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pnt 작성일 09.06.10 15: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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횽은 그나마 전역했으니 그닥 해줄말은 없다만은 이해는 한다...    

 

 

안녕하세요 그냥 톡 가끔보는 22살 휴학중인 대딩입니다.

 

저도 조만간 병역의무이행을 놓고 있는데요

 

최근에 생각을 한 게

바로 시위와 전의경의 폭력 문제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전의경을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친구이고 자식이고 조카인 사람들이다. 그들이라고 하고싶어 하는것도 아니고 명령체계라는게 그렇지 않느냐' 라면서 옹호를 하는 경우를 많이봤습니다

그치만.. 정치적 논쟁에 있어서, 이 부분은 논점이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명령체계의 이행으로 인한 폭력사태는 구조적 폭력이거든요. 개인의 의사는 알 수 없지만(가령 아 빨리 해산시키고 쉬고싶다는 마음에 죽어라 패는 전경과 아 다 우리 부모님 삼촌 숙모 동생들 같은 시민여러분인데..하면서 폭력 안쓰는 전경은 제 각각 있는법이죠) 결과적으로 전경이 휘두르는 폭력은 공권력에 의해 정당성을 지닌 구조적 폭력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쟁을 할 때, 전의경 개인의 안타까움을 끌고들어와서는 안되는거에요. 왜냐, 해결이 안나고 합리적 방안도 없거든요. 에후 ㅠㅠ 어쩔 수 없죠 ㅠㅠ 라면서 참 슬픈 현실입니다 ㅠㅠ so what? 아무 소득도 없는 싸움이죠.


전의경의 폭력진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전의경 개인의 의사는 어찌되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이걸 구조적으로 분리해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폭행치사를 걸고 넘어질 것이 아니라, 어째서 상부의 명령체계가 그런식으로 이어져 있고, 어째서 의무경찰인 그들이 더러운 짓은 다 책임져야 하는지에대해서도요.

전의경의 폭력적 모습과 시위대의 폭력적 모습은 둘 다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런 집단행동은 개인의 의사가 상당히 축소되고, 비 이성적 행동양식이 가득한 일이거든요.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행동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인적 측면, 감정적 측면에서의 논의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톡에서 보면 논의가 일어나는건 좋은데 거의 삼천포로 빠지더라구요. 특히 전의경출신 분들은 남일같지 않으니 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그러지 마세요. 아주 의미 없는 일입니다. 아무도 전의경이 우리 친구인걸 잊거나 사람인걸 잊거나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다는거 모르는 사람 없어요. 사람들은 다 그냥저냥 똑똑합니다. 그걸 굳이 일깨울 필요가 없어요. 왜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욕을 먹는가를 구조적으로 바라봐야죠. 현 명령체계의 문제. 인식의 문제. 분노대상의 문제.

그리고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만큼 비겁한 변명도 없어요. 왜냐하면 일선은 시위대와 부딫히는 전의경인데, 그 폭력의 원점을 파고들면 결국 '기합도 받기싫고, 쪼이기도싫고, 군생활 꼬이기도 싫고, 명령불복종할 수도 없고, 튀기도 싫고, 고생하기 싫고, 시위대한테 맞을수도 없고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하자' 거든요. 사실상 칼 끝에 선 사람들이 칼 끝을 무디게 만들면 표면적으로는 크게 나아질 문제인데 저런 폭력이 일어난다? 그걸 상황으로 변명하는건 비겁한 짓이에요. 시대가 그랬다. 상황이 그랬다. 어쩔 수 없다. 아니죠, 자신 내면에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이기와 편리같은 것들이 그렇게 하게 한 것을 변명하는거에요. 스스로를 희생시키느니 남의 희생을 먹고 살겠다는 거죠. 이것을 아니라고 하면 안되는거에요. 시위대를 막아봐라 라는 것 만큼 멍청하고 소모적인 이야기도 없는거에요. 그건 막고 안막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 상황과 군중심리에 편승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지마요. 그게 명령이건 아니건 자신을 지키려 했던 정당방위건 아니건 간에 작년부터 지속되어온 과잉진압 논란의 강자는 언제나 출중한 장비를 지닌 전의경들이었어요. 몰라서 하는 소리다 라고 하지만 알아서 하는 소리는 전부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에요. 아무도 희생치 않고 아무도 변하려 하지않죠. 누구도 집단에서 벗어나려하지않아요.


그런 사람들도 현 정부를 욕해요. 하지만 그런 여러분도 똑같아요. 다를 바 하나 없어요. 왜냐, 저 위의 저들이 하는 행동양식도 결국 같은 기저심리에서 오거든요. 저 상황에 오면 똑같은 선택을 할 사람들 이라는 겁니다. 싸우지 않고, 희생하지 않고, 고통받지 않고. 스스로의 안위를 지키려는 본능적인 인간의 행동양식에서 오는 일들. 스스로가 속한 집단내에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 것 . 똑같아요. 욕할 것 하나 없어요.


제발 당당해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숨지마세요. 스스로가 행한 일에 똑바로 마주하셔야죠. 그런식으로 논점을 벗어나서 피하면 안되는거에요. 스스로가 저항하지 못함을 부끄러워 할 줄은 모르고 그걸 어쩔 수 없다고 말하다니. 그러면서 나쁜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열심히 욕하겠죠. 똑같아요. 그들도 똑같이 어쩔 수 없고 상황이 그랬고 이 집단에서 무사히 살아남기위해 그런 선택을 하는거니까요. 그러면서 스스로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에이, 그러지 마세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그거에요. 전의경 여러분들이 고생하는거 모르는 사람 없어요. 하지만 무장없는 사람 패는일 1년간 쭉 있어왔어요. 노인도 학생도 여자도 다 후려패고. 명령이죠. 어쩔 수 없었죠. 힘들었겠죠. 알아요. 근데 그걸 합리화 시키지 마세요. 당신의 속을 그런식으로 썩었다고 증명하지 말아요. 저항하지 못한 자신에게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는 인간이 되지 마세요. 매번 전의경이 욕먹을 때마다 그런거 들고나오시는 분들보면 논점을 똑같이 이렇게 가져가야해요. 개인의 문제로. 당신들은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서 남을 패는 걸 아무렇지 않게 할 수있었을 뿐이라고. 본질은 그곳에 있다고.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인의 문제는 몇배로 힘들어져요. 그러니까 앞으로 전의경논란에서 왠만하면 개인의 관점은 좀 배제했으면 좋곘어요. 아침부터 이렇게 써 놓은거 보시면 아시겠지만, 개인의 관점으로 봤을때 얼마나 기분이 상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시위대와 전의경에 폭력과 분노의 대상에 대해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상 찌그레기 피시방 알바의 말이었슴다..
긴 글 읽어주신분들 감사드려요.

 


전의경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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