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아래 글에서 나름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왜이리 이빨이 안들어가나 의아해서 검색한번 해봤습니다.
아주 깜짝 놀라게 만들어주는군요.
권장소비자가격의 폐지가 마치 생필품 영역을 '용던'처럼 만들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글들이 대부분이더군요.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비싼지 싼지를 판단하여 소비를 해 왔는데, 이제 그게 없어지면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비싸게 받아도 할수 없는거 아니냐...라는 것이겠죠.
'우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기로 하죠.
우유의 권장소비자가격은 얼마일까요? 우유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죠?
그럼 우유의 적정가격은 얼마일까요? 당연히 모르겠죠?
우리나라의 우유소비가 적은 편은 아닐텐데, 도대체 어떻게들 우유를 사드시는지 도통 이해할수가 없네요.
날마다 우유 한통 사마시기 위해 '던전'에서 괴수들과 사투를 벌이시나요?
우유의 적정가격을 알수가 없어서, 날마다 사기를 당하시나요?
저는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아서 정말로 우유가 얼마정도 하는지 모르겠네요.
500밀리 한통에 1,000원 내외 하나요?
일단 500밀리 한통에 일반적으로 1,000원 한다고 하죠.
그럼 이 가격은 영원히 1,000원일까요?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 우리나라 젖소의 반을 죽여버렸다고 해볼까요?
우유값이 확하고 오르겠죠?
어느날 갑자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유를 엄청 싫어하게 되었다고 해볼까요?
우유값이 확하고 내리겠죠?
가격은 이렇게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수요 공급이 만나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죠.
따라서 어떤 물건의 '적정가격'이란건 사실 존재하지 않지요.
물건의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수 있으니까요.
자, 그럼 '권장소비자가격'이 없는 우유를 구매하는데 있어,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우유 시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옆집 슈퍼에서는 얼마에 파는지, 대형 마트에서는 얼마에 파는지 우리는 얼마든지 알수가 있으니까요.
즉, 우유의 '적정가격'이 아니라, 우유의 '시장가격'이 얼마인지를 시장에서 얻을수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우유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 현재 권장소비자가가 있는 몇 안되는 품목인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의 권장 소비자가격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역시 우리는 라면의 '시장가격(얼마든지 알수 있는)'을 기준으로 하여 라면을 사먹으면 됩니다.
일단 이 부분은 충분한거 같구요, 또다른 문제를 생각해보죠.
제가 일주일에 3개 정도 먹는 '너부리 라면'의 경우 권장 소비자가격이 750원인가 하는거 같더군요.
대충 그정도 가격 주고 구입하는거 같습니다.
그런데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어지면 생산자가 5,000원에 팔아도 할말 없는거 아니냐!!!
라는 걱정을 또 하시는거 같더라구요.
후훗. 다시 우유 얘기를 해보죠.
우리는 우유의 시장가격이 1,000원 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유를 생산하는데는 원가가 10원 밖에 안드는건 아닐까요?
권장 소비자가가 표시 안되니까, 우리는 엄청 바가지 쓰면서 우유를 먹고 있는거 아닐까요?
이런 걱정하는 분은 또 한분도 안계신거 같더라구요.
하지만 우유의 원가가 10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원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건 장사를 잘했나 못했나 따져보는 '회계적' 측면
에서만 의미를 가질뿐, 가격을 결정할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위에서 우리는 가격이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걸 확인했죠?
따라서 우유의 원가가 비록 10원 일지라도 우유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다면,
우유는 얼마든지 1,000원에 팔릴수 있는 것이죠.
또는 우유의 원가가 비록 만원일 지라도 우유에 대한 수요가 너무 없다면,
우유는 얼마든지 1,000원에 팔릴수 있는 것이죠.
그럼 어느날 갑자기 라면 가격을 5,000원으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너무 비싸서 사먹는 사람이 줄어 들겠죠? (수요감소)
라면 가격 5,000원이면 이윤이 많이 남으니까, 이제 라면 만들어 파는 사람이 늘어나겠죠?(공급증가)
그럼 라면 가격은 다시 자연스럽게 떨어지겠죠?
이렇게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가격을 형성하고 또 비정상적인 가격을 정상적으로 조정하고 있죠.
마치 누가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그래서
아담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그런다고도 했죠.
우리가 권장소비자가격이 없는 우유를 자연스럽게 사먹을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조절되기 때문이지요.
그럼 이것도 대충 정리하고 또 다른 문제를 짚어볼까요?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저한테는 모두 생필품이군요.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라면 가격을 두배로 올린다고 해도,
저는 계속해서 라면을 사먹을수 밖에 없겠네요.
이거 생필품의 권장가격을 없앤다니, 정말 약자인 소비자한테 너무하는거 아닌가요?
잠깐...우유도 생필품이고, 쌀도 생필품이고, 생선도 생필품이고 한데....모두 권장소비자가격이 없군요?
소비자만 봉?
여기서 등장하는게 바로 '경쟁' 되겠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라면 가격이 5,000원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라면 만드는 사람은 돈을 아주 많이 벌겠죠?
그래서 그걸 보고 한명 두명 라면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늘어가게 됩니다.
그럼 이제 라면 만드는 사람들끼리 경쟁을 시작하게 되겠네요.
경쟁을 하니까 이제 가격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그럼 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질까요?
더이상 경쟁이 심화되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지겠죠?
다시 말해서 새로운 공급자가 늘어나지 않는 수준까지 떨어지겠죠?
라면 만들어 팔아서 이윤이 안남으면 공급자가 늘어나지 않을테니까,
공급자의 이윤이 '0'이 되는 수준까지 떨어지겠죠?
이렇게 공급자의 이윤이 '영' 이 되는 시장을 우리는 '완전경쟁시장'이라고 불러요.
물론 현실에서는 이렇게 완벽한 완전경쟁이 발생하지는 않기때문에,
공급자도 이윤을 남길수가 있죠.
하지만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등 생필품의 대부분은
누구나 공급자가 될수 있는 것들이기때문에,
'완전경쟁시장'에 아주 가까운 물건들입니다.
그렇기에 소비자가 아주 불리한거 같아도 사실은 그렇게 불리한것 만은 아닌 것이죠.
자 그럼 여기서 핵심은 무엇이었죠?
바로 '경쟁'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부리는 마법의 핵심은 바로 '경쟁' 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권장소비자가란 무엇일까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자기가 받고 싶다고 적어 놓은 가격이에요.
다른 말로는 '희망소비자가격'이라고도 그러죠.
이거 정말 웃기죠?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공급자들이 '필연적'으로 경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이윤이 '0'이 되어 버려요.
이렇게 이윤이 '0'이 되는 라면 가격을 500원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공급자가 이 라면에 자기 맘대로 가격을 붙일수 있다고 해봐요.
500원 적는 바보는 없겠죠?
원래대로라면 경쟁을 통해서 라면 가격이 500원이 되겠지만,
공급자들이 자기들 멋대로 700원이라고 적어버리면,
소비자는 이제 200원 만큼 손해를 보게 되겠네요.
이거 이제 보니 별로 않좋은거 같죠?
그런데 이걸 애초에 왜 했을까요?
위에서 우리는 우유의 원가가 만원일 지라도
시장에서 수요가 없으면 천원에 팔릴수 있다고 했어요.
시장에서의 가격은 생산자의 원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요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되면 공급자는 망해버리겠죠.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생산자의 자질이고,
이걸 실패해서 망해도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산업의 초기에는 그럴 수가 없죠.
우리 나라 산업화 초기에,
생산자가 망하면 너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생산자를 좀 보호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니들 망하면 안되니까, 니들 안망하는 가격 적어서 팔어'
이렇게 시작하게 된거죠.
그런데 이제 그때 키워줬던 생산자들이 지금은 충분히 다 커버렸어요.
이제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죠.
'이제 니들 다 컷으니까 다시 경쟁해'
라는 겁니다.
그럼 이것도 정리하고 다시 다른 얘기로 넘어가보죠.
삼겹살 1인분에 5,000원 정도 하죠?
이거 돼지 키우는 사람이 5,000원에 팔라고 정해 주었을까요?
아니죠. 농부가 돼지를 키워서 도매업자에게 팔고, 도매업자는 소매업자에게 팔고,
소매업자는 정육점이랑 삼겹살집에 팔고 그러겠죠?
즉, 수요와 공급 사이에는 '유통'이란 것이 매개되는 것이죠.
옛날에 유통이 발달하기 전에는
농부가 삼겹살집 주인한테 '5,000원에 팔아' 라고 정해줘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교통이 발달하고, 저장 수단도 발달해서 유통이 발달하고 나니까 문제가 발생했어요.
유통 단계를 줄인 삼겹살집 주인은 남보다 삼겹살을 싸게 팔수 있게 된 것이죠.
동네 슈퍼에서는 500원에 팔아 100원을 남기는데,
할인마트에서는 450원에 팔아 100원을 남길수 있게 된거에요.
그런데 물건 만드는 사람이 '니들 전부 500원에 팔아' 이러면,
할인마트는 이제 150원을 남기니까 이득일까요?
아니죠. 450원에 두개를 팔아 200원을 남기는게 더 이득이죠.
즉 유통과정에서의 경쟁을 통해서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이득을 보게 되는 거에요.
이제 동네 슈퍼는 좀 불쌍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때는
동네 슈퍼가 손해보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생산자가 뭐길래 남보고 얼마에 팔라 말라 참견이래요?
농부가 삼겹살집 주인보고 얼마에 팔라고 정해주다니...말도 안되는거 같죠?
물건의 최초 생산자가 유통과 판매의 전 과정에 간섭하다니...이거야 말로 생산자의 횡포가 따로 없죠.
그래서!!!!
이제 생산자도 충분히 다 크고, 유통도 충분히 발전한 우리 시장에서는,
권장소비자가격 따위는 없애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는 것입니다.
그럼 권장소비자가의 폐지가 우리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유통 과정에서 취약한 동네 슈퍼는 조금 힘들어 질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미 동네 곳곳에 할인점이 들어서 있는 현 상황에서
그 영향은 그리 클거 같지 않네요.
또한 동네 슈퍼가 조금 손해를 본다 할지라도
사회 전체(부자가 아닌!!!!)적으로는 더 이득을 보게 되니까
이건 사회 시스템의 '발전'이라 부를수 있을거 같네요.
그래도 동네 슈퍼가 불쌍하다 하시는 분들은
거기 가서 팔아 주시면 됩니다.
아무도 거기서 사지 말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동네 슈퍼가 힘들어 진다면,
그건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합리적 소비'를 추구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입니다.
쉽게 쉽게 쓴다고 썼는데,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리플로 계속하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