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단편]베인의 심술 -후편-

로이2세 작성일 06.09.28 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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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머니! 미리네 할머니!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요?”



금발에 커다란 눈을 가진 남자 아이 하나가 흔들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해주던 할머니가 갑자기 뜸을 들이자 그새를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달라며 졸라댔다.



“좀 가만히 있어봐. 류드!”



같이 이야기를 듣던 빨간 머리의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게 똑 쏘아 붙였다.



“남자가 말이야 과묵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지.

우리 할머니가 오래간만에 이야기 해주시는데 그렇게 촐싹거리니!“



“뭐...! 그러는 너는 얼마나 얌전하다고 그러는 거야! 이 천하의 말괄량이야!!! 뻬~~~”



류드라 불리는 아이는 화가 났는지 혀를 길게 내밀며 여자아이를 약을 올렸다.

평소 그렇게 조신하지 못한 성격인지 여자아이는 말괄량이라는 소리에

앙칼진 목소리를 냈다.



“뭐얏!!”



둘 사이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져 갔다.

그러자 그들 가운데에 끼어 있던 갈색머리의 아이가 그들을 말리기 시작했다.



“미리네 누나.... 류드 형.... 그만 하고 할머니 이야기 듣자....”



“넌 빠져..! 론!”

“넌 빠져..! 론!”


둘은 거의 동시에 그렇게 소리치자 갈색머리 아이는 움찔했다.

둘은 방해자를 제거했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눈싸움에 돌입하려는 찰라 였다.



“류드,,,, 미리네.... ”



이야기를 해주시던 인자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의 목소리에 둘은 눈싸움을 풀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다음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니?”

밖에서 나가 놀수 없는 겨울 밤이면 따듯한 난로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미리네 할머니의 말에 둘은 언제 싸웠냐는 듯이 똑같이 위 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할머니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베인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이야기까지 하셨어요.”



류드의 말에 할머니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그래.... 베인이 쓰러졌지.....

전에 베인이 생명력을 신성력으로 바꿔서 사용했었다고 했지?

그 때문에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던 거였지.

그나마 그 정도로 살아있었던 것도 대단했던 거지....

‘말씀의 수호자’와 다른 성기사들은 결국 그의 시체만을 가지고

신전으로 향했단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소녀가 물었다.



“베인과 같이 있었던 소녀는요?”



미리네의 질문에 할머니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말하였다.


“.................소녀는 성기사들과 같이 신전으로 향했단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베인을 잊지 못했고

성기사들이 한눈을 파는 틈을 타 그가 있는 곳으로 갔단다.

그래서 성기사들은 광야에 소녀를 남겨두고 베인의 시체를 가지고 신전으로 갔단다.

그 후 베인은 신성모독죄와 여러 가지 죄목으로 사형대에 오르게 되었지.

너희들은 죽은 사람을 왜 그렇게 하냐고 생각하할지도 모르겟지만

대지모신의 법은 엄격했단다. 그래서 죽은 베인은 단두대에서

다시 한 번 죽게 되었지...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단다.

봄에 문턱에 다다라 따뜻하고 평온한 날씨였는데 베인의 목을

치는 순간 광야쪽 에서부터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기시작 했던 거야.

사람들은 베인이 자신의 시체를 다시 죽인것에 대해

화가 낸다고 생각하며 무서워 했지.


그리고 이듬해부터 베인이 죽은 날 즈음해서는 항상 그런 사나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 그래서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 바람을 ‘베인의 분노’라고 불렀단다.

그렇지만 한 며칠 정도만 그렇게 바람이 불고는 이내 잠잠해 졌단다.

무시무시한 베인의 저주 따위는 없었지.

그래서 사람들은 그게 ‘베인의 분노’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베인의 심술’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지.

‘베인의 분노’ 보다는 ‘베인의 심술’이라는 말이 더 정감도 가고 해서

사람들은 그즈음 갑자기 몰아치는 차갑고 사나운 바람을

‘베인의 심술’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

이야기가 끝나자 두명의 남자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어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특히 말괄량이긴 하나 세 아이들중 여자아이인 미리네는

눈물을 그렁거렸다.


“훌쩍...소녀가 불쌍해요..”


할머니는 그런 아이들을 달래며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하라고 권했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고분고분 할머니의 말을 따랐고

할머니는 아쉬운 얼굴과 훌쩍거리며 각자의 방으로 향하는 손자,소녀들을 보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는 아무도 없는 거실의 난로가로 다가가 옆에 있는 흔들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창밖 유리창 너머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고 있었지만

작은 벽난로가 앞의 할머니의 흔들의자에는 따뜻함이 베어있었다....


.
.
.


겨울이 끝날쯤



나무 하나 풀 한포기 자리지 않는



황량한 들판에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들판을 휘몰아치는 이 광폭한 바람을



사람들은


‘베인의 심술’이라고 불렀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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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일단 부족한 저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 역시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네요.. 완성하고나서 엄청난 수정을 거쳤는데도

이정도 퀠러티밖에 않나오는군요...다시한번 좌절중...ㅠ.ㅠ

역시 정통소설을 열심히 봐야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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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신은 날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 이였다...

신은 나에게 그녀를 내렸고

불행과 번민에 휩싸여

외로이 죽어갈 날 위로해 주셨다.

그렇게 신을 부정하고 욕하고

저주를 퍼부었지만

결국 내가 의지할 곳은 신 뿐이였다.

신은 날 용서해 주실까?

나를 사랑한 대가로

이곳에 있는 그녀를

불쌍히 여겨 보살펴 달라고

나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안간힘을 다해 버티던 나의 육신이

쓰러지는 순간...

나는 보았다...

나의 죽음으로 슬피울던 그녀의 모습과..

환하게 웃고있는 중년의 그녀의 모습을..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

그녀의 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여신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 중년기사의 모습이..

...






그렇게나 신을 저주하였는데.... 신은 날 버리지 않았다....

투정만 부리던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셨다.

이제 난 편히 눈을 감을수 있게 되었다.

날...용서해주신....

신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의 사랑........



미리네.....





부디.......영원토록.......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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