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선수 모두 준비됐다. 남은 건 시간과의 싸움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현재 외국인 타자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1루수인 르윈 디아즈와 계약이 임박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디아즈가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하려면 오는 15일까지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선수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12일 "제3국에서 비자를 발급받은 뒤 한국에 입국하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고 한다. 그렇게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 새 얼굴 데이비드 맥키넌과 함께 출발했다. 중장거리형 타자인 맥키넌은 특유의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으로 시즌 초반 선전했다. 그러나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특히 타자 친화적 구장인 안방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 4개를 터트리는 데 그쳐 장타력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 구단은 외인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한 방'을 갖춘 루벤 카데나스를 새로이 영입했다. 카데나스는 한국 무대를 밟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펄펄 날았다. 지난달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2루타 1개를 생산하며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0일 롯데전에선 6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첫 아치를 그려냈다. 무려 비거리 140m의 초대형 홈런이었다.
기대감을 절정으로 끌어올린 것은 21일 롯데전이었다. 9회말 비거리 120m의 끝내기 투런포를 때려냈다.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을 자랑하며 6-5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후 카데나스는 총 7경기서 타율 0.333(24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 장타율 0.667, 득점권 타율 0.429 등을 만들었다.
그런데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지난달 26일 KT 위즈전서 타격하다 왼쪽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두 차례 정밀 검진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금세 복귀할 것으로 보였다. 삼성은 엔트리 조정 없이 카데나스를 기다렸으나 열흘 동안 묵묵부답이었다.
카데나스는 지난 6일 한화 이글스전서 복귀전에 나섰다. 선발 출장 대신 5-8로 뒤처진 8회말 1사 1루서 김현준의 대타로 출격했다. 하지만 스윙 도중 허리에 불편감을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후 삼성 코칭스태프는 카데나스에게 외야 수비도 소화할 것인지 물었다. 카데나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9회초 중견수 수비를 맡겼다. 카데나스는 단타를 2루타로 만드는 '설렁설렁' 수비로 실망감을 안겼다. 삼성은 곧바로 카데나스 대신 중견수 김헌곤을 교체 투입했다.
이어 지난 7일 카데나스를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카데나스가 다시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 당일 오전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정상적인 훈련 소화조차 불가능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종열 단장은 "카데나스가 다친 후부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체 외인을 물색했다. 만약 정밀 검진 결과 6주 이상의 진단이 나오면 단기 대체 외인을 영입해야 해 미리 준비했다"며 "바로 데려올 수 있는 선수를 찾기 위해 미국 독립리그, 멕시칸리그, 일본 독립리그, 대만 리그까지 4군데를 살핀 뒤 선수를 추렸다. 이후 카데나스의 복귀가 미뤄져 디아즈와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다만 15일까지라는 기한 때문에 아직 '확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대한 날짜에 맞춰보고자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디아즈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으로 뛰었다. 3시즌 통산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1(321타수 58안타) 13홈런 27타점 30득점을 빚었다. 올 시즌엔 멕시코리그에 몸담았다.
이 단장은 "우선 현지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먼저 진행한다. 이후 국내에서 더블 체크를 하는데 카데나스도 이 절차를 거쳤다"고 전했다.
카데나스는 13일 삼성 재활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 단장은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카데나스에게도 소홀할 순 없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