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한 것을 두고 일부 야당이 “공론화 과정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밀실외교”라고 비판하고, “전작권 환수 연기와 한미 FTA 신속비준이라는 사상 초유의 가장 더러운 빅딜”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는데 정말 그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 말대로 전작권 전환 연기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정치권은 또 다시 갑론을박하면서 세월만 보낼 것이 뻔한 일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후 세계 각국이 대북규탄결의안을 내놓고 있는데도, 우리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도 믿지 못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야당의원들이 우리 국가안보만을 생각해 순수한 마음으로 이에 응할리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전작권 환수 연기와 한미 FTA 신속비준이 더러운 빅딜이라고? 사실 이 두가지 모두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미 FTA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면 미국 의회가 아직까지 상정조차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었겠는가? 또 전작권을 미국에 맡긴 것이나 이번에 연기를 요청한 것도 모두 우리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것을 더러운 빅딜이라니?
그러면 천안함을 침몰시킨 김정일에 대해서는 비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남북화해협력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그러고 보니 전작권 환수를 결정한 것이 바로 그들이었지. 국방주권과 자주라는 말로 포장해서 말이다. 또 남북화해협력 역시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가장 큰 업적(?)이니 그런 것들이 무너지면 지난 10년의 공이 모두 무너져 버리는 셈이 되는가? 하지만 한미 FTA도 그때 나왔는데...
전작권 전환시기를 연기하는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사안인 만큼 자존심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또 불가피하게 전쟁이 일어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원에서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불가피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