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30일 “일할 능력 검증보다 죄인 심문하듯 신상 털기에 치중하는데 과연 누가 나서겠는가”며 현행 인사청문회 과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청와대의 안가(安家)에서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을 초대해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대선 과정에서의 노고를 위로하는 성격의 오찬으로 박 당선인은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여당 간사를 맡은 권성동 의원은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정말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청문회 과정 등을 지켜보며 오히려 (총리나 장관 등에) 나서는 것을 기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당선인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임명 닷새 만에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않고 스스로 낙마한 것과 관련해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각종 의혹제기로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일부 국회의원들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청문회를 진행하는 게 (본인들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하며 가족까지 검증하는데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을까 걱정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이에 일부 참석자가 “예수도 인사청문회에 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농을 던지자 박 당선인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언론의 ‘밀실인사’ 지적에 대해 두 세명의 후보를 내놓으면 언론이 ‘신상털기’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내가 밀실에서 후보를 정한다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가령 후보군 2~3명의 이름이 알려지면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 않을 사람까지도 신상 털기로 피해를 볼 수 있지 않으냐.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다. 나도 참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당선인은 31일 오후에는 전국 17개 시, 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고 지역 균형발전,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