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전여옥

행동반경1m 작성일 10.01.29 02: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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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좋아한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인간 노무현의 최후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었다.

 

법을 어겼는지에 관한 실체적 진실과는 다른 층위에서, 노무현은 자신이 상징했던 가치를 스스로 파괴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래서 최후를 맞았다. 누군가의 진심이 살아생전 결코 헤아려질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의 비극이다. 노무현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사진)이 <일본은 없다> 표절 의혹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1심에 이어 두 번째다.

 

르포 작가 유재순씨는 <일본은 없다>에 대해 (전여옥 의원이) 자신의 취재내용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끝내 이를 입증했다. 언젠가 전여옥 의원과 그녀의 남편이 유재순씨에게 했다는 협박의

 

내용을 보았다. 만약 어느 영화에서 이런 식의 대사가 나왔다면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단순하다고 비판했을 것이

 

다. “유재순씨, 우리에게는 돈과 힘이 있습니다. 가만 안 둘 겁니다.”



전여옥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두 번째 패소에 대해 글을 남겼다.

 

그녀는 “많은 분이 함께 분노하고 가슴 아파해 주셨습니다”라며 “저 역시 쉽지 않은 일주일이었지만 잘 견디고

 

일어섰습니다. (중략) 저는 당당합니다. 제 자긍심을 그 어떤 것도 손상시킬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가슴 아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대다수는 전여옥 의원이 아니라 다른 쪽 때문에 그리한 것이었다.

 

전여옥 의원은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으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실패했다.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 스스로 자신은 정말 무고하다 믿고 있음이 틀림없다는 데서 오는 끔찍함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한 가지 흠집을 무마하는 데 열 가지 세계관을 내세워 낯빛 한 번 바꾸는 일 없이

 

스스로를 지켜낸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한 줌 봄바람에도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원망하다 끝내 주변과

 

스스로를 망친다. 비아냥 섞인 세상의 손가락은 주로 후자를 겨냥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자멸하는 순간,

 

세상의 손가락은 가장 빠르고 침통하게 애도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구제한다.

 

그렇게,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조금씩 사라져간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살아남기에 세상은 너무 어른스럽고, 아프다.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허지웅(자유 기고가)

 

 

 


전녀오크 ~ 돈과 힘은 있을지 모르나 뇌가 없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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