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자후배 관련 글 후기 입니다.

와타쿤타 작성일 13.04.25 10: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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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대 피고 싶네..'

남자는 안양천을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살면서 담배를 펴본적도 없지만 남자는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이럴때 담배를 피는건가? 라는 걸...

후배는 퇴근길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으며 문자를 하나 보내 두었다.

'전화 안받으니까 문자 보낼께. 걱정도 되고 하니까 편할때 연락해. 할말도 있어.'

그렇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매일 뛰는 코스의 전환점을 돌아 다시 집으로 뛰어오는길.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 만큼 잡생각도 많아졌다.

어느정도 더 뛰어 집 근처. 지친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걷고 있을때 이어폰을 통해 벨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분명 운동으로 인한 심장 박동은 아니었다.

남자는 이어폰을 빼고 대충 구겨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암밴드안에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녀였다.

전화가 길어질꺼 같았기 때문에 남자는 잠시 앉을 자리를 찾았다.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라 벤치나 휴식처 따위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남자는 문을 닫은 오리고기집이 보였다. 한옥 건물에 주차장이 꽤 큰 건물이었는데 무슨일인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쪽으로 뛰어가 건물 앞 보도블럭에 자리를 잡았다. 고기집 앞 슈퍼마켓이 남자에게

가로등이 되어 주었다.

"여보세요"

"오빠. 저에요. 할말 있다고 해서요"

3년 정도 알아온 여자 후배였다. 늘 밝고 건강한 아이였다. 근데 지금은 달랐다. 식어버린 유자차처럼 차갑고 시큼했다.

"어... 왜 그렇게 연락이 안됐어. 솔직히 그날 이후로 걱정했어.. 무슨일 있었어?"

남자는 허튼 소리를 쏟아냈다. 남자는 알고 있었다. 이런 얘기가 중요한게 아니란걸. 근데 남자는 용기가 없었다.

진심을 말할 용기가...

"아무일 없어요."

점점더 식어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정적이 이어졌다. 슈퍼마켓 문이 열렸다 닫히며 울린 종소리가 정적을 깨주었다.

"저.... 그게.. 사실...."

남자는 용기를 내려 했다. 그때 전화기 저편에서 그녀가 말했다.

"오빠. 제가 오빠를 알아온게 3년 정도 네요. 오빠랑 가끔 만나서 밥 먹고 공부 하고 하는게 참 좋았어요. 오빠 참 좋은 사람인것도 많이 들었고 직접 만나보니까 진짜 그랬구요. 그리고 제가 오빠를 처음 봤을때 부터 그 언니랑 사귀고 있었어요. 애들이 말해줬어요. 저 오빠랑 저 언니랑 사귄지 2년 넘었다고. 그래서 그냥 오빠 좋은 사람이구나,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오빠가 헤어졌단 소리를 얼마전에 들었어요."

봄바람에 흔들리는 벚꽃잎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흔드는 건 봄바람은 아니다. 조금의 민망함과 약간의 부끄러움일 것이다.

"오빠한테 여자로 보이고 싶었어요"

흔드리던 벚꽃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모르겠어요. 오빠는 3년 넘는 시간동안 날 보면서 그냥 귀여운 후배. 여자 아이 정도로 생각 했겠죠. 지금도 그럴꺼구요.그게 너무 싫었어요. 오빠 주위에 이쁘고 좋은 언니들 많겠죠? 그런 사람들은 오빠한테 다 여자일꺼 자나요. 근데 난 그냥 후배자나요. 동생이자나요. 그게 싫었어요. 오빠랑 어떻게 해보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같이 모텔에서 밤새 술마시면 오빠가 나한테 두근거리고 여자로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오빤 아니었어요. 밤새 술마시며 웃고 떠들다가 그냥 자는 걸 보고 난 오빠한테 절대 여자로 안보이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짜 슬퍼서 막 울었어요. 아.. 짜증나 진짜... 그래서 그냥 나와서 택시타고 집에 갔어요. 오빠랑 연락 안하려고 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창피했어요. 아 진짜..."

흐느끼는 소리가 커졌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는 점점 뜨거워 졌다.

"그래.. 그랬구나. 오빠가 미안하다."

대답은 없었다. 무슨말을 했는지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귀에는 오직 흐느낌만이 가득하겠지. 남자는 말을 이었다.

"미안해. 난 그런건지 전혀 몰랐어. 너랑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불과 한달전까지 난 여자친구가 있었자나. 너를, 너뿐 아니라 다른 여자를 진지하게 여자로 볼 수 없는 입장이었어. 너도 그건 알잖아. 그리고 내 주위에 이쁘고 좋은 사람 한명도 없어. 오빠 인기 하나도 없어. 너만 그렇게 생각한거야."

흐느낌이 조금 줄어들었다. 바람이 불어 도로위에 널부러진 나뭇잎이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남자는 말을 이었다.

"그래. 사실 너 여자로 안보였어. 근데 그렇게 같이 한방에서 밤을 샌다고 내가 널 여자로 보지 않아. 절대 그렇지 않아. 그런다고 널 좋아하지도 않을꺼고."

말을 잠시 멈춘 남자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입속에 침이 말라갔다. 아랫입술에 튿어져 나온 살점이 느껴졌다. 이런게 있었었나? 지금 생긴건가? 남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미 그녀는 울음을 멈추고 있었다. 남자는 계속 말했다.

"사랑.. 한다는건 있자나. 나무 같은거라고 생각해. 아무리 크고 화려한 나무라도 나무테를 보지 않고는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은 나무인지 알 수 없잖아. 사랑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비싼 선물을 하더라도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없어. 그건 그냥 행동일 뿐이니까. 정말 사람을 사랑하는지는 마음으로 아는거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어린왕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와. 정말 중요한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니가 정말 나한테 여자로 보이고 싶었고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차라리 나중에 북카페를 가자고 하던지, 산책을 하자고 하던지 했어야 해. 그렇게 마음을 쌓았어야지...니가 그때 했던 말과 행동은 나한테, 그리고 너한테 전혀 쓸모 없는 거였어.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마. 나한테 뿐 아니라 누구한테도. 알겠니?"

남자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일종의 강한 조언이며 약한 충고 라는 걸. 남자는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담배 생각은 이미 머리에서 사라졌고 소주 생각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아... 알겠어요 오빠. 진짜 창피하네요.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창피해요."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오빠. 진짜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면 오빠 그럴 수 있어요? 진짜 너무 챙피해요."

"그래.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지. 우리 정말 아무일도 없었잖아. 뭐가 문제야. 아무일 없어 우리."

수화기 저편으로 피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네의 고양이떼가 남자를 쳐다보며 지나갔다. 남자는 고양이를 싫어했다. 그리고 집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 나중에 분명 후회할꺼에요. 저 인기 많은 편이에요. 오빠 같은 아저씨가 꿈꿀수 없는 여자에요"

"알지. 후회할꺼 알아. 근데 어떻하니. 거짓말을 할 순 없는거자나. 마음을 속일 순 없자나."

"뭐야.. 오빠 농담한건데 그렇게 진지하게 그래요?! 진짜 아저씨네. 내가 미쳤지"

그녀는 웃었다. 식어가던 유자차는 그렇게 데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다시 처음의 온도까지 데워지는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집에 도착할때 까지 소소한 얘기를 나눴다. 웃기도 하고 한숨도 쉬고...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대화였다. 그리고 이 평소의 대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껴졌다.

"야. 나 다왔다. 이제 끊을께. 나중에 연락 하자"

"네 오빠. 들어가서 쉬세요. 담에 연락 할게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남자는 느꼈다. 그일이 없었던 것 처럼 생각 할 순 있지만 우리 둘 사이는 변해버렸다는걸.

더 이상 그아이를 좋은 후배로 대할 수 없다는 걸. 그냥 오빠와 동생을 나누던 얇고 가벼운 고무줄이 오늘 이후로 단단하고 높은 철조망이 되었다는 걸 말이다.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요즘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무거운 구름이 가벼운 달을 품에 안고 있었다.

"내일은 비가 오겠는데?"

쌀쌀한 봄바람이 구름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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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글 올렸던 사람 입니다.

많은 분들이 후기를 원하시더라구요. 무슨일 있어도 어제 쇼부를 봐야겠다 해서

그 후배하고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 내용 그냥 죽~ 쓰면 재미 없어 하실꺼 같아서

그냥 각색 해서 소설 형식으로 써봤어요. 민망하네요. 너무 긴가???

완벽한 팩트에 그냥 살만 조금 붙혔다고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매우 길기 때문에 굳이 안읽으셔도 되요. ㅋ

참... 세상 살다보니 이런일도 생기네요. ㅋ

그리고 저번 댓글로 여러가지 물어 보신 분들 답변해 드릴게요.

여자 외모는 그냥 보통입니다. ㅋ 사실 제가 못생겨서 여자 얼굴 같은거 잘 모르고 안봐요.

그냥 보통정도 생긴듯?

그리고 조공 짤은 프랑스의 삽화가 장 자끄 상뻬 의 작품들 입니다.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삽화가에요~ 인터넷에 검색하시면 좋은 삽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암튼!

이렇게 후배랑 얘기가 정리 되었네요.

정말 친한 동생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아쉽네요. 이제는 거릴 둬야죠 뭐.ㅋ

 

저에게 용기를 가지게 해주신 짱공 회원님들 정말 감사 드립니다.

짱공은 정말 좋은 곳이네요. 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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