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인구 50~60만의 지방 도시이다. 이명박 정부의 ‘서울 블랙홀 만들기 정책’에 의해 나날이 그 몸을 불리고 있는 서울에 비하면 절반도 체 안되는 크기의 도시이지만, 나름 번화가에 나가게 되면 수많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눈이 틔어나올 정도의 압박스러운 가격에 한번쯤 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스타벅스로 대표하는 국제적인 커피 전문점들. 역시 수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으로 급격한 매출신장을 자랑했던 베스킨 라빈스31등...
정말로 엄청난 수의 전문점들이 즐비해있다.
그러나 가끔 생각을 해본다. 이런 가게들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 과연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일까? 물론 나야 스타벅스는 단 한 차례도 가보지 않았고 베스킨 라빈스야 현역 시절에 휴가 복귀 중 일생 처음 먹어본 것이 끝이며(그리고 마지막일 것이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국제적 메이커들의 서비스와 같은 것들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단 한 가지가 문득 떠 오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스타벅스와 같은 것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이전에 분명 우리나라에는 나름대로 개인들이 운영하던 카페와 같은 커피 전문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전 책을 사러 밖에 나가보니 내 눈에 보이는 전문점들은 모두 XX지점이나 XX호점 등이 붙어있는 것들뿐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목을 조르는행위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외국의 것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장사를 해 번 돈의 일부가 외국에 로열티로 나간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외국 업체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할 극우도 아니다.(사실 이런 주장을 우파가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우파는...대략 OTL)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한국에 하나 둘 씩 들어오면서 동종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경쟁에서 밀려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를 위시로 한 업체가 들어오면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베스킨 라빈스가 인기를 끌면 그와 유사한 업체는 붕괴되어 버린다.
이것은 즉 IMF이후에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자영업의 비율이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독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 이 유사업종을 운영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자연스럽게 극빈층으로 하락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스타벅스가 들어오면서 이들이 고용을 하며서 고용사정이 괜찮아지지 않는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점장이나 매니저와 같은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용되는사람들이 정규직인가, 아니면 아르바이트생인가? 아마 아르바이트생일 것이다. 즉 단순한(정말 단순한) 계산에 따르면 수많은 동종업체가 사라지면서 남는 것은 1~2명의 정규직과 수많은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외국으로 가는 로열티뿐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낭만?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런 것도 한번 생각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역시 마찬가지로 대형할인마트도 우리들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를 전해준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데 수많은 대형할인마트들이 마치 할거군웅들처럼 수없이 많다. 내가 초딩 시절인 1990년대 말에 이마트가 처음 들어온 것을 필두로 지금은 5개 이상의 할인마트들이 있다. 대략 인구 10만명당 대형 할인 마트가 하나 꼴로 있는 셈이다.
이 할인마트라는 것이 상당히 아이러니한 존재라고 생각을 한다.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이익이 되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우리에게 독이 된다.
널리 알려진 사실로는 지방경제를 고사시킨다는 것이다. 할인마트가 들어서게 되면 지방 시장이나 주위 상권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막대한 액수의 금액이 본사가 있는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또 이런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으니 나는 말을 줄이겠다.
대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할인마트 역시 스타벅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스타벅스가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키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들을 양산하는 것처럼 할인마트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오래전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문득 본 자료였는데 할인마트 하나가 들어서게 되면 엄청난 수의 자영업자들이 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역시 자영업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는 막대한 손실이 아닐수가 없다. 더군다나 이 자영업자들은 할인마트의 비정규직으로 흡수가 되니 그 사회적 지위가 떨어지게 된다. 할인마트는 일종의 비정규직 양산소인 셈이다.(본인도 한 때 잠깐이지만, 할인마트에서 일을 했었는데 파견직으로 들어갔었다. 그때야 그런 의미도 몰랐지만.)
더군다나 할인마트는 물건을 납품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단가 인하를 요구한다고 하니(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것처럼)할인마트는 자영업자와 납품업자들의 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되면 할인마트의 단 하나뿐인 이점이라고는 이마트가 말하는 것처럼 Everyday Low Price인 셈인데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싼 가격인가? 으레 추석이나 설이 되면 TV 에서는 할인마트와 시장을 비교하면서 시장의 물건이 더 싸다고 소개하는데 그런 것은 차치하고 할인마트의 이런 광고를 알 것이다.
[~보다 비싼 물건이 있다면 차액을 돈으로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다. 정병열의 경제학 동영상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실상 그런 것은 A할인마트와 B할인마트가 적당히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자는 암묵적인 약속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들었을 때, 아....할인마트에 속도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 경제를 생각한다면 이런 대형할인마트가 지방에 들어오기 전에 시조례나 이런 것들을 통해 적절히 그 수를 조절했어야 하는데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할인마트를 사용하지 말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이 된다는 Chaos Theory처럼 자신의 작은 경제적 행위가 어떤 경제적 효과를 야기할 것인지...생각을 하면서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
내 글은 전통적(?)으로 댓글이 없다...ㄱ-;;
다음아고라에 올렸는데 댓글이냐고는 딸랑 두개....-_-;;
댓글 좀 달아줘~
거상 님이 지칭한 자영업자입니다. 차분히 자라 지적하셨습니다. 특히 할인점은 공공의 적입니다. 소비자가 좋은 세상(?)을 표방하는 그들이 결국 그 소비자들을 구덩이에 몰아 넣는 역할을 합니다. 지역 자영업자들 그들의 낮은 가격과 쇼핑의 편리성을 내세운 과대광고로 무장한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패는 자명합니다. 가격이 낮은것은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납품업체들도 견디기 힘들고, 결국 그 제품 pb로 빼앗겨 버리고... 거이 외국자본이 주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함께 덜가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18:13 IP 121.173.***.145 | 카라멜모카 가끔은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손때 묻은 탁자...작고 하얀 잔에 담긴 김이 모락모락나는 차 한잔...난로에 온기가 사람사는 냄새 풍기던 그시절이 그립답니다. 헌책방 한귀퉁이에서 발견하는 잊고 있던 책 한권에 가슴 설레이기도 합니다. 뜬금없지만 님 글 읽고 이런 생각들이 나네요.^^ 18:10 IP 59.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