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는 것은 자기 집에, 자기 호주머니에 부를 끌어모으는 사람입니다. 근데 아까 말했다시피 정치지도자라는 것은 여러 사람의 호주머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경제분야로 따진다면, 부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그들이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사는 역할을 하는, 공공재를 키워나가는 사람입니다.
"정치지도자는 공공재를 확충해 나가는 사람입니다. 개인을 살찌우는 기술이 아니라 늘 공공재를 생각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이 이뤄지게 해야 하는 거지요. 경기장을 공정하게 만들고 시장의 게임을 공정하게 운영하도록 그렇게 관리해 나가는 사람이 정치지도자, 정치의 역할이거든요."
"조중동이 경제, 경제 하면서 밀고 가는데 그 프레임에 빠져 가지고 전부 경제, 경제 하고 있어요. 진보언론이라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죠. <한겨레> 독자들이나 <경향> 독자들도 다 경제를 1번으로 꼽을 걸요?"
"(이명박씨는) 구시대, 특권과 반칙 시대의 CEO거든요. 시장이 공정하던 시대의 CEO가 아닙니다. 특권과 특혜로 돌아가던 그 시절에 유능했던 CEO니까 그 사람은 공정경쟁이 요구되는 요즘 시대에도 안 맞고, 그야말로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투자국가에도 안 맞는 거죠."
"이쪽 후보는 연설은 잘하는데 감동이 없습니다. 그 후보의 삶과 행적이 감동을 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 돈 떨어졌다고 아들이 아버지 대접 안 하고, 사장 돈 떨어졌다고 전무가 '회사 부도난다, 빨리 나가라'하고, 그러니 감동이 있겠습니까? 이쪽에서 강력하게 '이런 사회를 한번 만들어보자' 그런 것이 있습니까?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기대를 주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청계천 등을 바꾼 사람이니까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정치권력에 대한 시장권력의 강세가 민주주의 위기입니다. 특히 (기업에 거의 무한대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시장권력이 정치권력·국가권력을 축소시켜 나가고 있거든요. 지금 우리 한국이 그 위치에 있지 않습니까?"
"시장권력이 정치권력의 역할을 축소시켜 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국가주도형·관주도형·개발독재형 경제를 해체시켜 나가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지요. 그러나 부작용 요소도 적지 않습니다. 국가의 권력은 (시장에서 실패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어도 시장권력과 대등하거나 시장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지요. 지금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이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거든요. 이게 민주주의 위기라는 것이죠."
"정치권력은 전 국민을 대표하는 권력이고, 시장권력은 시장에서 승리한 강자들의 권력입니다. 시장권력은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대변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정치권력이 시장권력보다 커야 된다는 것은 명백한 것입니다. 결국 궁극적인 권력은 정치권력이라야 합니다. 정치권력은 이론상 국민주권이니까 전 국민의 권력이거든요."
"언론은 전통적으로 정치권력을 견제하면서 자라났습니다. 시장권력을 견제하는 데는 본시 별로 역할이 없었어요. 정치권력에 맞서 견제하는 시민권력이었거든요,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분명히 시민권력으로서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데는 역사적 업적을 남겼는데, 지금 와서는 그들이 시장권력과 결탁해버렸어요."
"결탁할 수밖에 없죠, 구조적으로. 수입이 거기에서 나오니까. 광고 수입의 기초가 거기 있으니까 시장권력과 결탁해 가지고 시장권력을 강화하고 정치권력을 줄여나가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자연히 시장에서 패배하는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 그것이 지금 방기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방기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거기서 언론이 좀 더 커가지고 스스로 시장권력이 돼 버렸거든요. 왜냐하면 옛날에는 광고 갖고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언론 자체가 미디어 산업이 돼 버렸지 않습니까? 지금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다국적 언론재벌)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이탈리아 총리 겸 언론재벌)가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 한국의 조중동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를 보세요. 시장권력으로부터 광고를 받고 대변하는 이런 계약의 관계가 아니라 이미 시장권력과 일체화돼서 그 스스로 선봉을 차지하고 있는 거거든요."
"우리 정부가 성공을 했든 안 했든 간에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가 하려고 했던 것은 시장권력과 언론권력을 제어함으로써 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권리를 신장하고 또는 최소한의 기본선 아래로 낙오하는 사람들을 함께 끌어안고 가려고 한 것이죠."
"지금 민주주의 문제나 도덕적 가치에 대한 문제를 전부 다 무가치한 것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어요. 쟁점화가 안 되고 별 필요 없는 것처럼 그냥 묻혀버린 거죠. 그러나 결코 현실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황은 절대 그렇게 만만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위기감이 없어져 버렸어요."
"뭐가 해결이 됐나요? 내 속이 탑니다, 미치겠어요."
"내가 민주주의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없어진 게 참여정부에서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민주주의를 확장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럼 내가 그런 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아, 미치겠어."
"권력이 저쪽으로 넘어가야 이쪽 사람들이 자성도 생기고 투쟁도 생길 겁니다. 지금 사람들이 위기감이 없어지고 전부 관심을 안 갖고 있는 것은 권력이 저쪽으로 안 넘어가 있으니까 그래요."
출처 : 노무현, 이명박 선택한 국민들에 하소연
"내가 민주주의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요?"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50071&CMPT_CD=P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