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사람 말이지?? 304호 환자?? 그래 그사람말이야.. 얼마전에 요양소에서 불이났는데 그 사람이 창문에서 어린애를 감싸고 뛰어들었대나봐... 뭐??? 에이 말도안돼.. 지금 우리병원 최고 싸이코가?? 글쎄말이야..소문이라지만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나?? 하긴.. 6층높이에서 뛰어내렸으니..충격이 클만도 하겠지.. 저번에 박선생님과 얘기하는것을 들었는데..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서 기억을 잃었나봐.. 자기가 다른사람인줄 안데.. 호호..꼭 영화같다 얘.. 글쎄 말이야... 이제 20살 어린나이에 말이야...참으로 안됐어.. 근데 말야 원래 그렇게 싸가지가 없데니??? 저번에 내가 식사 갔다주러 가는데 아무 대꾸 없이 창밖만 멍하니 보더니...끝내 눈길하나 안주더라.. 충격이 심할때가 있긴하지만.. 불쌍하잖아.. 불쌍해도 우리한테 그러면 괜찮지만.여기는 노인분들도 많은데.. 막 소리치고 그러던데?? 정신이 이상한것 같지는 않던데. 말이야.. 정신이 이상하지 않아도 그래도 저번에 자기 가족이 왔는데 자기 가족도 몰라보더래 어머 세상에.. 어머님 충격이 심했겠다... 글쎄 말이야... 그래도 효자라고 소문난 사람인데.. 어머 어머..니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집안도 빵빵하겠다 돈도많겠다 성격도 착하겠다 얼굴도 그정도면 잘나가고.. 솔직히 눈길 안갈 여자 어딨어?? 너도참.. 신데렐라 증후군 아직도 못버렸어?? 왜?? 여자는 한번쯤 상상하잖아... 신데렐라 같은 이미지를.. 으이그.. 맨날 드라마만 보더니.. 어머.야 근무시간 다됐다.빨리 자리로 들어가자.. 어머 벌써?? 또혼나겠다 빨리 가자..
후... 담배를 물고 밖을 멍하니 바라보니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는다.. 병원옥상이지만 그래도 바람이라도 맞는게 어딘가?? 문제가 있다면 너무 더워서 땀이 줄줄 난다. 그래도 갑갑한 병실안보다는 낫다.. 사람들을 볼수 있으니.. 내가 이 병원에서 유일하게 할수있는것은 바로 옥상에 올라와 사람들 보기 그리고 그걸 보면서 담배피우기 밖에 나가는건 웬지 무섭다..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아직 무섭고..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하고싶은일도 있는것이 아니다.. 그냥 여기 있으면서 이러고 있는게 내가 유일하게 안정을 취하는 시간뿐이다.. 그때 화장실에서 기절한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마음은 많이 가라앉혀졌지만. 나는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된다. 용민이는 이제 20살일건데 나없이 대학은 잘 들어갔을까?? 그리고 마누라는 나없이 애들을 잘 키우고 있을까?? 회사는 이제 어쩌란 말인가. 아. 또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장봉민씨 또 여기서 담배피웁니까??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내가 여기서 이런 자유도 허락하지 않는 의사 그리고 사사건건 감시하는 간호사. 숨이 막힐듯하다..하긴..예전에도 그랬었다. 언제나 바쁘게 먹고산다고 숨한번 들이킬 여유조차 못느꼈다.. 숨쉴 여유엔 담배연기를 대신들이 마셨으니까..
아.네 지금 들어갑니다...
나이도 이제 30대로 보이는 의사는 내게 너무 깐깐하다.. 원래라면 나보다 나이도 어렸을 놈이다.. 뭐라 따지고 싶지만 그럴 기운도 없는것이 현실이다..
의사를 무시하듯 나는 병실로 내려갔다.. 사람들 하나하나가 보기싫지만 옥상에서 내려갈때만큼은 어쩔수가 없다.. 이리저리 치이는것이 지난 세상사이듯 싫어도 만나게 되는곳이 병원이다.
툭..
뭡니까? 영감님 조심하셔야죠. 사람들도 여기저기 다니는데 길 한가운데 서서 다니면 어떻합니까???
옆에 있는 노인은 말할 힘도 없었는지 그냥 조용히 지나쳤다.. 이봐요.. 영감님. 사람 무시하는겁니까?? 이봐요..
장봉민씨. 여기서 또 소란피우면 어떻해요?? 다른 환자도 있는데... 또 그 간호사다 그 간호사는 언제나 내게 신경질적이다.. 신경끄고 가십쇼 내가 다른환자 구타라도 했답니까?? 어머머 그게 말할 소리에요?? 저 영감님 안그래도 다리가 불편하신데 도와주지도 못할망정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다리가 불편하면 복도 한가운데 서있어도 된답니까?? 나는 뭐 몸 멀쩡해서 여기 환자복 입고 있답니까?? 아 오늘따라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년놈들탓에 아마 신경이 서서 그런가보다.. 에이씨.. 나는 간호사를 밀치다 시피하여 거칠게 걸었다.. 어머. 저거좀봐... 돈많은 사람은 다 저렇데니?? 성격참..
뒤에서 들리는 간호사 소리.. 그냥 무시하고 지나간다.. 오늘따라 머리카락은 왜이렇게 걸치는거야?? 휠체어 둘데가 그렇게 없나??왜 복도 한가운데 세워놓고 지랄이야?? 쾅.. 병실문을 거칠게 연 나는 침대위에 누웠다. 기분이 안좋아졌다.. 요즘따라 짜증이 자꾸 치솟는다. 충격에는 벗어났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이렇게 짜증이 많이 나는걸까? 그동안 가슴속에 쌓인 불안감이 터져서 그런걸까?? 예전에는 짜증이 나도 신경질이 나도 참고 웃고 넘겨야 하루하루를 살아갔는데..이제는 그것도 안되는걸까?? 내가 아직 철이 덜 든건가??
뭘하든 세상사 짜증나는 건 마찬가지다.. 신경쓰기도 싫다 잠이나 자자..
팡 소리가 나도록 몸을 눕고는 나는 몸을 돌아누웠다.. 잠이나 자자. 유일하게 내가 편한 안식을 느끼는 시간이다..
눈을 감았다.. 눈만 감는다고 잠도 쉽게 오지는 않는법이다... 그냥 눈만 감고 있는거다.. 차라리 어렸을때처럼 공상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거참.. 미련하기도 해라..
!!!!!!!!!!!!!!!!!!!!!!!!!!!!
뭐야.. !!!! 뒤에서 들려온소리 오싹할정도로 놀랬다.. 머리털이 쭈뼛선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내가 신경질 부린 영감이다..
뭐..뭐요.. 언제왔습니까 영감님??
문이 열려있더만... 놀랠 노자다.. 언제 들어온거지?? 나는 기척도 못느꼈는데..
흠... 거참.. 물살한번 거칠게 탔네..
네?? 무슨소립니까?? 그게??
나같으면 자네가 이렇게 누워있는 이 시간조차 아깝다 이말이야
!!!!! 이봐요 영감님..나에대해서 뭐 아는거 있어요?? 영감님..
내가 자네한테 아는게 있겠나.. 그냥 자네한테는 이말이 필요할거 같아서 말이지..
잠깐만요. 영감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냥 그렇다는 얘기야 에구...이거 늙으니까 몇걸음 떼는것도 힘들구만..
이봐요..잠깐 영..왁!~ 나갈려는 노인을 잡으려다 나는 침대에 발이 걸려 넘어져 버렸다.. 잠깐만요..... 노인은 나갔는데 방문이 휑하니 열려있다. 이미 노인은 나가고 난 후다. 뒤따라 나갈려다 또넘어졌다.. 아 젠장.. 이놈의 이불은 항상 말썽이다.
문을 열고 나가니 이미 노인은 없다.. 뭐야..이 영감탱이가 축지법이라도 쓰는건가??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영감의 말이 울리고 있다..
아뇨.영감님 그게 아니라.. 저에대해서 말씀하시던 그거.. 내가 자네에 대해서 어떻게 알어?? 아니..아까 잃어버린걸 알면서 소중한뭔가가..어쩌구 저쩌구 하셨잖습니까??
허허.. 맞는말을 한건데 왜그러나?? 잃어버린것에 대해서 잘 알면서 왜 소중한것이 바로 자네옆에 있는데도 모르는건가..
...네 그거 말입니다..뭐가 잃어버린거고 뭐가 소중한건지 말입니다..
그걸 자네가 알지 내가 어떻게 아나?? 아니 그러면 그런말을 왜 하십니까?? 기다려봐..막걸리좀 마저 마시고.. 벌컥벌컥... 어헛..시원하니 좋다.. 저기..영감님.이제 말씀을.. 자..자네도 한잔할겨??
아..이영감.. 사람을 조금씩 가지고 노는걸까?? 속이탄다 속이타. 나는 사발에든 막걸리를 쫘악 들이키고 김치한점을 먹었다. 캬앗..시다...
그..뭐야.. 저번에 자네가 화장실에 지랄떨때.. 웬지 이 말을 해야할것 같아서 그래.. 자네 얼굴을 보니 자네가 가장 싫어하는데도 그게 자네를 지탱해주는 무언가를 잃어버린것 같아서 말이야.. 속이 시원하면서도 짜증이 나지???
!!!!!!!!!!!!!!!!!!!!
원래 인간 세상사가 그래...자네 얼굴에는 그것이 떠있지 나는 그게 뭔지도 어떤지도 몰라.. 자네가 세상에서 가장 후회하던것이 지금 바로 자네옆에 있는데 자네는 그걸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거지..
이 영감이 왜 동문 서답을 할까??
나같으면 예전 잃어버렸던 길을 다시 찾아가볼 용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네 그 길을 다시 돌아오기에는 나는 갈날이 멀지 않았어.. 하지만 자네는 다시 그 길을 갈수있는 기회가 왔으니 이 얼마나 멋져??
여기 막걸리봐.. 색깔한번 눅눅한것이 목에 넘어가면 왜이렇게 달고 짭짜름한건지. 내 나이 때는 말이야..소주보다 이런 막걸리를 더 좋아하는 법이야... 소주는 투명하고 색깔한번 곱지만. 얼굴이 비치지가 않아..
네?? 그게 무슨...
막걸리 사발에는 크기도 크고 거기다 흙탕물처럼 흐려서 먹기가 좋지..소주는 안에 들어가면 바로 보이기 때문에 버리지만 막걸리는 그렇지 않거든. 안에 무언가가 들어갔는데 흐려져서 보이지가 않아..어쩌다 마시면 그게 최고의 안주일지도 모른다 이말씀이야.
나같은 시골 늙은이는 막걸리 마시면서 사발에 비친 내얼굴을 봐.. 워낙 흐려진놈이라서 내얼굴이 잘보여... 거울볼 자신도 없는 나같은 늙은이에게 이 막걸리는 내 모습을 보여주거든.. 근데 소주는 말야..그게 통 보이지가 않으니...술맛을 확 잃어버려.. .......... 내가 자네라면 자네 나이때 소주를 먹지 않고 막걸리를 마시겠는데 말야.. 자네는 이미 그걸 한번 겪어왔다는것이 얼굴에 떠있어.. 지난날 너무 소주에 의존하니 막걸리의 맛을 잃는법이지. 내가 자네나이면.. 실망하는일 있을때마다 막걸리에 비친 얼굴 보면서 맘껏 비웃어 줄텐데 말이야.. 그것도 나름대로 풍류가 아닌가??
.........
영감님...그럼 그 말씀은?? 아아..말끊지 말어..
내가 이래뵈도 사람 관상을 좀 볼줄 알아서 그래.. 자네는 보통사람들이 겪지 못할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미련하게도 멍청하게도 그걸 제대로 사용하질 못하니 그걸 더욱더 바라는 내가 안타까울 뿐이지.. 그래 이리와서 한 대 더맞아라 이놈아.
빡!~
읏차..막걸리를 먹었으니..술값은 해야겠고...
아니 영감님 영감님만 말씀하시면 어쩝니까??
자네가 내말 들으려고 한거지 나는 자네말을 들을려고 한적이 없네..
그래 내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지.. 오늘 내가 자네에게 얘기해준거 복채라고 생각해.. 사람은 말이야. 언젠가 또 한번의 기회가 오지...그런데 요노무 사람이라는게 그 기회가 왔을때는 모르고 지난후에야 그게 기회였음을 깨달아.. 그리고 그것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것이 사람이야.. 자네는 그걸이제 알만한 나이인거 같아...겉모습은 기생오래비여가지고는 눈깊이가 찌들데로 찌들었어.. 요약해서 말하자면... 음..아 그래...자네 지금 담배 피우지?? 담배피워보니 어떻던가?? 아.. 뭐.... 좋지는 않죠.. 알면서 또 피우는겐가?
!!!!!!!!!!!!!!!!!!!!!!!!!!!!!!!
방금 이 영감이 말한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 같다..
나같으면 오늘부터 금연할텐데 말이지....허허..자..나는 가네..
영감님 잠깐만요..
따라오지마 이놈아.. 나한테 올시간에 생각이나 더혀.. 나한테 오는 시간도 아깝다 이놈아.. 아..그리고 한마디 더하지. 아까 막걸리 얘기말이여..쉽게 풀이해서 말해줄게.. 원래 비오는날 후에는 흙탕물에 비친 달빛이 더 투명한거여.. 자넨 한번 흐려졌으니.. 무얼해야할지 잘 생각해봐...
..........
내가 예전에 담배를 너무많이 펴서 기도 때문에 고생한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나는 지금 이 담배를 피고있다.. ...조금씩 내가 여기서 무얼해야할지..감이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