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과 전국언론노조, MBC가 언론관계법 개정을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칼날을 벼리고 있다. 주요 쟁점은 대기업, 신문의 방송 진출 허용문제다. "보수세력의 언론 장악 음모" 이며,
"시대착오적인 악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10년 전쯤이면 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현 미디어 상황에서
나올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대기업, 신문이 "지상파 방송사"를 소유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
해봐도 이해가 안 가는 주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미 골칫덩이다. 몇 년후가 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소유는 커녕 투자가치조차 미미하다.
지상파 방송은 흔히 미디어 최고 권력으로 여겨져 왔다. 최상의 접근성을 지닌 "전파 권력" 이어서다. 그러나
이것이 허상이다. 당장 서울 시내에서 TV수상기에 안테나만 꽂아 봐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화면이 안 잡힌다.
각 방송사가 송신 투자를 중단해 도시 지역에서는 안테나만으로는 제대로 된 화면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을 어떻게 시청할까? 케이블망을 통해서다. 현재 케이블 TV는 단자 수 기준으로
1500만명이 가입된 상태다. 실제 시청하는 인원은 당연히 이보다 더 많다.
이에 따른 변화는 크다. 지상파 방송 시청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대신 케이블 TV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같은 접근성하에서는 이런 결과가 나온다. 그나마 지금은 지상파 채널이 "앞 번호"를 차지하고 있어
상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곧 이런 우위도 사라지게 된다.
IPTV시대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방송 미디어의 미래"라고 예견되는 형식이다. IPTV시대가 열리면
전파는 바로 낡은 유물로 넘어간다. 지상파 방송사는 기존 권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IPTV는 사용자 중심 TV포털
형식이어서 "앞 번호"의 유리함 따위는 아예 사라진다. 그나마 지상파를 유지시켜 주는 "브랜드 가치" 조차 폭락한다.
현재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메이저 언론사 뉴스가 절대 선호되지 않는다. 본래 사용자
중심 미디어란 제작사 브랜드 가치 폭락과 콘텐츠 중심 재편을 의미한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 소유는 조금만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있더라도 "절대 택할 수 없는" 방향이다. 지금 당장도
규모가 큰 케이블 채널 하나 신설해 채널 "앞 번호"만 따놓으면 된다. 접근성 면에서 지상파 방송과 다를 게 없어진다.
긴 안목으로는 당연히 IPTV를 준비하는 게 낫다. IPTV시대엔 오히려 절대 지상파 방송에 접근해선 안 된다.
사용자 중심 환경에서 종합편성채널이 불리하다. 전문 미디어가 선호된다. 포털 사이트 뉴스 페이지에서도
경제, 연예 전문 인터넷 매체들이 종합지 콘텐츠를 앞지른 지 오래다.
물론 이런 상황이라 해도 민주당, 전국언론노조, MBC주장의 "핵심"은 여전히 남는다. 지상파 방송이건 케이블 TV건
IPTV건 간에 방송은 거대 자본만이 차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자본을 갖춘 보수세력이 언론 장악을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과는 다르다.
IPTV는 이론적으로 990개 채널까지 신설 가능하다. 케이블 TV를 몇 배나 앞지르는 열린 환경이다. 문턱이 지극히
낮고,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좌파 언론이나 단체가 들어서기 유리한 기반이다. 규모에서 밀리면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느냐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 애초 방송 콘텐츠는 규모 싸움이 아니었다. 지금도 각종 악조건 속에서
값싼 케이블 콘텐츠가 지상파 콘텐츠를 종종 앞지르곤 한다. 1990년대 중반 대기업들이 자본만 믿고 영화 콘텐츠시장에
진입했다가 모두 퇴출을 당한 사례도 있다. 아이디어와 관점, 방향성이 문제다.
새로운 언론법의 환경은 좌파 언론이나 단체에 오히려 기회다. 이들은 늘 메이저 언론사 배급망이 압도적이어서
독자들이 공정한 선택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주장해 왔다. 그래서 신문공동배급제 주장도 나왔다. 다가올 IPTV시대는
공동배급 발상의 완성 형태다. 접근성 면으로 모두가 동일한 시작점을 갖는다.
지금 정작 고민해 봐야 할 것은 IPTV의 콘텐츠 편집권 문제다. 이미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에서도 드러난 문제다.
상황이 IPTV에서도 재연되면 곤란하다. IPTV 통신망과 플랫폼을 장악한 거대 통신재벌 견제가 현 시점의
진정한 논의 사안이다. 이처럼 현실적인 쟁점을 무시하고 철지난 음모론이나 읊고 있다면 시대착오적인 것은 과연
어느 쪽일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이 문 원 - 실크로드 CEO포럼 전문위원
사실 언론개혁법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설을 읽다가 전체적으로 맞는 말 같아서 참고해보시라고 올립니다.
반론이나 반박은 환영하되, 예의없는 악성 댓글은 정중히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