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또 다른 친구에 얽힌 일화

노을천하 작성일 13.01.30 13: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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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난 친구들이란게 참 어이없는 넘들이 많은것 같다...ㅠㅠ

내가 22살때 일이다. 내가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요즘 말하는 소위 베이글녀다. 첫 만남에서 한눈에 반한 후 자주 만났는데 사귀는건 아니고...그녀는 어느 유부남과의 끝나가는 사랑에 아파하던 때라서 술을 엄청 마시곤 했다. 당시 내 주량이 소주 열병이었는데(하나도 안취하고) 그런 나와 맞대작을 하는 실력파(?)였다. 마시다 마시다 서로의 돈이 다 떨어지면 반지나 목걸이를 맡기고 마셨으며 술집이 문을 닫으면 모텔 잡고 쓰러질 때까지 마셔대곤 했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서 사랑한단 말도 못한채 그저 옆에만 있어줬다. 물론, 둘 사이엔 아무일도 없었다. 내가 병신인지...기회는 많았다. 아니, 허구헌날 기회였다. 그러나 잘못된 사랑이긴 해도 무척이나 아파하며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여자를 건드리고 싶진 않았다. 그녀와 만나는 날은 본능과 이성이 치열하게 싸우는 날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친구를 한 명 데리고 나간적이 있었다. 난 부천살고 그 친구는 서울 사는데 내가 여자만나러 나간다고 하니까 얼굴 보겠다며 먼길을 찾아온 놈이라 안데리고 나갈 수가 없었다.

 꽤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 후로 가끔 둘이서 만나서 술을 마시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술버릇을 아는 나는 친구에게 한 마디 했다. "너, 연수(가명- 앞 얘기에서 나왔던 그 연수가 이 연수다. 좀...문제가 있는 여자이긴 하다^^)랑 마시는것도 좋고 모텔까지 가서 마시는 것도 좋지만 실수하지만 마라." "알았어, 걱정마. 나 그런 놈 아니다." "..." 그런 말이 오고가고 나서 한 1주일 쯤 지났나? 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왜?" 친구는 아무말이 없이 가만히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갑자기 느낌이 와서 물었다. "너, 연수랑 잤지?" "...미안해." 한참후에 내가 말했다. "내려와라." 그 넘은 잽싸게 내려왔다. 그래도 친군데...아무리 실수를 했지만 친군데...게다가 저렇게 미안해 하지 않는가? 난 친구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 "응" "그럼, 연수 끝까지 책임져라" "!...그럴께! 꼭!" 

 철썩같이 약속을 한 넘이 결국은 그녀 마음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는지 3개월도 못가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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