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욕정이 치밀어, 치근덕대던 내 곁의 여자를 거칠게 다루었던 것 같다. 그날의 기억은 그것이 전부였다.
얼마 전의 일이다. 교무실에서 모자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봄의 한 가운데에 온 세상은 온통 나른하다. 신이 봄을 맞아 온 세상에 최면을 거는 것이 분명하다. 치명적인 최면의 계절이다. 신의 섭리에 순응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기에 봄은 나른한 세상일 수밖에 없다. 최면에 정면으로 대항해, 보기 좋게 패한 나는 열심히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른한 세상, 낮잠으로 만끽할 수밖에. 엎드려 자는 나로부터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언제부턴가, 옆 반의 박선생과 조선생 그리고 몇몇의 선생이 모여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쎄, 내 수업시간엔 별다른 일 없었습니다.」 「수업 시간 외라도 이상한 기미가 없었나요? 박선생은?」 뭐가 어떻게 됐단 말이지? 낮잠과 궁금증의 대결 속에 기어코 난 잠을 깨고야 말았다. 능숙하게 커피 한잔을 타 그들의 대화에 합류하길 기대하며 다가섰다. 늘 맛있는 커피를 타주던 김선생은 오늘도 결근했다. 오늘로써 3일째. 난데없는 김선생의 결근에 대한 의혹에 빠질 새도 없이 난 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야긴즉슨 이러하다. 3반에 미진이란 예쁘장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평소 교우관계가 좋고 속이 깊은 아이었다. 편모슬하에서 근근이 생활하는 정도로 좋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그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여 이끄는 데는 늘 별다른 이견이 없을 만큼 리더쉽 있는 학생이었다. 그런 그 애가 친구들 말에 의하면 요 근래에 많이 힘들어 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사귀던 오빠가 있었다고 했는데, 잘 안된 모양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여간 잔망스럽지 않은 게, 제 동맥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물론 자살은 쉬우면서도 쉬운 것이 아니다. 손목 또한 누구나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으로 알지만, 피부 깊숙한 곳에 있는 동맥까지 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손목 가운데만 자르면 쉽게 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섬뜩한 생각이 든다. 그까짓 사랑이 무어라고 자살을 해? 그깟 사랑이 무어라고 죽고 죽여? 내 경우를 비추어 본다면 세상의 비정함을 알고, 사랑의 본질은 집착과 일종의 자기 최면인 것을 깨달은 후에야 그것은 일종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치부하게 되었고, 사랑 또한 믿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비겁한 도피일지도 모르지만, 세상을 온전히 살아가기엔 나와 같은 사고가 훨씬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미진이란 아이는 아직도 순수한 열망을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부러웠다. 내 생각은 어쩌면, 옹색한 자기변명일 뿐이니까. 애써 제 속내를 가면으로 감추고 위선과 악수하는 자. 난 이미 속물이 되어버린 탕아에 지나지 않는 존재는 아닐지. 미진은 김선생의 반 학생이었다. 김선생이 결근하여 안 나오는 동안, 반 학생은 손목을 그어 자살을 결심했다. 김선생은 결근으로서 그의 무책임함을 대변한 것이다.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종적을 알 수가 없는 김선생의 묘연한 행방을 곰곰이 되짚어보다가, 도움이 절실한 미진의 병문안이 순서임을 깨닫고 병원으로 향했다.
찔끔찔끔 쓰지만,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올릴게요~!! 소설이 끝나갑니다~~^0^늘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