧히는 일이 점점 줄어들니 그 심각성에 대해서 점점 무뎌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부모님께 들으니 형때문에 고생많았다 하더군요. 길거리에서 지갑등 소지품 다 털리고 경찰서에서
데려오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활동도 하고.. 중간중간 호전되서 사회할동을 하면 사고를 치고 다시 집으로
왔다 조금 나았다 싶어 나가면 병으로 인해 다시 돌아오곤 했습니다. 아마 부모님은 객지생활하느라 형과
떨어저 있는 나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말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내가 걱정할까봐 그러셨겠지요.
10년여의 긴 병치레를 하고 근래에는 거의 정상인으로 병이 나았습니다.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그랬으니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저랑 웃으며 얘기도 하고 동내 마실도 가고, 품앗이도 하고 시골이지만 나름
그 사회에서 작은 역할을 하며 지내는것을 보고 이제 다 끝났구나 생각했죠.
그러다 올해 여름 아버지한테 전화로 듣게 되었습니다. 다시 악화되었다고...
초등학생 동창회를 나갔는데 술이 떡이 되서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코올이 신경계에
(아니면 뇌인지도 모르겠지만) 악영향을 준거 갔습니다. 예전의 아팠던 형으로 돌아왔다고.. 실감이 나지
않아 아버지 한테 계속 물어봤습니다. 정말이냐고...
결국은 여름휴가때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아버지 말씀이 맞더군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거의 한달
이상 씻지도 안아 냄새가 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실감이 나더군요. 한동안 아팠던 모습을 안봐서
낯설어서 그랬나 봅니다. 형과 말을 안하게 되더군요. 모르겠습니다. 마음속 밑바닥 원망하는 마음 때문인지도..
믿기 힘들어 혹시 형이 연기하는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형의 상태가 어느정도인지 알고 싶었고
우연하게 대화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새벽에 소피가 마려 볼일을 보고 다시 누우려는데 형이 제 방문을 열고
물끄러미 보더군요. 들어오라 했습니다. 형이 자리에 앉자 물어 봤죠.
"형..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면 어떻게 할거냐고, 나도 결혼을 하게될거고 사회생활을 하면 혼자 살아갈수 있겠냐고.."
돌아온 답은 동문서답. 전혀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형을 보호하고 싶어 그냥 않하겠습니다.(악플 예방차원에서)
다시 잘려고 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라 한동안 뒤척였습니다.
양친께서 돌아가시면 내가 돌봐야 되나? 내 삶은.. 결혼은...(사실 아픈 형때문에 맘에 드는 여자가 있어도 자신감이 떨어짐)
내가 형을 돌본다고 하면 과연 수긍하는 여자가 있을까?
글 제목처럼 전 차남이지만 장남이나 마찬가지니 요새는 상기 고민거리들이 불쑥불쑥 저를 괴롭힙니다.
다행이 양친께서는 재산을 저에게 물려준다고 대놓고 얘기는 않하시지만 지나가는 말로 하시거나 느껴지는 분위기는
저에게로 물려줄꺼 같습니다. 철원의 땅인데 아버지는 싯가 2억 5천 정도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파트 25평짜리도 같이요.
회사생활을 하지 말고 사업이나 해서 형을 돌볼까.. 아.. 별의별 생각을 다 합니다. 통일이 되면 땅값이 오르지 않을까 그럼
형의 병을 완치시킬수 있지 않을까...
형제가 본인 포함 2명이신 분들중 형이 또는 동생이 아파 저와 같은 고민을 하거나 이미 40대로 접어들어 아픈 형제를
현재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언 좀 부탁드려요.
필력이 낮아 글을 두서없이 썼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