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년 전 건설이 중단된 한국형 경수로 건설 현장의 장비와 자재를 무단 반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북한이 지금까지 한 행동으로 볼 때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약 밀매나 위조지폐 제조, 무기밀매 행위 등 외화벌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던 북한 당국이 품안에 들어온 보물을 가만 놔둘리 있겠는가?
북한의 경수로 사업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 않기로 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1997년 8월 착공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북한이 약속을 저버리는 바람에 지난 2005년 말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경수로 사업이 파국을 맞자 북한은 장비 반출을 금한 채 우리 근로자들을 추방하듯 모두 내 쫓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 경수로 공사를 위해 11억 3천만달러(당시 환율로 1조 3655억원)를 부담했는데 모두 허사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가 철수한 이후 그곳에 있던 190여대의 차량과 크레인, 굴착기 등 중장비 그리고 철근과 시멘트 등을 반출해 임의 사용한 것 같다.
이는 북한과 KEDO 간 합의사항을 위반했다는 사실 이전에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도적 행위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북한에 투자한 모든 시설이나 자재는 우리 것이 아니라 북한 것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위해 건설한 각종 시설물은 물론이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설비 시설도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기들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북한은 한 번 그곳에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거대한 블랙홀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