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약 빨간약-2

나비효음 작성일 06.12.06 23: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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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그리고 그위에 앉아있는나. 옆에 누워있는 아내. 건너방에서 자고있을 아들..
그리고 새까만 어둠..

뭐야.. 이거 꿈이라도 꾼건가??

몸을 보았다. 꿈에서 본 그몸이 아니다. 배가 나오고 살이 늘어진 40대의 한 가장이다.

하하 그럼 그렇지. 꿈은 꿈일뿐.. 아무것도 아니었어..

식은땀을 닦으며 나는 냉수라도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냉장고로 간다. 새벽의 집 고요하기까지 하다 거기다가 어둠은 더욱더 싸늘한기분이다.

벌컥 벌컥..

목안으로 들어가는 시원함이 느껴지자 조금씩 정신치 추스려진다. 괴상한 꿈을 꿔서 인지 잠도 오지 않는다.

휴우...

힘없이 소파에 털석 앉았다.. 베란다너머 창을 보니 아직도 별이있는 새벽중 새벽이다.
방금 꿈을 꿔서일까..?? 아니면 요즘 자신답지 않은 자신을 느껴서일까??

시덥잖치도 않군.. 내나이가 벌써 마흔인데 아들녀석이 이제 고등학교 2학년으로 들어가는데 피가 끓으면 무얼한단 말인가.. 일에 열정을 태울만한 나이도 지났건만. 몸도 예전몸도 아닌데..

나는 다시 머리를 쓸었다.. 이미 내 머리는 조금씩 벗겨지고 그리고 가만히있으면 담배연기가 그리운 중년이다.. 용돈받아쓸날은 지났고나에게 필요한것은 남은 카드연체금과 각종 보험비 그리고 생활비 아들녀석 등록금 마련하러 부장의 잔소리 각종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한 가장이다. 이미 늦고도 늦었다. 피가끓을 나이는 지났다. 맞서싸우다기 보다는 피해가는것이 편해지는 나이다. 마누라의 등쌀을 참아야 하고 조금씩 다가오는 몸의 변화를 느껴야 하는 시기다.

그래 열정이란 단어는 이미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야. 다시들어가야겠군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하니...

담배가 한대 생각나지만 피우면 아침에 마누라한테 등쌀맞는다 조용히 들어가자..




여보..일어나 출근해야지..

음...

별다른것 없이 일상되는 아침 다른것이 있다면 새벽에 일어났다 다시 자서 일어나기가 조금 힘들다는 것이다.

여보 일어나 회사 안갈거야??
힘없는 몸을 지탱하며 나는 화장실로 간다.. 이런날은 찬물에 머리를 담궈야 잠이 금방 깬다 겨울이라 물도 차갑다..

촤아아아.

샤워기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나는 머리를 담구었다.. 요즘따라 자꾸 빠지는 머리가 신경쓰이지만 여유가 없다 나는 이미 밀린 결제서류가 더욱더 급하다.

자 ..슬슬 준비해볼까??

아침에는 언제나 아침밥 간단한 메뉴다.

나는 앉아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밥 반찬 그리고 그안에 꼭 들어가 있는 김치..

이상하네 오늘따라 밥맛이 왜이리 도는걸까??

여보 오늘 반찬 뭐 새로운거라도 했어??

새로운게 어딨어?? 어제먹던거 냉장고에서 그대로 꺼냈는데...

그런가???

요새 제대로 먹지를 못했나?? 오늘따라 밥맛이 영 다르다.

천천히 먹어 체할라 체하면 회사일도 지장있을건데..

음..그런가?? 아참 용민이는 아직 안일어났어??

조금만 더 자게 놔둬 이제 일곱시인데 어제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막 들어왔어 요즘 시험 기간이잖아.

어이구. 벌써 시험때야??

아 그리고 용민이 이번에 핸드폰 하나 바꿔 달라고 하더라 참 자기게 얼마나 좋은건지
그 뭐더라. 휴대폰으로 티비같은거나 볼수있다고 하던데.

어이구.. 그거 이번에 들어온 신입사원녀석이 있는데 일은 안하고 부장눈길 피해서 그것만 보더라고 그거 사줘봐야 공부에 별 도움이 안될텐데..

그러니까 말이에요 아 그리고 따끔하게 혼좀 내줘요 이녀석이 이번에 학교에서 애들녀석이랑 춤을 춘대요 글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춤만추고

왜?? 애들끼리 좋으면 춤도 출수있고 그러는데..

그렇지만 지금은 공부할때잖아요 조금있으면 고등학교 2학년인데 슬슬 수능 준비도 해야죠..

흠 하긴 중요할때긴 하지..그건 그렇고 오늘 반찬 정말 맛있는데 ..이 무침 오늘 새로 한거야??

새로하긴 뭘 새로해? 어제 먹다가 남은거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그런가??

아 용민이 깨워야겠다. 일어날시간이네..

아내는 용민이를 깨우러 들어가고 나는 남은 밥을 입에 넣는다.
가끔은 아침에 고기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휴..
집안 세금을 줄여보자고 해서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타기 시작하지만 요새들어 자꾸 후회가 된다. 아침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까지 고생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간혹 변태로 오인받는 경우가 있으니 몸조심을 더욱더 조심해야돼.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나는 가다가 껌 하나를 씹었다. 오늘아침 깜박하고 양치를 못했기에 껌으로 대신할려는 것이다.

안그래도 요즘 담배때문에 골친데.. 이관리를 안해주면 나중에 커서 걱정이란 말야.

껌을 씹으며 나는 주머니속의 담배갑을 만지작 거렸다.. 담배값도 오르고 요즘 담배도 아껴펴야 직원들끼리 한잔할수있는 여유가 있다.

그나저나 이번에 기획안을 제시간내에 못하면 부장한테 한소리.엇??

오늘 회사일을 걱정하면서 무심히 앞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철로로 떨어져있다..

내가 잘못봤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꺄아아악...

곧 들리는 비명소리가 실제상황임을 알게한다.

사람이 떨어졌다. 빨리 나와요..

사람들은 철로로 모여들기 시작하고 나도 철로쪽으로 가보았다..

사람이 떨어져있다 그것도 여고생인 모양이다. 떨어지다가 기절한 모양인지 그 학생은 가만히 누워 있기만 했다.

이런 조금있으면 열차가 들어올텐데 누군가가 빨리 구해야 할텐데...

정말로 위급한 상황.. 사람들은 저마다 밑에 구경하고 있을뿐 직접 내려가지는 않고 있다..

이런 바보같이 뭣들하고 있는거야?/ 어서 구해야 하잖아.

열차가 들어온다는 소리가 울린다 이제 조금있으면 열차는 들어올것인데 사람들은 아직 가만히 있다..

이런 여고생죽겠다 왜 가만히 있는거지?? 이런 멍청이들.....

문든 뭔가가 스친다.. 왜 나는 가만히 있을까?? 내가 가면 되는것을 왜 저들이 움직이길 바라는걸까???

쳇..

나는 쟈켓을 벗어던져버리고 밑으로 내려갔다. 몸이 무거워져서 생각보다 쉽지가 않지만 그래도 일단 저 여고생을 구해야 한다.

밑으로 내려간 나는 저 멀리서 열차가 들어오는 빛을 보았다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나는 이미 선로 밑으로 내려온 상황이다 일단 구하고 보자..
나는 다짜고짜 여고생을 안아든후 선로위에 조금씩 올려놓았다

보지만 말고 어서 받아요..

사람들은 여고생을 받아든후 내손을 잡고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익.. 제길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잖아. 이거 왜이러지??

빠아앙..

열차는 어느새 내 옆이다. 이런 이미 늦은듯.. 제길. 다리에 힘만 들어가면 힘만 들어가면
빠아앙..
무언가가 옆으로 강하게 밀려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몸이 붕 뜨는것을 느꼈다.
이런. 늦은건가??
시선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경악스런 표정 그리고 눈을질끔 감고 고개를 돌아버리는 사람들.


허.. 내가 늦은게 확실하구만... 근데 이상하게 여기서 살아남기가 싫단말이야. 여기서 크게 다쳐서 병원에서 깨어나면 내 병원비는 엄청 나오겠지?? 큰 수술도 할지 모르고 말야.. 아들녀석은 이제 문제집 사기 위해서 돈달라고 할건데. 마누라는 어쩌지?? 이틀뒤에 동생 결혼한다고 보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보험이라도 들어둘걸.. 나 안다친다고 보험안들여놨었는데...아 생명보험을 들었구나..나 죽으면 적어도 10억은 나올텐데..
그래도 10억이면 먹고 살만 할건데..차라리 내가 죽으면....

빠아아아앙..

꺄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소리 열차가 급정거 하는 소리 갖가지 소리가 다 들린다..
아. 갑자기 귀찮다.. 빨리 회사가서 서류를 마저 작성해야 하는데 오늘도 미뤘다간 부장한테 한소리 들을거고..
아. 그리고 저번에 빌려준 30만원 빨리 돌려받아야 하고....
그리고. 조금뒤에 있을 용민이 생일날 뭐 하나라도 해줘야 할텐데... 할텐데...할텐데..
조금씩 눈이 감긴다. 이미 늦은듯하다. 갑자기 세상이 귀찮다. 그냥 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다.
그냥 평생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세상살이 귀찮고 허무한데 평생 달콤한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그래 자자. 눈감고 조용히 꿈이나 꾸자. 내가 원하는게 바로 이게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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