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월 14일] '미수다' 같은 프로는 없애는 게 좋다
결론부터 말해 KBS 2TV '미녀들의 수다'는 공영방송에서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프로그램이니 없애는 게 좋다. 9일 방송에서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고 말해서 빚어진 파문 때문만은 아니다. 본래의 목적과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에서 유학 온 젊은 여성들이 문화가 다른 한국에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의 경험담을 통해 한국의 생활과 문화의 장ㆍ단점을 확인하고, 다문화 사회와 글로벌시대에 바람직한 가치관과 태도 등을 생각해보자는 데 그 뜻이 있었다. 그들의 엉뚱한 이해, 어눌하지만 날카로운 비판, 눈물의 고백과 하소연이 우리의 그릇된 성문화와 인생관, 인종차별의식을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잠깐 뿐, 갈수록 선정과 자극, 말초로 치달았다.'미녀'라는 제목부터 그렇듯'미모지상주의'에 빠져 외모로만 출연자를 선정하고, 미모와 국가와 인종에 따라 출연자를 차별하거나 교체했다. 외국인 출연자들을 동물원의 동물 취급한다는 인상마저 풍겼다. 선정적 의상과 과다 노출, 성에만 초점을 맞춘 대화로 남성시청자들의 관음증과 흥미를 의도적으로 자극했다.
이번 여대생 특집에서 터져 나온'루저녀'파문도 제작진의 그릇된 태도와 의식, 무책임의 산물이다. 출연자의 자유발언이라 해도 마땅히 걸러야 했다. 그런데 한 술 더 떠 그렇게 말하도록 대본을 짜놓고 그 사실을 숨기려 했다. 한심하고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발언 당사자만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에 걸려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아직도 이런 프로그램, 이런 자세를 가진 KBS가 공영성을 주장할 수 있나. 지상파 TV에까지 막말과 선정성, 인격 비하가 판을 치고 있는데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네티즌들은 방송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발언자에 대한 무분별한 인권 침해나 비난은 삼가야 한다. 그보다는 방송에 대한 냉정하고 날카로운 비판이 올바른 '시청자 운동'일 것이다.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911/h200911132056417607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