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빌어먹을붉음 작성일 09.03.22 22: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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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 새내기 때 암것도 모르던 시절이었죠.

 

하루는 오후 2시 쯤부터 비가 미치게 쏟아졌습니다.

 

저는 아침에 하늘을 보고 어쩐지 오늘은 비가 올것 같구나 싶어서 우산을 챙겼었죠.

 

그렇게 혼자 외롭, 유유자적하게 캠퍼스를 가로질러 지하철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떤 아가씨가 뒤에서 막 달려와 제 우산 속으로 들어왔죠.

 

길 잃은 새와 같은 그 애처로운 모습에 저는 관대하게 제 한 쪽 어깨를 내어주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우리학교 선배로 저보다 3살이 연상이더군요.

 

함께 지하철로 가는 동안 우리는 정다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헤어지기는 아쉽다며 아가씨가 제게 전화번호를 남기더군요.

 

다음에 연락하면 밥을 사주겠다면서 말이죠.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고 저는 저대로 길을 갔죠.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산 한번 씌워준 걸 가지고 밥을 얻어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던 거죠.

 

그 때의 어리석었던 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잘~~~~했다.

 

전화했으면 엉뚱한 번호를 줬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했을 것이니....

 

참 잘~~~~했다.

 

너의 순진함이 너의 마음을 보호했구나.

 

참 자알~~~~~했다.

 

하지만 가끔 비가 오면 그 번호로 전화를 해볼 걸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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