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검사 출신의 한 검찰 고위간부는 사석에서 “요즘 공안검사실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들을 보면 공안사범은 ‘확신범’이라는 얘기는 옛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한 말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1970, 80년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집회·시위 사범은 대부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검사나 수사관이 법을 어긴 부분을 추궁하면
사실관계는 다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기 일쑤였다.
그들은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으로 향하는 순간까지 자신이 한 일을 부인하거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공안사범들은 다르다.
수사기관에서 온갖 물증을 들이대도 자신이 한 일을 부인하거나
아예 입을 다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공안수사기록은 종종 1000쪽을 훌쩍 넘길
만큼 두꺼워진다. 당사자나 참고인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범죄혐의를 입증하려다 보니
검찰이 e메일과 통화명세 조회기록, 금융거래 명세 등 각종 물증을 첨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노조원들의
민주노동당 당원 가입 수사에서도 보인다. 수사 대상자들은 경찰이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를 낸 사실까지 확인했는데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묵비권은 법적으로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입을 굳게 다물면서 장외(場外) 논쟁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 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교조와 전공노, 민노당은 수사대상자들의
당원 가입이나 당비 납부 사실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하지만 경찰서 문밖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은 외면한 채 이번 수사가 ‘반(反)민주적 정당파괴 행위’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대상자들의 투표기록 확보를 위해 서버 압수수색을 하려는 것을
민노당이 막으면서 위법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압수수색이 불법이라면 영장을 내준 법원은 위법한 수사에 적극 협조한 공범
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민노당은 지난달 14일 강기갑 대표의 국회폭력 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 “이 땅에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굳건히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며 환영 논평까지 냈다.
이번 사건의 실체는 법원이 차차 판단해줄 문제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고 가르치는 공무원, 교사와 입법부 구성원인 원내 정당이
최근 보여준 법치주의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분명한 반성이 필요하다.
전성철 사회부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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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서버1개 빼돌렸다며?? ^^
잘한다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