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묵시록 카이지란 만화를 아십니까?
후쿠모토 노부유키란 작가가 그린 만화로 '비록 그림체는 한대 때려주고 싶은 그림체'이지만, 허를 찌르는 심리전이 묘미인 만화입니다.(작가가 심리학 박사입니다.)
이 작가의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보면서 그림체가 엉성하더라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한국만화가 특히 새겨 들어야 할 것. 솔직한 심정으로 그림체만으로는 일본만화를 따를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다고 생각함. 차라리 그럴 바에야 후쿠모토 노부유키처럼 참신한 내용으로 가야 인기를 끌지, 맨날 판타지 판타지 판타지....그러니 내가 보는 한국만화는 손에 꼽을 만 하고 돈주고 산 한국만화는 아일랜드밖에 없지.)이 작가의 다른 만화들도 궁금해서 열심히 찾아 다녔었습니다.
정말 이 작가의 것 거의 다 본 것 같군요.
은과 금-무뢰전 가이(영화로 나오면 정말 멋있겠다는...)-투패전설 아카기(한국에는 출판이 되지 않아 애니로만 봄) 등등...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은과 금이라는 만화입니다.
이 은과 금이라는 만화는 배경이 90년대 중반으로 버블이 붕괴된 직후입니다.
여기서 히라이 긴지라는 인물이 모리타에게 이런 말을 하죠.
"이 일본에서 근 40년 이상이나 더 오래 통용되어 온, 부자가 되기 위한 3원칙을 알고 있나? 그것은...현금을 갖지 말 것, 빚을 질 것, 부동산을 닥치는대로 사들일 것. 이 세가지가 전후 일본에서 거품경제가 붕괴한 날까지 이어져온 연금술...결코 빗나가지 않는 복권. 불멸의 필승법 3원칙이야.(생략) 한 기업이 얻는 이익은 그룹에 흡수되어 전액 재투자된다. 그룹으로서는 언제나 이익이 남지 않는 결산이야. 이익이 남지 않으니 세금도 나오지 않아. 투자에 이은 투자. 그 무한한 연쇄 속에서 거대화 해가는 '성경'..."
예. 히라이 긴지의 입을 빌려서 작가는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죠.
그렇다면 이 도식을 한국에 적용을 한다면 어떤 공식이 나올까요?
전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은 히라이 긴지가 말했던 [빚을 질 것, 부동산을 닥치는대로 사들일 것]
이 두가지가 절대적인 공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토지처럼 공급이 완전히 고정이 되어있는 생산요소는 아래 그림과 같으 가격은 완전히 수요측 요인에 의해 결정이 되니깐요.(물론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긴 합니다.)
(직접 그린 그림...
포토샵은 배운 적도 없어서 대충 그림판으로 끄적였기 때문에 대략 양해 바람...)
지대학설에 따르자면 리가도는 차액지대설을 주장하며 비옥한 토지의 공급이 제한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지대가 발생한다고 했고 마르크스같은 경우는 절대지대설을 주장하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희소성의 법칙으로 인해서 지대가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이 지대학설이 아주 잘 나타났던 곳이 바로 부동산 거품 위기에 휩싸인 한국과 한바탕 거품이 빠진 일본입니다.
일차적으로 일본은 1945년 전쟁에서 패해 가지고 있는 식민지를 모두 독립시켜주며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며, 맥아더는 일본을 스위스처럼 낙농업 국가로 만드려고 했지만, 1950년 6.25 전쟁이 터지면서 미국에서 군수물자를 가지고 오는 것이 여의치않게 되자 일본이 미국의 보급창고 역할을 하게 되어 다시 선진국으로 발돋움을 하게 될 계기를 가지고 오죠.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도로정비가 필수적인 사업이 되었는데, 흔히 말하는 세원이 부족하자 다나카 에이가쿠가 1954년 [도로 정비비의 재원 등에 관한 임시 조치법]을 마련합니다. 즉 모든 것을 도로 재원화함으로 재원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스팔트 생산설비 비용들을 마련하는 것은 업자들끼리 공공연하게 담합이 이루어졌습니다.
빚을 져도 상관이 없다! 아무리 비싸게 토지를 매입하더라도 그곳에 도로가 지나간다면 그 토지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 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관료! 정치가! 건설업자! 모두가 이익인 공공사업!
이것이 바로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말한 '빚을 지고 토지를 사라'라는 일본에서 부자가 되는 공식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건설업체들과 관료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철의 삼각Iron Triangle을 형성하여 관료<->정치인<->건설업체가 서로 짜면서 돈을 벌고 서로 이익을 얻는 관계를 만들어 냅니다.
건설업체는 정치인과의 야합을 통해 '어디에 도로를 놓을 것인지'를 미리 알게되어 '도로가 지나갈 곳에 미리 땅을 사 놓고' 야합을 통해 '자신들이 시공사로 선정하게 하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 도로가 지나가게 하여 다음 총선을 노리고 관료들은 평생 고생하지 않아도 될 낙하산 조직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었죠.
(쿠니미츠의 정치에서 보면, 쿠니미츠 측의 선거 참모의 아버지는 고위 공직자로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의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대장성-지금의 재무성-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만, 한국의 건설성(국토해양부)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죠. 왜냐하면 저 철의 삼각Iron Triangle에 들어가게 된다면, 공직자로서 한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일본의 공무원이 깨끗하다는 말.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70년대~80년대에 땅값이 뛰어 오르게 되고, 이로인하여 결국에는 인플레이션의 압력으로 되 돌아오게 되죠.
그리고 결국에는 거품 붕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단순하게 케인즈 식 룰. 즉 소비가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이론에 빠져(혹은 자신의 이익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저 철의 삼각Iron Triangle에 들어있는 건설족들에 의해) 어마어마한 국채를 발행하여 돈을 쏟아붓고 더불어 건설업에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죠.
그러나 결과는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가 회고록에 쓴 것을 말하지 않더라도 이것으로는 불황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죠. 아니, 이때문에 V자 라인을 그려야했을 경기변동이 L자형으로 빠지는 장기 불황을 겪게 되죠.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돈을 벌었던 것은 결국 이런 놈들 뿐이죠.
그리고 남는 '똥덩어리'는
한국은 어떨까요?
모두들 알고 계시듯, 한국은 경제적 기본 성향을 일본에 맞추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더불어 개도국으로서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행정부의 힘이 비대화될 수밖에 없다는 발전행정론적인 입장까지 맞물리게 되면서(박정희 시절에는 '한국에는 한국만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행정부의 힘이 비대화되게 되죠.
하지만, 이 발전행정론은 행정부의 힘이 비대화되면 될수록 관료의 재량권 남용으로 부패가 발생하게 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관료의 재량권이 강화되며, 자연스럽게 고위 공무원과 독재정권 시기의 권력자들과 함께 기업들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철의 삼각Iron Triangle을 형성하게 되죠. 그 증거가 아직도 남아있는 적격 심사제라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최저낙찰제를 실행하는 반면 이 '이상한 나라'에서는 적격심사제를 실시하는데 이로 인하여 20% 이상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그 중 일부는 정치권이나 발주처로 로비가 사용된다고 하네요.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에서 그렇게 적격심사제를 폐지하고 대신 최저낙찰제를 실시한다고 공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 정부에 들어와서야 2006년 5월에야 3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했다고 하니 참 말이 무색할 정도죠. 그리고 '대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리 큰 것을 바라지 않고...
김광수 경제 연구소에 올라와 있는 '정부 관급공사 입찰제도의 문제점'이라는 글을 참고한다면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 그리고 건설업체들간의 철의 삼각Iron Triange은 일목요연하게 나타납니다. 짧게 줄이자면, 공공산업의 경우 최저낙찰제를 확대 시행하지 않음으로서 1조원이나 되는 국가의 예산, 즉 국민의 세금이 건설업체의 호주머니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김광수 경제 연구소에서 펌질한 그래프입니다.
(주) 대한건설협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앞서 일본의 상황을 설명하느라, 무단펌질한 일본도로공단과 수십, 수백개에 달하는 패밀리 기업들이 난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제대로 된 입찰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처럼, 한국에서도 페이퍼컴퍼니와 중소건설업체들이 대량으로 난입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정부의 안이한 방식 때문이며, 이 정부의 안이한 행정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건설업체라는 것입니다.
건설업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는 세금을 더 뜯어 먹어야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고 이 의지는 신문사들의 지면에 오르내리고(조선일보가 특히 건설업체들의 광고가 엄청나다고 하죠) 고위공무원이나 장차관들이 건설업체 관련 회사로 퇴임 후 입사하면고 정치인들은 이 건설업체들로부터 공공연하게 뇌물을 받아 먹는 관료<->정치인<->건설업체 관계가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루어지게 되죠.
다만 현재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가계가 빚을 져서라도 땅을 산다는 것이 다르죠. 그 외에는 모두 같습니다. 앞서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말했던 것처럼 [빚을 지고 땅을 사라]가 그대로 이 나라에도 금과옥조처럼 들리면서 나라 전체가 부동산 광풍에 휩 싸였죠.
그 때문에 예대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고, 주식으로 은행으로는 국민들의 돈이 몰리지 않자, 은행들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오고(당시 저리의 엔 캐리 자금도 한 몫 하죠. 지금은 괴물이 되었지만...) 은행채 잔뜩 발행하는 등...
하지만, 결국에는...말하지 않아도 결국 이 꼴이 되고 말았죠.
이렇게 되어 우리나라도 '빚을 져라''땅을 사라'라는 부자가 되는 조건이 약간씩 달라지게 됩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부자들의 인터뷰...뭐 이런 책을 보았는데 거기에서도 빚을 져라..뭐 이 따위 말을 하는 부자가 있었습니다. 빚을 져서 뭐하겠습니까? 땅을 사라는 것이겠죠)
하지만, 아직도 이 '세금'을 때려박아 '건설사'를 먹여 살리는 달콤한 체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부동산 관련 단체들(부동산 뱅크, 부동산 114 같은 곳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가 죽지 않았다고 연신 떠들고 있습니다.
'사익의 이익'을 위한 이들이 이렇게 떠들고 있는 이유를 유심히 떠올려 봐야 할 듯 싶습니다.
더불어 정부에서는 괜히 뻘짓을 하지 말고 부동산으로 갈 천문학적인 자금이 좀 '건설적인 곳'에 쓰이도록 유도를 했으면 좋겠네요.
정말...전 일본처럼 L자 곡선을 그리는 나라를 바라고 있지 않으니깐요.
일본이야 10년이지 재수없으면 한국은 20년 이상이 될지도 모르니깐요. 일본과 한국간의 경제적 격차를 보았을 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