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학자의 '미네르바' 체험

노게인 작성일 09.01.14 19: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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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단하시군요. 10년 만에 다 말아처먹고도 아직도 성이 안찼다는 말인가.

 

고충은 알지만 오직 수출이다..? 한마디로 미쳤군. 이 또라이는 대가리에 든 사상이

 

의심스럽군.."

 

 

  단순함 과격함 그리고 약간의 천박함까지 묻어나는 이 글은 바로 최근 항간을 떠들썩하게

 

한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이 쓴 글의 일부이다. 필자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이 글이 바로

 

필자가 지난 8월 한 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미네르바가 자기 글에 전재를 하고 덧붙인

 

논평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환율이 오르면 물가상승의 고통이 있지만 수출에  좋고,

 

환율이 혹시 너무 하락해서 국제수지 방어에 실패하면 위기가 오고 이 경우 경제적 약자가

 

더 큰 고통을 당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결국 환율은 올랐고 이는 10월 이후의

 

경상수지흑자에 도움을 주었다).  당시 미네르바는 필자의 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세한 이유 설명 없이 이처럼 일방적인 주장만을 펼쳤을 뿐이고 이를 뒤늦게 발견한

 

필자는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적절한 대응방법을 찾지 못한 채 분에 못 이겨 혼자

 

씩씩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손님이 없으면 몰라도, 식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음식점에서 애들이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녀 남의 국그릇을 엎고 젓가락이 공중에 날아다니는데도 "애들은 뛰어놀 자유가

 

있다" 고 주장하며 두둔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용히 식사할 자유가 침해당하는

 

상황에서는 누군가 좀 나서줘야 할 필요도 있다. 익명의 공간에서 글만으로 승부(?)를

 

걸다 보니 자극적이고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글의 조회 수가 증가한다. 실제로 미네르바의

 

글들은 욕설도 많고 산만하고 감정적인 요소도 다분하다. 그렇지만 욕설과 그럴듯한

 

경제분석이 같이 제시되다 보니 글을 읽을 때 재미가 있고 결국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예를 들어 10월 하순 미네르바가 한국이 IMF 지원을 받는다는 언급을 한 날 주가는

 

엄청난 폭락을 했다. 극대화된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당시 IMF가

 

검토한 것은 추가조건 없는 통화 스와프(swap-교환)였고 이는 오히려 호재였지

 

악재는 아니었다. 그의 분석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었던 대목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글에 나타난 극도의 비관적 견해를 보면서 열광을 했다.

 

 

  법에 보면 미필적 고의(故意)라는 개념이 있다. 독이 든 음료를 대중이 이용하는 공중전화

 

박스에 두고 나왔다면 누가 마실지 몰랐더라도 피해 발생시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12월에 올린 글에서 그는 정부가 달러매수 자제 공문을 보냈다는 주장을 했다. 말 그대로라면

 

우리는 명백환 환율조작국이 되는 셈이다. 당시 그는 조회수 10만을 기록할 정도의

 

유명인사였고 본인도 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에서 그는 확인 안 된

 

부분을 사실인 듯 고의로 올리는 것은 자제했어야 했다.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nor Training)족은 고용, 교육, 훈련 셋 중 어느쪽도

 

아닌 상태에 있는 그룹이다. 둥지족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독립하지 못한 그룹이다.

 

그러고 보면 새 직장에 나가기 직전 구속된 미네르바 박모씨는 니트족이자 둥지족이었던

 

셈이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첫째 젊은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상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준다. 또 소위 니트족이나

 

둥지족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시스템에 대해 얼마나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 부화뇌동을 자제하고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는 점도

 

깨닫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정부과녜자들의 말이 가볍고

 

우습고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어떤 파장이 올 수 있는지를 명백하게 지적해준다.

 

 

  명색이 경제학자이고 교수인 필자는 인기 있는 인터넷 논객으로부터 별 이유 없이

 

"또라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그가 익명이었기 때문에 혼자 홧김에 포장마차로 달려가

 

쓴 돈은 아직 보상받지 못했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외부불경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 미네르바를 만나 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꼭 한번

 

듣고 싶은 심정인 것 또한 사실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과연 구속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저 역시 아직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만

 

확실한건, 스스로의 인지도와 글의 파급성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저런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다수의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 죄는

 

분명히 미네르바 스스로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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