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아내와 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40대 가장이 2년 전 자신의 부모마저 불태워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륜을 저버린 반인륜 범죄가 할 말을 잃게 한다.
더군다나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가족 살해 동기가 생활고 등 돈 문제여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황금만능주의와 생명경시 풍조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찰은 가족살해범 김모(42) 씨가 1개월 전 집 근처에 포장마차를 개업했으나 장사가 신통치않자 또 다시 빈둥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 아내와 잦은 불화를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카드빚은 4천여만원으로 불어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인데도 아내가 흥청거리는 낭비벽을 버리지 않았고 걸핏하면 자신을 무시했다는 게 김 씨가 밝힌 끔찍한 살해 동기다.
그러나 경찰은 김 씨 부인이 지난 10월 중순 1억원 짜리 생명보험에 가입된 점에 주목, 보험금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다 김 씨가 범행 15일 전부터 수면제를 먹여가면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고 수면제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내를 20여차례나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점 등을 볼 때 치정문제 등 또 다른 범행 동기가 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경찰은 수사과정서 드러난 김 씨의 치밀한 범행준비와 잔혹한 수법에 경악하고 있다.
그는 범행장면을 목격했다는 이유 만으로 두살배기 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잠에서 깬 딸이 '아빠'하면서 울기 시작해 엉겹결에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다고 태연하게 진술했지만 살해 뒤 숨이 멎었는지 직접 확인하는 잔혹성을 보였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2년 전 자신에게 증여된 집을 팔아치우기 위해 부모를 살해할 때도 그는 범행 당일 안부를 묻는 것처럼 부모 집에 찾아가 주방 뒷문의 잠금장치를 몰래 풀어놓아 범행용 침입통로를 확보하는 뻔뻔스러움과 치밀함을 보였다.
또 장례를 치른 뒤 유족 대표로 경찰에 나서 "허리수술을 한 어머니가 자주 아프다고 하셨다. 자식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등 완전범죄를 위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당시 참고인 조사를 맡았던 수사관은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여읜 자식 연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해내 추호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그의 냉혈성에 혀를 내둘렀다.
범행 뒤 그는 "가엾게 돌아가신 부모 생각을 잊고 싶다"며 여러 차례 집을 팔려고 시도했으나 팔리지 않자 내부를 수리해 세를 놓고는 자주 드나들며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부모와 아내.딸 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마지막까지 충격받은 유족행세를 하던 김 씨가 반복되는 질문과 집요한 추궁에 퇴로가 막히자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군요'라면서 범행사실을 털어놨다"며 "4명의 가족을 차례로 살해한 사실도 놀랍지만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듯한 그의 냉혈성에 더욱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