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단편] 베인의 심술 -전편-

로이2세 작성일 06.09.28 1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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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인의 심술 ]


[1/3]





휘이이잉......

나무 하나 풀 한포기 자리지 않는 황량한 들판에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들판을 휘몰아치는 이 광폭한 바람을 사람들은 ‘베인의 심술’이라고 불렀다.








옛날 어떤 한 나라에 베인 이라는 사제가 있었다.

항상 자신보다 약한 자를 보살피라는 대지 모신의 교리에 따라

베인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제 몇 명과 함께 빈민가 한가운데에 자리를

마련하여 병들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았다.


그는 다른 사제들과 함께 엄청난 신성력으로 병자를 치료했고 또한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를 돌보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런 그들의 소문은 금세 나라 전체에 퍼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가난한자들의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들을 존경했고 사랑했다. 그리고 그들을 따랐다.



그러나... 모든 사제들이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할 때 베인은 홀로 번민에 휩싸여 있었다.

아무리 그와 다른 사제들이 신성력이 뛰어나다고 하여도 사람의 힘이란

한계가 있는 법. 베인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였다.



그러던 어느 해.. 나라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여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베인과 다른 사제들은 온 힘을 다하여 병에 걸린 이들을 치료 하였지만

치료 받고 낳는 사람의 두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베인은 절망을 하며 신을 원망하였다.



-어머니시여! 어찌하여 사람들에게 이런 시련을 내려주시나이까!-



그러나 신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베인은 다시 묵묵히 고통에 겨워하며 죽어가는 환자들을 돌봤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신에 대한 불신이 싹터갔다.

한사람의 생명이 죽어갈 때 마다 그는 피 눈물을 흘리며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신성력을 쏟아 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행위는 집착이며 광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핼쑥해 졌으며 날로 야위어 갔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던 그의 얼굴은 그늘이지고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안던

그의 몸은 나날이 여위어만 갔다.



이를 본 다른 동료 사제들이 생명력까지 갉아먹는 신성력 사용을 자제하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생명력과 바꾸며 사용한 신성력 이였는데

이상하게도 베인의 신성력은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베인은 약해지는 신성력을 느끼며 갈수록

신을 저주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어째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뛰는 나의 힘을 빼앗아 가시나이까!!-



베인이 신을 미워하면 할수록 그의 힘은 더욱 약해졌다.

그에 따라 베인은 더욱 신을 미워하게 되고....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베인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동료 사제들은

곧 신전으로 연락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신전에서 편지가 왔다.

그 편지에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베인을 데리러 몇 명의 사람들이

갈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동료들이 점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뀐 것을 눈치첸 베인이

그날밤 미사를 보기위해 모두들 예배당에 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그들의 방을 뒤지게 되었다.

그리고 신전에서 온 편지를 찾아 그것을 읽어보았다.



편지를 본 베인은 분노에 휩싸였다.

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던 자신을 잡아간다는 말에

마지막 한 조각 남아있던 신앙심마저 앗아갔다



-빌어먹을 신!! 너를 저주 하리다!!-



결국 베인은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베인은 도망가기 전에 이곳 와서 치료해준 것이 인연이 되

계속해서 그의 밑에서 조수 일을 하고 있던 소녀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기로 하였다.

유난히도 베인을 잘 따르던 소녀에게 아무 말없이 떠나기기

섭섭해서 이었다.



늦은 밤 베인은 소녀의 침실로 찾아갔다.

그리고 소녀에게 떠난다고 말하였다.

소녀는 떠난다는 베인의 말에 울먹이며 가지 말라고 애원하였다.

하지만 베인의 의지는 확고하였고 소녀는 그를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소녀는 자신도 따라 가겠노라고 말하였다.

베인은 난감해 하며 안 된다고 하였지만

소녀의 의지 또한 확고하였다.





[2/3]






베인과 소녀가 도망친 것은 다음 날 아침이 되서야

발견되었다. 베인의 분노로 엉망이 된 예배당과 함께.....

사제들은 황급히 이 일을 신전으로 보고를 했고,

신전에서는 소식을 듣자 바로 실력 있는

5명의 성기사들을 파견하여 그들의 뒤를 쫒게 하였다.



그들이 도망친 광야는 사람의 손길이 닺지 않은

위험한 땅 이였다.

그러나 신의 말씀을 수행하는 성기사들은

두려움 없이 열심히 말을 달렸다.



그들 중에는 ‘말씀의 수호자’라 불리는 성기사

루타스마도 포함 되어 있었다.



성기사들은 아주 오랜 기간을 광야를 돌아다니며 베인과

소녀를 찾는데 힘 썼다.

하지만 성기사들은 그들의 존재를 찾지 못했다.

넓고 황량한 광야는 보통사람이라면 죽기 십상 이였다.

결국 성기사들은 그들이 광야에서 죽었다고 단정 짓고

신전으로 복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말씀의 수호자’인 성기사 루타스마가 신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였다.



-나는 ‘말씀의 수호자’ 타이나스 폰 루타스마네.

대승정님의 말씀을 반드시 이행하고 돌아오겠네.. 그러니 그대들은 먼저 가게나.-



그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성기사들은 그와 함께 다시 베인과 소녀를 찾기 위해

광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만 혼자 내버려 두기에는 이 광야는 혹독하였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오랜 시간이 지났다.

베인과 소녀를 찾던 성기사들에게 뜻 밖에 위기가 닥쳐왔다.

겨울이 되자 황야는 진정한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렸다.

말은 추위와 굶주림을 참지 못해 하나 둘 죽어갔고

성기사들 또한 추위와 굶주림과 싸웠다.



말들이 죽고 나자 그들의 이동 속도는 현저히 줄었고

가지고 있던 식량도 거의 떨어져 갔다.


결국 성기사들은 지도를 보고 가까운 마을을 향해 열심히 걸어갔다.

그러나 날씨는 갈수록 추워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커멓던

하늘에서 하얀 눈발이 날리기 시작 하였다.



눈발은 점점 굵어지더니 이윽고 얼마 안 가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의 매서운 눈보라가 되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지평선뿐인 광야에서 성기사들은

졸지에 죽음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었다.

성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눈을 해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랜 시간 전장에서 그들의 몸을 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갑옷들은

상상하지도 못할정도의 광야의 혹한에 얼음보다 차갑게 되었다.

성기사들은 결국 갑옷을 벗고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그들은 길을 잃고 해매다

결국 지쳐 눈 덮인 광야에 쓰러지게 되었다.



성기사들은 모든 것을 단념하고 담담히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쓰러지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무엇인가 따뜻한 느낌에 성기사들은 눈을 떴다.



성기사들에 눈에 제일 처음 들어온 것은 따뜻한 벽난로 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끓고 있는 따뜻한 스프가 보였다.

그들이 있는곳은 작은 오두막 집이였다.



성기사들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그들 앞에 한 소녀와 사내가 나타났다.

소녀와 사내는 성기사들에게 따듯한 스프를 퍼 나누어 주었다.

성기사들은 소녀와 사내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그 스프를 마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녀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성기사중 하나가 그런 소녀를 유심히 살피다 깜짝 놀라 소리쳤다.



-베인과 도망쳤던 그 소녀다!-



그 성기사의 말에 스프를 먹던 다른 성기사들은 놀라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녀와 같이 있던 청년도 번갈아 보았다.

성가시들이 노려보자 소녀와 함께 스프를 나눠주던 베인이 쓰게 웃었다.



-당신들은 절 잡아가기 위해서 신전에서 파견한 사람들이군요.

아니길 빌었는데.....-



-‘말씀의 수호자’인 나 타이나스 폰 루타스마가 여신님의 이름을 대신하여

너를 체포하겠다!-



루타스마는 근엄한 목소리로 베인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다른 성기사들은 베인과 소녀의 주위를 에워쌌다.

그런 성기사들의 모습에 소녀는 무서움에 떨며 베인의 곁에 달라붙었다.



타이나스는 여신을 모욕되게 한 베일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인내심을 발휘에 참았다.

그들은 비록 죄인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타이나 스는 성기사들에게 포박할 것을 명령을 하자

성기사들은 베인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꺄악!!!-



소녀의 비명소리가 날카롭게 흘러나왔다.

베인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무...무슨 짓이냐!!-


타이나스도 놀랐는지 말을 더듬으며 베인에게 물었다.

그러나 베인은 미소만 지을 뿐....


그는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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