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그그그그극~~~ 휴~ 아담하고 좋구나”
긴 머리의 남자는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어이가 없다는 듯 딜런과 디아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두목은 뭐 하는 사람이오? 뱀 혓바닥이라도 먹었나? 거짓말이 좔좔 흐르는구먼.”
딜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응?” 검은 머리의 남자는 고개를 들어 딜런을 바라봤다.
“뭐야? 그럼 네가 그 자랑하는 칼 솜씨로 순식간에 상인의 목을 날리고, 뛰어오는 경비병들과 치고 받는 게 더 낫단 말이냐?”
‘……’
딜런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무언가 못마땅한 게 있는데 딱히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듯 인상이 울그락불그락했다.
“암튼! 두목의 그런 방식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오. 그것만 알아두쇼!”
뱉어내듯 말하고는 그는 바닥에 앉았다.
‘휴…… 내가 이런 인간들하고 같이 다녀야하다니…’
하나 밖에 없는 침대에는 긴머리의 남자가 누워버리고, 바닥에는 딜런이 앉아버렸다.
벽에 기대어 지긋이 손으로 머리를 누르며 디아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여관에 들어와서 일까? 어느세 피곤이 몰려오고, 산을 오르면서 애써 잊어버리려고 했던 갑옷의 무게가 느껴졌다.
“달그락, 달그락”
몸을 뒤척이며 갑옷을 이리저리 만지던 디아나는 곧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보기보다 가벼운 듯 마룻바닥임에도 불구하고 놓을 때 크게 소리는 나지 않았다.
‘아무리 경장갑이라해도 저걸 두르고 여기까지 오르다니… 강한여자 아니면 독한여자겠군.’
딜런은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딜런의 시선을 느꼈는지 디아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바닥에 앉았다.
“으음…”
역시 오랜 산행으로 무리가 온 걸까? 자신도 모르게 조그만 신음소리를 냈다.
“거참… 힘들게 올라와서 그게 뭐야. 나처럼 온몸을 이완시키면서 으그그그끄끄끄~~ 해야지 시원하지~”
긴 머리의 남자는 침대에서 개가 기지개를 피 듯 허리를 주욱 피며 말했다.
“경망스럽군요!”
디아나는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풀었다.
“내가 당신을 상대하는게 아니지…”
디아나는 귀찮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돌린 시선에는 딜런이 있었다.
좁은 방.
침대 하나에 여자 한 명, 남자 둘… 편히 쉴 곳이 아니다.
디아나는 답답해 졌다.
“잠시 씻고 올께요.”
디아나는 일행에게 말한 후 방을 빠져나갔다.
사실 근처에 몸을 씻을 만한 곳은 없었다. 다만 편하게 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자 바로 나와버린 것이다.
“두목. 혼자 다니게 해도 될까?”
긴 칼을 천으로 닦으며 딜런은 중얼 거렸다.
“두목은 무슨… 그냥 이름을 부르래도…”
긴머리의 남자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무언가 생각 한 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두목으로 부를꺼면 정식으로 대우를 해주던가, 아니면 편하게 부르던가… ”
표현이 마음에 안드는 듯 남자는 인상을 쓰며 바라보았다.
딜런은 별로 신경 안 쓴다는 듯 칼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자식이 꼭 말시켜놓고 딴 짓 하더라…” 긴머리의 남자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괜찮아. 여기서 어디 갈 곳도 없고… 지금은 그냥 쉬고 싶어 나갔을 뿐이야.”
방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칼을 허리에 차더니 딜런이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래도 데려와서 여기서 쉬게 해야겠어.”
“좋을대로 하시게나~ 난 한숨 잘 테니까.”
나가려던 딜런은 문득 생각난 듯 문앞에 멈춰서 말했다.
“상처는 괜찮아?”
“…… 아픔은 같지만… 낫는 속도가 틀려 괜찮아.”
검은 머리의 남자는 눈을 감은채 말했다.
딜런은 무언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나갔다.
산을 오를때만 해도 빨리 쉴 생각만 했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쉬는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여관을 나서기는 했지만 어디서부터 찾아야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딜런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찾기 쉬웠다.
흰색에 가깝운 긴 금발머리에 날씬한 몸매. 그리고 뽀얀 살결을 가진 이국의 여성은 어디에서나 눈에 띄게 마련이다.
사실 어디에서나 그녀 주위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기에 사람들이 모인 곳을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여관에서 멀지 않은 광장의 나무에 살포시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주위에는 신기하다는 듯 아이들이 모여 소근대며 쳐다보고 있었고. 지나가던 어른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한 듯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다 가곤 했다.
옆에는 개들까지 모여 들어 같이 자고 있었다.
딜런은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처음보았을 때부터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잠들어 있는 모습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어려서 듣던 신화속의 천사처럼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쉬게 두는게 좋겠구나.’
그녀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은 딜런은 평화로운 정경과 그 속의 디아나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 by 심연의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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