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유모(77) 할머니는 1999년 9월 남편(1932년생)이 숨졌지만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아들이 먼저 사망해, 남편과 함께 국민연금(유족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남편 사망신고를 하면 받을 연금액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남편 사망을 숨긴 사실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공단이 80세 이상 수급자 전수(全數) 현장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단 직원들이 두 차례 집을 찾아갔지만 유 할머니는 번번이 "남편이 잠깐 집을 나갔다"며 그들을 속였다. 이를 의심한 공단 직원들이 '반드시 본인(남편)을 확인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보내자 그제야 할머니는 실토했다. 무려 13년여(156개월) 동안 사망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 기간은 국민연금공단이 적발한 부정 수급 중 최장(最長)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할머니가 13년 동안 부정 수급한 1260만원을 환수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유령 수령자'를 찾아내기 위해 촘촘한 시스템을 갖춰 놓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주민등록 전산망, 전국 병원의 사망 진단서를 확인하고,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 화장장(火葬場)에서 처리한 사망자 명단, 전국 장례식장의 사망자 기록까지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전산 자료 확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2009년부터 고령 수급자부터 순차적으로 현장 조사까지 벌이고 있다. 2010년엔 80세 이상 고령 수급자, 2011년엔 75세 이상 고령 수급자와 중증 장애를 갖고 있거나 혼자 사는 70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사망했지만 국민연금을 받은 건수가 2010년 2527건에서 2011년 1232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연금공단은 밝혔지만, 현장 조사가 부실한 데다 '유령 연금'을 타내는 수법도 교묘해져 통계가 정확한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은 "1년 연금공단 현장 조사 대상자가 전체 수급자의 1%에도 못 미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