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후보자 적격 동의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투명해졌다. 김성태 의원의 이 후보자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의사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에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또한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을 경우 박근혜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23일 YTN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민의 기대에,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그런 법관을 꼭 우리가 헌재 소장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이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재까지 "적격 동의에 쉽게 응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김 의원은 "그런데 생각이 입장의 변화는 별로 있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이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에 동의하지 못하면서 이전까지 여야 합의로 채택됐던 청문 보고서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청문특위 위원 13명 중 새누리당 위원은 7명인데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부적격 입장을 고수한다면 청문 보고서가 최종 선택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강기정 의원이라는 점, 현재까지 청문보고서 채택 절차인 심사경과보고서가 강행처리가 된 전례가 없다는 점 등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의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3일 안에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만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처리할 경우 국민 여론은 악화되고 헌재의 신뢰성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이치열 기자 truth710@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의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항공권깡' 의혹, 부부동반 해외출장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입장이지만 22일 밤에 터진 특정업무경비의 MMF 계좌 이체의 경우 이 후보자의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의원은 "오랫기간동안 법관으로 고위공직자로 살아온 이동흡 후보자가 도저히 믿기 어려울만큼 자기관리나 주변관리를 정말 잘못했다는 그런 사실"이라며 후보자 적격에 동의할 수 없는 근거를 댔다.
이 후보자가 친일 재산 환수 문제에 대해 위헌 의견을 제시한 것 뿐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결정을 두고도 각하 의견을 내면서 국민 정서상 헌재소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연이은 의혹을 제기했던 야당 역시 내부적으로 부적격 의견에 동의하면서 임명 강행시 이 후보자를 횡령 혐의로 고발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전해지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후보자의 의혹은 공금횡령혐의에 해당된다며 법정 소송와 관련해 "그런 것도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이번 인사는 이것은 박근혜 당선자가 이제 함께 할, 앞으로 6년 임기면 정치적으로 함께 할 헌법재판소장이지 않느냐"며 "그래서 이것을 남의 일 보듯이 또는 강 건너 불 보듯이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명 강행시 박근혜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가 이 후보자의 의혹을 속시원히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정업무경비의 증빙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헌재가 이 후보자를 비호하는 모양새를 취할수록 헌재의 신뢰성이 그만큼 깎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의 최종임명을 둘러싼 첫 격돌은 오는 24일 인사청문특위 소속 여야 의원이 참여해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는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