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리 애엄마 흉을 좀 봐야겠네요.
센스제로, 요리/음식실력제로, 진지충에, 로맨틱지수빵점의 여성입니다.
아무생각없이 키크고 이뻐서 꼬셨는데, 결혼하고 같이 육아시작하니
헐퀴... 이거슨...
코로나 터지고 애들 유치원 등 (기관) 등교 문제로 엄청 다툼이 많았어요.
아빠입장에서는 사회성이 늦어질까봐, 이놈들이 또 밥도 잘 안쳐먹어서 ㅎ
가면 어울려서 좀 더 먹을까봐,
(그리고 솔직히 몇시간이라도 좀 분리되어 있고 싶어서리...)
다들 보내니 보내자는 입장이었고, 아내는 죽어도 안되는 입장이었어요.
애 보냈다가 코로나 걸리면 당신이 책임질래????? 어???? 아???
할말없더군요. "마누라랑 싸워봐야 니만 손해"니.. 하자는 데로 했구요.
요 몇 주사이엔 그나마 유치원도 다 문을 닫고 긴급돌봄 체제로 들어갔더군요.
긴급돌봄이라 함은, 수업/교육/체험학습/체육 등등 스케쥴 같은 건 없이,
배고플때 밥주고, 주로 영상물 틀어주고 애들끼리 시간보내게 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판국에 애들한테 치여서 선생님들 힘들겠죠...
아이들끼리 아무래도, 힘의 논리가 무방비로 적용되는 시간이겠지요.
재택근무라 아침에 편의점 갔다 오는길에 집근처 어린이집앞을 지나왔는데,
대충 짧은 똥꼬 반바지에 나시 입은 젊은 엄마가 애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더라구요.
대화는 대충,
"엄마. 오늘은 진짜 유치원 가기 시려~~~ 안들어갈래~~ 집에서 엄마랑 있을래~~"
"들어가 어서. 며칠만 더 있으면 주말이고 엄마랑 아빠랑 같이 놀수 있잖어"
와 애가 저리 질색을 하는데, 그것도 긴급돌봄인데... 왜? Why? 왜??
그 시간에 (10시반) 출근할 직장이 있을리 없고, 엄마 복장 상 딱 마트 순방이나
운동 같아보이는데, 보기 않좋더라구요. 애도 불쌍해보이고.
그날 낮에 또 편의점 (애엄마 요리 못한다고 서두에. 그래서 일탈 음식 사러) 나왔는데,
집에서 거리가 좀 있는 슈퍼로 가는 길의 커피숍에서 아까 그엄마가 다른 엄마들과
수다떨고 앉아 있더라구요. 결국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일꺼라는거.
애가 엄마랑 집에 있을래. 했던 걸 떠올리면 그랬을거 같더라구요.
주부, 육아, 살림하는 여자 비하하는거 절대 아닙니다. 마누라도 그러니까요.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고귀한 일을 하는 거지요..
근데, 확진자 일 300명 넘어가는 수도권에 사는 애엄마가
딱히 하는일도 없이 애를 긴급돌봄하는 유치원에 밀어넣고
수다떠는 모습을 보니.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전기세 아낀다고 에어콘 안돌리고 선풍기 두대 돌리면서
땀범벅으로 점심 밥상 차리면서 애들한테 풍선 불어주고 있는 몰골의 아내를
뒤에서 안아줬습니다.
"코로나 일확진자 일자리로 돌아가면 우리 그땐 보내자.. 응?"
"그래. 해로운 편의점 음식이나 얼른 쳐잡숴 애들 못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