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이(1학년)가 친구와 식당에 갔는데 (친구가) 급식 미납자라고 돌려보냈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저녁도 못먹고 자습을 했다고 합니다. 친구네 집 형편이 몹시 어렵다고 하는데 급식비를 안냈다고
급식을 중단하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닌가요."
경기도 안양의 한 고등학교가 급식비를 미납한 학생들의 급식을 중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
ㅊ고교는 방학이 끝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졸업식 등을 제외한 3일동안 급식비 미납 학생 30여명의
중식과 석식의 급식을 중단했다. 한달 평균 급식비는 5만5000원 가량으로 급식 중단은 지난해 3개월 이상 급식비를
미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학생들은 이 기간동안 밥을 굶은 채 밤 10시까지 자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이 밝힌 중단 사유는 운영비 부담 때문. 학교 관계자는 "2008년부터 2년동안 급식비를 단 1원도 안낸 학생도
있다. 급식비 미납액만 총 2000여만원이다. 급식비는 다른 것과 달리 수입자 부담(학부모 부담)이기 때문에 다른데
서 보충할 성격도 아니다"라고 급식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학교 측은 급식 중단 조치와 관련, 3월 개학 이후에도 학부모들에게 학교 측의 방침을 자세히 홍보한 후 급식 제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기초수급대상의 학생들은 이미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미납 학생들의
대부분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급식비를 안내도
급식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급식비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면서 "형편이 어려운 얘들은 별도의
대책을 만들겠지만 이런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급식 중단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초수급대상의 조건이 안돼 지자체 지원을 못받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고, 기초수급대상임에도 어린 학생들이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해 학교 측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한 교사는 "우리 반에는 그런 학생들이 없지만 옆에 반에는 정말 가정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나 수업료를 못내는 학생
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세밀한 가정환경 조사가 선행됐어야 했다. 지난해 11월 교장과 교감, 학년부장
등이 참석한 부장회의에서 이같은 급식 중단 방침이 검토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조사할) 시간도 충분했는데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추진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실현 경기추진본부 박미진 위원장은 "아이들 급식은 먹는 문제를 떠나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급식을 중단하는 일은 교육현장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원칙적으로 무상급식으로 가야 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향닷컴 안광호 기자 ahn7874@kh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