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회귀 1

sexyjoon 작성일 07.02.04 1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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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적한 숲 속.

굽이 굽이 이어지는 좁은 길은 끊없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오솔길인가 싶으면 어느새 작은 평지가 이어져 나왔다. 좁은 곳이나마 평지가 있으면 밭이 일구어져 있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다시 숲 속으로 올라가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뜨거운 햇살과 울창한 숲이 아름답지만, 눅눅한 숲의 습기가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얼마 전 많은 비가 내린 듯 하다.

보기에는 운치 있지만 걸어가기에는 조금 힘든 그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 명이 일렬로 걷고 있다.



앞에는 꼬챙이 처럼 가느다란 칼을 옆에 차고 작지만 넓은 도를 어깨에 걸친 남자, 뒤에는 문양은 화려하지만 남루한 갑옷을 입은 여자, 맨 뒤에는 검은 긴 머리가 허리까지 오는 남자가 걷고 있다.



군데 군데 보이는 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공손하게 가슴에 손을 모아 깊숙이 숙여 절한다.



“쳇, 힘들지도 않은가? 그냥 일하기도 힘들 텐데 왜 인사는 하고 난리야?”

앞서 나가던 남자는 짜증나는 듯 어깨에 맨 도로 목 뒤를 퉁퉁 치며 말했다.

“확 밭을 엎어버릴까? 그래도 인사할까? 아니면 덤비려나?”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 밭을 노려보던 남자는 뒤를 돌아보고는 이내 기운 없는 표정으로 한 숨을 쉬더니 계속 길을 간다.



“그만둬 딜런, 앞서 농부가 이야기 한 게 맞는다면 곧 마을이 나올 거야. 거기서 잠시 쉬자. 일일이 신경 쓰지마.”

맨 뒤의 긴 머리의 남자는 이런 산보가 그리 나쁘지 않은 듯 느긋한 표정으로 딜런이라 불린 남자에게 말한다. 그리고 앞의 여성을 향하여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디아나. 당신 고집도 조금만 더 참으면 될 듯하네.”



“……”

디아나라고 불린 여성은 매서운 눈으로 뒤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말했죠? 말 걸지 말라고. 그리고 이런 오르막길에서 숙녀 뒤에 따라붙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따라가고 싶어 뒤에 가는 게 아닌걸 알잖아. 그리고 당신 바라보며 가고 있지 않으니 걱정마. 그러게 갑옷을 들어준다니까 괜한 고집은…”

긴 머리의 남자는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시선을 멀리 옮긴다.

“다 온 것 같군…”

이렇게 깊은 산에 이렇게 큰 마을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듯 세 사람은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역시 그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고개 숙여 인사하기 바빴다.

이제 적응된 듯 세 사람은 별로 신경 쓰지 않으며 쉴 곳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 여관은 없습니까?”

딜런이라 불린 사나이가 과일들을 펼쳐놓은 노점상인에게 물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점상인 일어나더니 가슴에 손을 곱게 교차시켜 모으고는 인사를 했다.

“로키신의 인도로 예까지 오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로키신을 받들면 세상이 모두 휴식처요 평안이니 어서 세례를 받아 빛의 신도가 되십시오.”



딜런의 인상이 찌뿌려졌다.

“네… 네… 일단 좀 쉽시다. 아래서부터 여기까지 그런 말만 벌써 여섯 번째요. 여관이나 가르쳐 주세요.”

“로키신의 인도로 제가 이곳에서 생계를 꾸려 당신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는 로키신의 안배입니다. 로키신을 받들면 세상이 모두 휴식처요 평안이니 어서 세례를 받아 빛의 신도가 되십시오.””



“통 통 통”

슬슬 화가 나는 듯 딜런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면서 작은 도로 자신의 목을 가볍게 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가벼운 도인 듯 싶다.

“네. 일단 짐 풀고 신전에 가보겠습니다. 민박이라도 좋으니 쉴 곳 좀 알려주시죠.”

“로키신의 인도로…”



“통…”

목을 안마하듯 두드리던 그의 작은 도가 멈췄다.



‘이런!!’

긴 검은 머리의 남자가 서둘러 딜런의 앞을 막았다.



“로키신의 신도시어. 당신의 깊은 신앙에 감명받았습니다. 앞서 만난 신도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신앙으로 충만한 분이시군요. 이 산중에 당신처럼 독실한 분이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만 지금 저희가 몹시 굶주리고 지친 상태이니 부디 로키신의 축복을 느낄 수 있는 조그만 보금자리를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로키신을 찾는 것은 바라지 않으시겠지요?”

긴 머리의 남자가 딜런을 막아서며 펼친 왼팔은 말하면서 서서히 내려와 오른손과 합쳐서 앞의 신도와 비슷한 모양으로 가슴에 모아졌다.

그 모습을 보던 상인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오오! 당신을 인도하기 위해 내가 살아온 모양이군요. 정말로 기쁩니다. 이렇게 신의 사랑을 빨리 배풀줄이야…”

목이 매이는 듯 잠시 말을 삼키던 상인은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

“아…! 내 이럴 때가 아니지. 내가 직접 안내해 주겠소!”

상인은 주섬 주섬 노점을 접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긴 머리의 남자는 잠시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침착함을 찾으며 공손하게 말했다.

“당신이 저희만 기다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곧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부디 그들에게도 당신의 신앙을 보여주십시오. 저희는 이미 로키신의 손안에 있습니다. 어린아이 가르치듯 하지 말아 주십시오.”



흥분했던 딜런은 어느세 멍한 표정으로 긴머리의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디아나라는 여성 역시 두 사람의 대화를 동그란 눈으로 바라볼 뿐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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