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전주시 여성단체 회원들 모시고 김해 봉화마을을 방문했었습니다.
그때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때라 임시로 마련된 마을주차장은 이미 자가용과 버스 등으로
만원이고 버스를 돌릴 곳이 없어서 난감해하고 있는데, 의경이 "사저 앞을 지나면 좁은 길 나오는데 그 길 따라가면 버스 돌릴 수 있을 거에요" 하더군요.
의경 말만 믿고 버스 한 대 간신히 지나갈만한 농로 끝까지 들어갔습니다. (도로가 아니고 시멘트 포장된 경운기 도로더군요-_-)
혼잣말로 xxxxx.... 여기서 어떻게 버스를 돌리냐 성질 내면서, 후방카메라를 켜고 몇 번을 왔다갔다하면서 버스를 돌리고 있는데, 버스 후방카메라에 비치는 낯익은 얼굴.
"헉,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께서 "오라이오라이 ...스돕~~" 하시더이다.
몇 분의 고생 끝에 간신히 버스를 돌려놨더니 버스 옆에 서시더군요. 문을 열어드렸더니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아이고, 멀리 전북에서(버스 넘버아니면 버스옆의 「좋은곳」 홍보 문구보고 아셨겠죠^^) 오싯능데 이래 큰 차를 여기서 돌리느라 고생하셨습니다"하면서 배꼽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논에 갔다오시는 길인지 장화에 허름한 점퍼를 입고 있었습니다. 버스에 올라오기 전 장화를 벗으시더니,
"장화에 흑이 마이 무덨는데 벗고 올라가는게 예의겟찌요?"하시길래,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했는데도 그냥 맨발로 올라오셨습니다. 수행하시는 세 분도 일제히 장화와 신발을 벗으시더군요.
버스 안에 올라오시자 일제히 쏟아지는 박수소리와 함성소리에 손사래를 저으시더니 마이크를 잡고, "저는 박수받을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평범한 농사꾼일 뿐입니다."라고 첫마디를 꺼네시더군요.
그때 한 여성단체 회원이 "그라믄 농사꾼은 새꺼리로 막걸리를 한잔 찌크러부야 힘쓰제잉. 일단 막걸리 한잔 해부쇼잉" 하며 막걸리 한사발과 김치 안주를 건네자, 대통령은 "맞습니다. 맞고요~ (센스쟁이 ^^ㅋㅋ)"하며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시더니, "캬~" 소리와 함께 "막걸리도 최고, 김치도 최고. 역시 전주는 최곱니다." 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시더라고요.
그렇게 10여 분을 버스에 머무르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시다가, 오늘 만나볼 사람들 많다며 끝인사를 하신 뒤, 저에게 악수를 청하며 "끝까지 안전운행 부탁드립니다."하고 버스에서 내리셨습니다.
짧은 일화이지만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매스컴에 자주 비춰졌어도 이정도 일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직접 만나본 노무현 前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거리감등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그냥 옆집 아저씨 같았습니다. 인간다운 냄새가 나는 그냥 옆집 아저씨... 그렇게 기억되기에 어제 서거 소식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해맑게 미소 짓던 그 모습 많이 그리울겁니다. 이제 하고싶은 말 거리낌없이 하며 언론, 정당, 주위국가 눈치 안봐도되는 곳에서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여곡절 많은 63년 인생 살다가신 노무현 前 대통령,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펌]
ps. 기존에 올렸던..
PD수첩이 본 4대강 '수질, 얼마나 좋아지나' 게시물이 저작권 보호요청이 들어와서...
게시물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