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의 전쟁...

BUBIBU 작성일 13.01.23 18: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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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 사망신고 안 하고, 동료 시신을 방안에 그대로 두고 '끔찍'… 복지기관 드디어 '유령과 전쟁' 시작

전수 현장조사했다더니 1%도 안해
복지비 부정수급 사각지대 광범위… "부정수급자 적극 처벌해야"

부산의 유모(77) 할머니는 1999년 9월 남편(1932년생)이 숨졌지만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아들이 먼저 사망해, 남편과 함께 국민연금(유족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남편 사망신고를 하면 받을 연금액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남편 사망을 숨긴 사실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공단이 80세 이상 수급자 전수(全數) 현장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단 직원들이 두 차례 집을 찾아갔지만 유 할머니는 번번이 "남편이 잠깐 집을 나갔다"며 그들을 속였다. 이를 의심한 공단 직원들이 '반드시 본인(남편)을 확인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보내자 그제야 할머니는 실토했다. 무려 13년여(156개월) 동안 사망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 기간은 국민연금공단이 적발한 부정 수급 중 최장(最長)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할머니가 13년 동안 부정 수급한 1260만원을 환수했다.

2013012300171_0.jpg국민연금공단·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복지비를 지원하는 기관들이 '유령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복지비를 계속 타가려는 유족이 적지 않아 세금(복지예산) 누출에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최근 노인들에게 주는 복지 혜택 종류가 늘어나면서 사망 사실을 숨기려는 유족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산재보험·기초노령연금뿐 아니라,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장애인연금 등도 사망하면 복지비 지급이 중단되는 서비스에 속한다.

인천 조모(48·무직)씨는 지난해 10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동료가 사망했는데도 석 달 동안 시신을 방안에 그대로 둔 채 동료 대신 기초생활 급여를 받아 썼다. 충남 당진의 최모(1939년생)씨는 9년 전인 지난 2004년 사망했다. 그러나 유족은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최씨 이름으로 지난해 2월까지 96개월 동안 국민연금을 1000만원 넘게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령연금'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2010년 도쿄의 최고령 노인으로 등록됐던 사람이 실제는 30년 전에 숨진 것으로 드러난 후 일본 정부는 의심스러운 연금 수급자 34만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572명이 사망했거나 실종 상태인 것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유령 수령자'를 찾아내기 위해 촘촘한 시스템을 갖춰 놓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주민등록 전산망, 전국 병원의 사망 진단서를 확인하고,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 화장장(火葬場)에서 처리한 사망자 명단, 전국 장례식장의 사망자 기록까지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전산 자료 확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2009년부터 고령 수급자부터 순차적으로 현장 조사까지 벌이고 있다. 2010년엔 80세 이상 고령 수급자, 2011년엔 75세 이상 고령 수급자와 중증 장애를 갖고 있거나 혼자 사는 70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사망했지만 국민연금을 받은 건수가 2010년 2527건에서 2011년 1232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연금공단은 밝혔지만, 현장 조사가 부실한 데다 '유령 연금'을 타내는 수법도 교묘해져 통계가 정확한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은 "1년 연금공단 현장 조사 대상자가 전체 수급자의 1%에도 못 미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1년 이상 부정 수급 적발 사례는 1만건당 1건 이하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그러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바로 매장하거나 인천 시신 보관 사건처럼 매장도 하지 않을 경우 파악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정 수급 복지비를 환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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