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덕 봤던 얘기

노을천하 작성일 13.01.30 15: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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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와 잤다고 자랑한 그 시키가 일생에 도움이 된 적이 딱! 한번 있었다. 그 넘과 내가 틀어지기 전의 일이다. 그 넘은 여친이 없었고 하루는 당구로 여친 소개시키기 내기를 하자고 졸라대서 당구쳤다가 그만 그 넘의 현란한 스킬에 져버렸다. 이틀 후 그 넘은 영화표를 4장 예매해놓고 나보고 여자를 두명 데리고 오라고 요구했다. 그 당시 내게도 여친이 없던 터라 난 학교에서 수업도 안들어간채 헌팅을 시작했다. 헌팅이란게 그렇게 힘든일인지 첨 알았다. 그 이유는 내가 첨하기도 했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그 넘에게 있었다. 헌팅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저...오늘 시간 있으시면 영화보실래요?" "네?" "제 친구랑 네명이서 영화보자구요." "어떤 친군데요?" "대학은 안다니구요(재수중임다)..." "죄송하지만 시간이 없네요." 이런식의 진행이었다. 사실 대학생들이 무엇이 아쉬워서 재수생을 만나겠는가? 돈이 엄청 많거나 외모가 뛰어나다면 몰라도... 나중엔 나도 거의 포기하고(파트너 조달에 실패하면 영화값과 술값을 내가 다 내야하기 때문에 포기할순 없었다) 건성 건성 헌팅을 했다. 그러다가 친구넘과의 약속 장소에 가야할 시간이 되서 포기하고 버스를 탔다. 한숨을 내쉬며 어느 좌석앞에 가서 섰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여기저기 살펴보니 별일 없었는데 내 앞의 좌석에 앉은 여학생의 미모가 장난이 아닌거였다. 우리 학교에선 못보던 얼굴이고 근처에 있는 다른 대학생인것 같았다. 한눈에 뾰~옹 해서 쳐다보고 있자니 시선을 느꼈는지 그 여학생이 고개를 들었고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씨익 웃어주자 그녀도 마주 웃어줬다. 용기를 얻은 나는 헌팅을 시작했다. "어디 다니세요?" "그쪽은요?"

"전 K대 XXX학과입니다." "전 KM대 XX학과다녀요." "저...혹시 시간 있으시면..."하면서 상황을 쭉 얘기했다. 미소를 풀지 않은채로 다 듣고 있던 그녀는 내 말이 끝나자 물었다. "저를 꼭 그 친구분에게 소개시키고 싶으세요?" 이 말은 들은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뇨!" 그렇다. 내 친구넘에게 소개해주기가 너무 싫을 정도로 그녀는 예뻤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를 그넘에게 준다는건 사흘 굶은 늑대가 고깃덩이를 다른 늑대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녀는 나의 망설임 없는 대답을 듣자 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솔직하시네요~^^" "한솔직합니다만...^^" 그때부터 우리는 버스에서 내릴때까지 쉴새없이 얘길 주고받았으며 내가 멘트를 날릴때마다 자지러지게 웃어주곤 했다. 대화중에 상대방의 리액션은 말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다는 사실을 잘 알겠지만...미녀의 리액션은 남자를 하늘 높이 올려주는 힘을 가졌다. 가끔 주위를 둘러본 나는 날 찔러버릴듯 시기어린 눈빛과 부러운듯한 눈빛을 느끼며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우린 함께 내렸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 그 친구한테 가야지?" " 응, 가야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잠시만 기다려봐." 그녀는 누구에겐가 전화를 했고 전화가 끝나자 "극장으로 가자. 그리로 오기로 했어." 우리는 극장으로 가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넘은 내 옆의 여자(수진)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곧 내 파트너란 말에 실망감을 보였으나 곧 자기 파트너가 온다는 말에 다시 입이 귀에 걸렸다. 1시간쯤 시간이 지나자 수진의 친구가 왔고-여기서 다시 깨달은건데 여자는 자기보다 안이쁜 여자를 소개해준다는 진실- 친구넘의 귀에 걸렸던 입은 정상을 되찾았다^^. 우리는 둘을 번개처럼 소개해주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남기고 우리만의 시간을 위해 그 자릴 떠나갔다. 그 후로 많은 나날을 우리는 함께 하며 행복한 시간을 즐겼는데 그 친구넘 덕을 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였다. 참, 그 친구는 그 날 영화보고 술마시고 하면서 그래도 공을 들였는데 말한마디 잘못하는 바람에 파트너가 짱나서 가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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