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촉하는 듯한 그 여자의 억지 웃음에 강박을 느끼며 방에 들었다. 작은 방. 수많은 남자들이 거쳐 간 그곳. 술과 정액이 뒤범벅이 된 후 극도의 허무감으로 끝을 맺는 그곳. 한번의 사정에는 수억 마리의 정자가 있듯. 한 번의 사정에는 그들의 꿈이 들어있다. 물론 현실 속에서의 그들은 그들 자신의 욕구를 감내하고 좀 더 고차원적이고 진취적인 무언가로 탈바꿈하길 원한다. 한데, 욕정과의 놀음 속에서 사랑이니, 추억이니 하는 모든 것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유희로 바뀌어버린다. 욕정의 앞에서는 그렇게 노래하고 춤을 추던 학문적 자세도 그 방을 거쳐 간 수많은 남정네들의 늘어짐과 같이 그 절정의 순간에는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지리멸렬한 것이 되고 만다. 욕정은 그래서 그 순간에는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마력을 지니는 유희(遊戱)이다. 그들의 행동은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욕정에다 그럴싸한 명목을 세운다고 해도 어쨌거나 그것은 여자는 돈을 벌기위해 남자의 사정을 부추기고, 남자는 사정을 하기 위해 몸을 달구고 제 몸을 유희의 도구로 삼아 열심히 공허한 적막의 기류를 갈라대는 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짐승과 같은 성적 욕망의 원형(原型)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선생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빌어먹을 그 쓰레기 같다는 년을 잊기 위해 그리고 점찍어둔 그 여자를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그 부드러운 짐승을 소유할 수 있는 쾌감을 만끽하기 위해 그 또한 열심히 탐닉할 것이다. 조선생이 달뜬 얼굴로 뭐라고 열심히 말을 걸었지만,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이 되는 건, 김선생과 함께 세 명의 여자가 들어왔을 때부터였다. 의무적으로 말을 해야만 하는 내 파트너도 괴로웠겠지만, 그녀의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대답을 얼마간에 한 번씩은 해야겠다는 내 스스로의 강박관념이 그 자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조선생과 김선생은 꽤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조선생은 제 계집을 입안에 혀 다루듯 적어도 그 순간만은 교사라는 사회에서의 직분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그녀를 탐닉하는 듯했다. 김선생은 그 좋아하던 술과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차려놓은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 무릎에 그가 그토록 바라던 계집의 머리를 베게하고,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고만 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제야 보인다. 김선생의 그 계집이. 얼굴만 봐서는 전혀 화류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동그랗게 드러난 이마하며, 보슬보슬하게 자라 있는 아미. 길고도 촉촉하게 젖어 있는 속눈썹과 그 아래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 있는 별처럼 윤이 나는 눈동자까지. 거기서 그칠 수 없다. 알맞게 솟아올라 있는 반듯한 코와 작고 도톰한 모양의 그 작은 살덩이, 입술까지. 잘 빗어 넘긴 머릿결에다 귀 옆은 맑은 가을 하늘 어느 산, 깊은 산자락을 향해 쉼 없이 흘러내려가는 가는 물을 닮은 머리칼까지……그 얼굴만으로도 이미 넓은 빨판을 가진 문어발처럼 그 누구라도 흡입력 있게 빨아들일 것 같은 사람이었다. 김선생에게 안겨 있던 그녀. 그녀의 이름은 메리라 했다. 본명인지, 그저 작부들 사이에서 불리는 가명인지는 알 수 없었다. 김선생에게 안긴 메리의 얼굴. 형언할 수 없는 끌림이 있는 여자였다. 메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욕정이 치밀어, 치근덕대던 내 곁의 여자를 거칠게 다루었던 것 같다. 그날의 기억은 그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