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완성한 너클볼. 결국 사이영까지 가져갔던 투수.

산왕공고 작성일 20.05.28 12: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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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너클볼의 전설로 꼽혔던 팀 웨이크필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너클볼러의 신화를 만든 선수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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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R.A 디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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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키는 1974년생 투수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도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1996년 드래프트서 텍사스 레인저스가 1라운드에서 뽑아 나름 상위권에서 지명됐는데요. 문제는 디키가 선천적으로 팔꿈치 인대 하나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때문에 원래 계약금에서도 80% 넘게 삭감된 금액을 제시 받았는데요. 이 때 디키는 팔꿈치 보험을 들어 놓아서 만약 야구를 완전히 그만둘 경우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디키는 야구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저 푼돈 계약을 받아들이고 야구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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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여곡절을 겪다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습니다. 2003년과 2004년에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며 활약했는데, 그 때 박찬호 선수의 자리를 많이 메웠다고 하네요. 실제로 박찬호와 디키는 서로 투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디키가 본격적으로 너클볼러가 된 건 2005년부터라고 합니다. 150km 초반의 빠른 공과 싱커를 바탕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던 그가 어깨 부상 이후에 구속이 140km도 안 나오게 됐다고 하네요. 디키의 할아버지도 너클볼 투수여서 몇 번 던져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 번 던졌던거지 주무기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결국 너클볼러가 되기로 결정한 디키이나,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장 너클볼을 제대로 가르쳐줄 코치가 없어서 독학으로 배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텍사스 구단이 구단의 레전드 투수 찰리 허프를 소개하며 너클볼을 배우게 되었죠. 허프의 자택에 두 번이나 찾아가 너클볼을 배웠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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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마이너에서 성적이 좋아졌지만 메이저에서는 한 경기서 피홈런 6개를 맞을 정도로 처참하게 난타를 당하고 끝내 텍사스를 떠나 시애틀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시애틀로 이적 후 디키에게 또 한 차례 기회가 오는데, 바로 팀 웨이크필드와의 만남이었습니다. 2008년 보스턴과 시애틀의 시리즈가 있었는데, 상대팀임에도 웨이크필드가 무려 1시간 가까이 디키한테 너클볼을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상대팀 선수한테 자기 무기를 가르쳐주는 것이 야구 통념상 거의 없는 일인데, 유니크한 두 투수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죠.

 

여기에 디키는 2008년 말에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포츠캐스터로 33년간 활동한 데이브 니하우스를 통해 또 다른 너클볼의 전설 필 니크로를 소개받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려 3명의 너클볼 전문 투수의 지도를 받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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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키는 시애틀을 떠난 후 미네소타에서 1년을 보내고 2010년 뉴욕 메츠로 향합니다. 메츠에서 마이너 계약을 할 정도로 기대를 안 받고 있었는데, 2010119ERA 2.84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면서 선발로 자리잡습니다. 2011년에는 813패로 다소 패전은 많았으나, 208이닝에 ERA3.28를 기록해 선발 한 축을 맡아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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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해. 디키는 최고의 시즌을 보냅니다. 무려 233.2이닝을 투구하면서 206, 2.74ERA를 기록했고, 여기에 23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최다이닝과 탈삼진 부문에서 내셔널리그 1위를 차지합니다. 이 성적을 기록하며 마침내 너클볼러 사상 첫 사이영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무려 만 38세의 나이에 말이죠. 한편 디키에 대한 비화가 있는데, 복부 근육이 파열된 채로 시즌을 쭉 치렀다고 하는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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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즌을 보낸 디키는 다음시즌 트래비스 다노, 노아 신더가드와 트레이드되며 토론토로 향합니다. 토론토와 트레이드 후 33천만 달러의 연장계약을 맺습니다. 토론토에서 2년동안 2년 연속 200이닝을 소화하며 14승을 올렸지만, 내용이 사이영 시절만 못했습니다. 제구력이 떨어졌고, 히트 바이 피치가 늘어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죠. 그래도 2013년에는 골드글러브를 수상해 나쁘지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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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2016년 토론토에서도 꾸준히 10승을 올렸으나 시간이 갈수록 세부수치는 안 좋아졌습니다. 2016년에는 결국 평균 이닝수마저 급감해 169.2이닝에 그쳤습니다. 2017년 초에 175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애틀랜타로 이적했는데, 190이닝에 1010, ERA 4.26으로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 때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국 이 시즌을 끝으로 가족과 더 있고 싶다는 말을 꺼내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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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져 있듯 디키의 주 무기는 너클볼입니다. 하지만 웨이크필드와는 다르게 너클볼이 20km이상 빠릅니다. 웨이크필드가 60마일, 100km대였다면 디키는 70~80마일대로 115~120km대로 너클볼 치곤 상당히 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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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필드와 비교하면 디키의 공이 웨이크필드와는 많이 빠른데, 하나의 차이가 더 있다면 디키는 빠른 공과 서클체인지업도 잘 던졌습니다. 너클볼만 생각하다가 130km 중후반의 빠른 공과 너클볼과 비슷한 궤적과 구속의 서클체인지업에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제가 보더라도 너클볼과 체인지업이 궤적이 비슷해 구분하기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오늘은 대기만성형의 너클볼 투수. 디키에 대해서 적어봤습니다. 다음에 적을 선수도 메츠 투수가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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