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오브 더 태권V
(return of the TaeKwon V)
프롤로그
김박사는 태권브이를 개발해냈다. 그것은 일본의 마징가Z와 그레이트 마징가에게서 얻은 기술 덕분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기술의 핵심인 초합금 제트와 뉴제트는 이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낸 쾌거였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크게 카프 박사의 로봇군단으로 시작을 해서 나중에는 헬박사의 기계수군단을 위시한, 지구평화
를 노리는 수많은 적대조직들과의 전투가 있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그 전투에 태권브이가 참가했는지의 여부에 대
한 기록은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오로지 한국 내에서 카프 박사의 로봇군단과 전투여부만이 기록으로 남아있을 뿐
이다.
모든 면에서 김박사의 독점기술은 마징가Z와 그레이트 마징가를 넘어설 만큼 뛰어났다.
굳이 초합금 제트와 뉴제트의 강인한 내구성과 뛰어난 금속성능이 없어도 로봇의 뼈대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금
속성을 지닌 금속을 개발, 태권브이의 외장 등에 사용한 것도 그렇고, 별다른 비행시스템의 부가장비 없이도 비행이
가능하도록 그 당시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반중력펄스의 에너지를 동력화한 것도 그랬지만, 역시 가장 뛰어난 점
은 인간의 뇌파펄스와 관절동작의 유연성까지 그대로 로봇구동시스템의 움직임에 일치시켜 시스템의 효율성을 순간
적으로 200% 극대화시키는 ‘합일시스템’이었다. 그것은 2년 후 일본이 투장 다이모스를 제작할 당시 아주 초보단계
의 것을 실현시켰을 정도로 여러 세대의 시대를 뛰어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박사의 천재성이 그에게 도움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이후, 우주를 넘나드는 우주전함 거북선까지 제
작할 정도로 국가적 인정을 받고 있던 그에게 대외에 전혀 알리지도 않은 채 독단적으로 마징가 팀에게서 기술이전
을 받았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오점이 되었고, 그의 진심을 믿지 않은 채 그를 시기하고 오해하던 학자들의 정치적인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김박사의 탓도 있었다. 김박사가 이 기술들의 악용을 우려한 나머지
독점적인 형태로 특허조차 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김박사의 모든 연구실적은 철저히 비밀로 남겨진 채, 그는 학
계에서 기술을 도용한 수치스런 과학자라는 오점의 인간으로 남게 되었다. 김박사가 신뢰했던 모든 한국 로봇학계
의 사람들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그렇게 김박사가 매장당한 후, 세계의 로봇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일본에서의 발전은 시간이 갈수록 더
엄청났다. 작은 크기의 아톰이라는 로봇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선조격인 자들이 남긴 고대의 유산을 연구해 다른 나
라들과 합동으로 만들어낸 마크로스와 배트로이드까지, 그리고 미국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기조로 한 독자적인 기
계공학 시스템까지 갖추게 되었다. 몇몇의 로봇들은 김박사가 남긴 핵심기술의 도용을 의심받기도 했지만, 그런 혐
의들은 아무리 제기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가 낸 국제특허는 아무 것도 없었으므로.
한 번은 한국의 독자적 개발이라는 우뢰매라는 메카부터 시작해서 한국 내에서도 수많은 메카가 대중에게 선보였지
만 그것은 모두가 일본의 기술이전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사실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짓
을 했다는 이유로 김박사를 매도했던 학계주류는 이제 그런 짓으로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
이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그 로봇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을 끌어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 김박사가 너무 일찍,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었다.
김박사가 매장당한 이후, 한국에서는 김박사의 소유 하에 놓여 있던 태권브이가 학계주류에 의해 연구되었지만, 끝
까지 이 ‘합일시스템’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지는 못했다. 김박사는 자신의 기술들이 악용당할 것을 우려해 기밀사항
으로 분류, 그 핵심적인 기술은 아무에게도 전달하지도 않은 상황이었고, 결국 그 비밀을 알 수 없었던 학계사람들은
시간이 지난 후 김박사를 내쫒은 것에 대해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김박사의 복직이 국가적인 여론으로 요구되려는 움직임이 있던 어느 날의 늦은 오후, 김박사는 지원도 후원도 끊겨
초라해진 지방의 한 연구실에서 짤막한 유서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기술들도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지고 있는 어떤 기술도 해
외의 기술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연구투자와 개발은 당연히 모두 그런 해외연구의 방향 쪽으
로 흘러만 갔고, 대한민국은 그렇게 개발된 기술들을 투자분만큼 이전해오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그것도 핵심
기술은 모두 받지도 못한 채.
경찰은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자살로 공식발표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사람들의
경우 나름대로 추측한 것이 있다면, 김박사의 죽음에는 분명히 태권브이 시스템의 비밀을 캐내려는 모종의 조직이
배후에 있었을 것이라는 점뿐이었다.
그리고 김박사의 죽음과 함께, 태권브이도 자취를 감추었다. 연구를 위해 놓여있던 로봇전용 거대카고에서 연구지원
자금도 끊긴 채여서 방치되어 있던 것을 누군가가 해체, 처분해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누가 처분했는지,
그리고 그 많은 태권브이의 부품들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 종적을 찾는 노력은 언제나 허사가 되고 말았다.
커갈수록 이러한 전말을 알게 된 김 훈과 이 영은 죽은 김박사의 명예를 되찾고자 로봇 연구계에 투신, 로봇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리고 둘의 사이에는, 딸을 한 명 두고 있었다.
그 딸의 이름은 김 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