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작) 결핍은 나의 힘 1편. 꼭 한 번 읽어 봐 주세요^0^

페리고냉이 작성일 06.07.21 0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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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나의 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갈음하는 것으로서, 왜 수많은 단어들 중 굳이 결핍이란 단어를 사용해야만 했냐하는 물음에 대해 아직 명쾌하게 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날 밤 김선생에게 일어난 몇몇의 사건에 대해 말한다면 얼마간 그에게 존재했던 결핍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써본다.

그날 밤의 불길한 징조는 갑작스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날 오후 들어 처음으로 그를 보았을 때 이미 그의 심기가 뒤틀려 있어 무언가 일이 하나 터질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종례를 마치고 나오던 그를 우연히 본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니컬하게 질려버린 듯한 그의 형상은 누가 보아도 평소 상냥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한마디로 그의 얼굴을 표현하자면 뭐랄까, 충혈된 눈과 날렵한 콧매, 경멸적으로 웃는 듯한 묘한 입 꼬리. 내게 보인 그의 낯선 모습은 약간의 비약을 보태어 표현하면-적어도 내가 확인한 그때 그의 단면은-노스페라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괴기스러운 한편 신산스러워 보이기도 하였다. 난 그 낯선 이질감으로부터 해방하고자 하는 심정과, 도대체 영문을 모를 그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볼 요량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이미 말한 바 있던 그녀의 이야기. 나이와 직업에 걸맞지 않게 치기어린 사랑에 골몰하던 그 자신의 푸념 섞인 한탄이 아닐까 하고.
「김선생, 뭐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나 보네」
「없을 건 또 무언가」
물론 그도 생활에 불만이 없을 리는 없다. 그 누구도 고민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니까. 하다못해 갓난 아이 조차도-물론 대게는 경미하지만-스트레스로 발달장애를 등에 업고 자라기도 하지 않는가. 이 또한 마찬가지다. 갑자기 김선생이 전에 없던 시니컬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그의 생활 저변에 환경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아, 심리적으로 매우 날카로운 상태임을 방증하는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오래전부터 김선생은 발달장애를 겪어왔다. 질펀한 편력의 도전? 그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까.

내가 김선생을 알게 된 것은 5년 전의 일이었다. 본 학교로 발령을 받고, 허겁지겁 첫 출근을 하던 날, 유독 차를 타지 않고 나처럼 걸어서 먼 오르막길을 오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주변에 여학생들로부터 꽤나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몇몇의 여학생들이 그의 양 옆을 둘러싸고 마치 그를 추켜세우며 걸었으니 말이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하며,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미소는 여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저 멀찌감치 떨어져서 내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저는 아는지 모르는지 한 걸음걸음을 열중하듯 내딛었는데, 나또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걸었으므로, 우리 사이의 간격은 일정했다. 낯선 사람들이 늘 그런 것처럼. 하지만 보통, 그러한 거리감이 해소되는 계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람 사이를 엮어 가깝게 하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그들 간의 동질감을 찾는 것이다. 남자 사이엔 군대 하나로, 축구하나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들 간의 동질감은 그것과 다른 어떤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함께 걷던 학생들을 교실로 가는 뒷 건물로 보내고 난 후 그의 시선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이 말을 하거나, 시선을 두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그 사람의 욕망이 드러나는 것이다. 관음(觀淫). 그는 물끄러미 앞서간 한 여학생을 지켜보았다. 마치 아기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편안한 표정으로. 욕망은 이렇듯 천진난만하며, 원초적인 것에서 태어나 억압과 금기에 의해 XXXXXXX하게 꽃 피우는 것일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자궁이라는 비좁은 욕조에도 아랑곳 않고, 유영을 즐기는 어른 아이. 교정이라는 금욕의 장소에서 또 하나의 세상, 그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자. 바로 김선생이었다. 그의 첫인상에 웬지모를 호감을 느끼고, 유사성 추정의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처음 본 누군가의 첫 인상이 매우 인상적이라면, 그것은 참 오랫동안 기억된다. 특히나 그와 나같이 일종의 동질감을 확인한 때라면 더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난 우리간의 동질감을 확신했다. 그리곤 생각했다. 그 또한 나처럼 그저 그러할 것이라고.
「학생들이 참 예쁘죠?」
난데없이 나타난 나의 등장에 약간은 당혹스러운 듯 난색을 표하는가 싶더니, 금세 제 신분에 걸맞아 보이는 표정으로 돌아와 대답했다.
「네……그렇죠? 근데 누구시더라……」
「반갑습니다. 저는 이수원 입니다. 오늘부로 이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김한기 입니다.」
반갑게 악수를 받는 그의 얼굴에 비로소 의구심은 사라지고, 낯선 반가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또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다는 데서 일종의 들뜬 마음은 있었으나 그것보다도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건 그 사람의 속마음이었다. 오류를 채 깨닫지 못한 탓인지 그 또한 생각하는 바는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어느덧 초면이란 데서 오는 약간의 긴장감을 완전히 잊은 듯 방금의 그 아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는 김선생의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학생들과 원래 그렇게 가까우신 가 봅니다.」
물론 처음 무렵의 인사치고는 조금 격이 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욕망이 서려있다고 믿는 나는, 그라는 존재의 궁금증을 쉽게 단정 짓고 싶었다. 단 몇 마디의 질문으로 그를 알아보려 했고, 그라는 인물에 대해 정의해보고 싶어 졌다. 그 까닭은 물론 어쩔 수 없는 행동의 이중적인 사고은 제쳐두더라도, 아기 같은 미소와 성적인 욕망에 목말라 하는 탐욕스러운 본능은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모순된 태도의 소유자 김선생. 그때 내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몇 마디의 질문으로 그의 속마음을 알아보려던 계획은 일상적인 그리고 꽤나 격식적인 그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기억한다. 이 같은 한낱 장난질에 지나지 않는 나와 그의 가십거리는 멀찍이 밀쳐두자. 정작 주목해야만 할 점은, 그때부터 난 김선생이란 사람이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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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고 졸렬한 글입니다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편도 써뒀는데, 읽어주시는 분만 계신다면 또 용기 내 올려보려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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