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ㅎㅎ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35살 남자인데요.
요즘 하는 일에 큰 보람도 못 느끼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올해를 끝으로 그만 둘 생각이기도 하구요.
뭐 길게 일한건 아니고 이제 2년 조금 넘었어요. 영화쪽 일이에요. 애니메이션 영화제 스탭이요^^ 영화를 워낙 좋아했어서 그 근처에서 일하고 싶었더랬죠. 아무튼 좋아하는 영화 옆에 있는데도 하면 할수록 일이 안맞는다는 생각이(뭐 다들 그렇겠죠^^; 맞아서 하겠어요... 먹고 살려고 하는거겠죠) 부쩍 들어서 고민이 깊은 상황이에요. 좋아하는 일이라도 디테일하게 맞는 방향이 있을건데 그게 잘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두면 다시 직장생활을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거 한번 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나이도 나이인지라 지금 안해보면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시작하고 나서 망하면 '아 이것도 아니구나...' 직장생활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 ㅋㅋㅋㅋ;; 농담이구요. 아무튼 제가 시골 부모님집에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온지 3년이 조금 안됐네요. 사실 그때 시골에서 서울로 올 때도 여기에 글을 쓰긴 했었네요. 창업관련해서 ㅋㅋㅋ 그때는 진짜 뭔 생각이었는지... 정말 되도 않는 아이템이었는데 ㅋ...
시간이 더 흘러서 지금 하고 있는 생각도 정말 되도 않는 것일 수 있겠다 생각은 하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실천으로 옮겨보려구요.
음 제가 생각하고 있는건, 작은 카페에요. 카페라기보다는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요즘 독립서점(책방)이 많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1~2년 전만 해도 새로운 아이템으로(돈을 많이 벌진 못하지만) 주목을 받았는데, 지금은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많다기보다는 어렵게 찾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는거죠. 아무튼 중소형 서점은 이제 정말 찾기 힘든 시대인데 이런 독립서점이 무슨 말이냐 하실텐데, 사실 이런 곳은 책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그 외에 다른 문화컨텐츠를 기획하면서 유지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공연이나 낭독회나 토론이나 등등. 저는 돈도 돈이지만 그것보다 사람들이 만나고 그곳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성장하고 깊어지고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주요 매개는 위에서 예를 들었던 책이 아니라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영화"이구요. 그래서 "영화"카페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수중에 가진 돈은 없어서 으리으리하게 크게 하진 못할 것 같구요. 10평 남짓하게 아담하게 꾸밀까합니다. 제가 먹는 것엔 큰 관심이 없는지라 카페라고 해도 그럴듯한 커피를 판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커피도 마시지 않아서 ^^; 끽해야 캡슐커피머신같은거 하나 장만하거나 맥주나 와인 간단한 안주거리 등 정말 손 많이 안가는 간단한 먹거리만 준비할 예정이구요. 그럼 돈은 어디서 버냐라고 물으실텐데... 저도 그게 걱정이네요 ㅋㅋㅋㅋㅋㅋ 기본적으로는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설치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할거고요. 그와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돌릴 계획이에요. 예를 들면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 읽기 모임같은걸 돈 받고 돌린다거나, 나만의 팝업극장이라고 제가 그냥 이름을 붙인 건데 요즘 멀티플랙스가 너무 많아 영화 선택하기가 까다롭잖아요. 극장에 걸려도 반응 안좋으면 구린 시간대에 넣거나 아예 내리거나. 아무튼 이런 상황을 반영해 미쳐 못 보고 지나친 영화들을 본인이 기획해서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보는거죠. 제가 주인이니 공간 대여비 같은걸로 얼마를 받고, 그걸 주최한 사람은 본인이 홍보를 해서 단 천원이라도 오는 사람들한테 받아서 명목상 본인이 프로그램한 상영회에 입장료를 받는거죠. 뭐 구체적인건 나중에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아무튼 이런 단순하게 영화를 보는게 아닌 내가 마치 극장의(상영회의) 프로그래머가 돼서 사람들과 함께 영화보고 같이 이야기하는 그런 장을 만드는거죠! 서울에 어느 단체에서 모두의 극장(모극장)이라고 이런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확실치는 않지만?? 어느 시민이 자신이 골라온 영화를 틀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체적인 참여프로그램이라고 할까요. 요즘 왓챠라는 평점어플도 그렇고 기술발전이 엄청 되기도 했고, 문화의식 수준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지기도 했고(씨네 21이나 기타 영화매체들이 주는 정보와 평론 등을 받아먹던 상황에서) 1인 미디어화 되는 추세잖아요. 나도 영화 큐레이터가 될 수 있고 뭐 그런 차원에서 ^^ 아무튼 이런 것들을 하면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나가면 벌진 못해도 유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뜬구름잡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ㅎㅎㅎ
그렇다고 영화만 하는 건 아니고, 돈이 될만하고 문화와 관계된 것이면 뭐든 해보려구요. 어쿠스틱 공연이나 제가 책도 좋아해서 책 관련해서 시낭독회도 할 수 있고, 아예 제가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위에서 말했듯 독서모임이나 토론도 할 수 있고요 ㅎㅎ... 일단 주가 영화가 되는거고 부는 문화예술과 관계된 일반이 되는거겠죠. 확실하게 컨셉을 잡아도 모자랄 판에 어중이떠중이 되는거 아니냐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렇습니다. 사람이 모이고 그곳에서 괜찮은 일들이 일어났으면 싶어서 이런 일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음식이나 어떤 상품이나 그것도 그것대로의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이 있고 중요하겠지만 저는 이런 문화가 주는 것의 파급력(감동, 위로 등)을 더 크게 봐요. 내가 엄청 재밌고 감명깊게 본 영화를 다른 사람도 봤으면 싶은 마음도 여기 오시는 분들 다 가지고 있을거에요. 드라마나 예능을 보고 친구나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는건 자신이 느꼈던 좋은 감정을 그들도 느꼈으면 하는 심리 아니겠어요? 정말 할말이 없어서 하는거면 할말없지만 ㅋㅋ 아무튼 어느 아름다운 글을 지어내는 분을 말을 빌어 저는 그런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말하고 싶어하고 누군가와 공유할 뭔가를 가지고 소통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좋은 느낌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클거에요. 제가 하려는 카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제가 그러고 싶어요 ㅋㅋㅋ
제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죠. 저는 엄청 시골에서 자랐어요. 지금 고향은 얼마전 크게 산불이 났던 강원도 강릉에 엄청난 시골이거든요.(다행히 피해는 없답니다) 어릴 때 놀것이라고는 흙장난에 시냇가에서 수영하고 채널수도 적은 티비를 보는 일 밖에는 없었어요. 그 어릴 때 토요명화나 일요영화? 엄청 챙겨봤더랬죠. 그리고 그때가 한창 가정에 비디오가 보급됐던 시기였어요. 우리동네가 엄청 시골이라 시내보다 조금 늦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때 학교에 먼저 비디오가 들어왔더랬죠. 학교는 전교생 10명도 안되는 분교였었고요. 평일도 아니고 토요일에 학교를 가서 수업이 끝나고는 선생님이 재밌는 영화를 빌려왔다고 관사에서 보고 가라는거에요. 그래서 전교생이 관사에 작은 방에 불을 꺼놓고 둘러 앉아서 "람보"와 "최후의 성전3"를 연달아 봤더랬죠. 그때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요. 그 어릴 때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도 잘 잡혀있지 않고 더군다나 집에서만 보던 영화를 여럿이 둘러 앉아서 서로 낄낄거리면서 봤던 황홀한 기억말이죠 ㅋㅋ 그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는 제가 살고 있는 집에서 '옥상불법영화제'(집이 옥탑이에요 ㅋ)라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 틀고 사라들 불러서 같이 보고 술먹고 이야기하는 작은 모임도 몇번 했었고요. 재밌고 좋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애기는 사실 너무 이상적인 것들이라 ㅋㅋ 걱정도 많이 돼요. 이건 상품이나 음식도 아니고 정말 내가 노력하고 잘 기획을 해야 되는 장사라 내 역량이 부족하면 말짱 황이 되는 거잖아요.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상태고, 올해 영화제가 9월인데 새 사람이 구해질 지는 몰겟지만... 암튼 행사 끝나고 인수인계하고 그러면 올해 안에는 그만둘거에요. 진짜 하게 된다면 대출도 알아보고 등등 쉬고, 준비하는 기간 해서 내년 상반기를 넘어야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시간이 없진 않으니 여유는 잇을 것 같은데... ㅎㅎ
아무튼 이렇습니다. 혹시 지금 직장 다니고 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거나 따끔하게 조언도 감사하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새벽에 잠도 안오고 말이 길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