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과 연 4-1. 사과.

똥광의영광 작성일 07.02.10 00: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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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과]

 

생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 한참을 헤메니 잠식이 되어버린 느낌.

 

눈을 뜬다. 시계를 바라본다. 오후 10시 28분.

 

겉에서 보이지 않는 일은 피곤한 것이다.

 

이렇게 일어났으니 오늘도 새벽까지는 잘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한다.

 

 

 딱히 할 일도 없고 게임은 지겨우니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기로 마음먹는다.

 

군대를 가기전에 일을 했던곳은 지금 너무 성장해버려 다시 들어가기가 힘들어졌고, 일

 

당 용역직으로 일을 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 아르바이트를 하

 

려고 생각했다.

 

힘든 일에 관련되서는 뭐든 해본 경험이 있는 터라, 이제는 돈은 조금 받아도 편한 아르

 

바이트를 하려고 마음먹는다.

 

 

컴퓨터를 켜고 아르바이트 구인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이리 저리 둘러본다.

 

 

 

...

 

 

시계를 본다. 11시 5분.

 

딱히 마음에 드는 자리는 없지만 여러군데의 피씨방 아르바이트 자리가 나의 눈길을 이끈다.

 

 

"야간 풀타임 12시간, 오후 두시부터 열두시, 오전 여덟시부터 오후 세시.."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던 도중, 군대 동기한테 전화가 왔다.

 

 

사이트 창을 닫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찬이냐?"

 

"그래, 나다 임마. 잘 지내냐?"

 

"아니, 잘 지내기는 하는데 이 늦은시간에 왠일로 전화를 다 하셨데?"

 

"임마.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 아니냐. 그냥 생각나서 전화했다."

 

"하하. 그러셔? 고맙다 야. 지금 뭐하고 지내?"

 

"그럭저럭. 군대있을때 선착순하면서 허리삐끗 한 것 때문에 병원 다니고 있어."

 

"아.. 많이 아프냐? 그거 걱정이네.."

 

"뭐. 어쩔수 없지. 너는 일하고 있어?"

 

"아니. 이리 저리 알아보고는 있는데, 신통치가 않다. 요즘 신경쓰이는 일도 있고."

 

"일? 무슨일? 심각한거냐?"

 

"아니, 들어보면 굉장히 웃길거야. 별로 심각한것도 아니고, 대단치도 않은 일인데 한번 들어볼래?"

 

"그랴. 이야기 해봐."

 

 

나는 피씨방에서 그여자와 있었던 해프닝을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나보다 한살이 많지만 생각하는 수준은 열살차이가 나는 군대 동기. 군대 있을때 도움

 

을 받았던 일을 회상하며 피씨방에서 일어났던 일을 요약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좀 황당하지 않냐?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더라구."

 

"하하. 말대로 황당하긴 하네. 근데 그여자 성격이 되게 까칠한가보다."

 

"너가 생각해도 그러냐? 아주 민망해 죽는줄 알았다구. 외모도 되게 냉정해보였구."

 

"이야. 근데 어찌보면 이것도 인연 일수 있겠다."

 

"인연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마라. 그게 어째서 인연이냐. 악연이지."

 

"후후. 그렇긴한데 조금더 깊게 생각해봐. 원래 같으면 일어나지 않을, 평범하게 지나갔

 

을 일이. 우연으로 인해서 그정도의 상황까지 갔으면 인연이 아니고 뭐겠냐."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피씨방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기억해본다.

 

 

"어쩌면 그 아가씨도 너와의 악연에 대해 상대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을걸."

 

"무슨 말이야?"

 

 

가끔씩 동기가 하는 말은 내가 이해 하지 못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만든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 아가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확실히 몰라. 그리고 너가 경

 

험했던 일은 그 아가씨 입장에서는 더욱 많이 경험해보아서 무덤덤 할 수도 있어. 네가

 

아까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을 그 아가씨가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리고 그건 네가 읽었던 거고. 그것도 아주 감명깊게 말이야. 내가 생각해본건데 책의

 

우연적인 존재가 너를 그아가씨에 대해서 아주 깊게 생각하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아."

 

 

이건 정말 맞는말이다.

 

 

"확률로 따져보자면 너같은 경우는 오늘 일어났던 일들의 100퍼센트중에서 70~80퍼센

 

트정도를 그 여자만 생각하고 있어. 이건 분명하지.  반대로 그 아가씨는 오늘 일어났던

 

일들의 100퍼센트중에서 20퍼센트 정도만 할애해서 생각하고 있을거야.결국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도 있다는 이야기지. 피씨방이든 뭐든 서비스 업종같은경우는 손님

 

들이 많아서 하나하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단 말이야. 하지만 오늘 처음 본 너의 얼굴

 

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을걸? 그 일로 인해서 말이야. 그러니 나쁘던 좋던 간에 인연이라

 

고 할 수 밖에."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그러니깐 잠을 자던 밥을 먹던 간에 한번쯤은 너에 대해 생각을 해 볼수도 있다는 이야

 

기지. 그 20퍼센트 때문에."

 

"한마디로 나는 그 여자와 인연일수도 있다는거고 그 여자는 나와 악연일수도 있다는 거

 

구나."

 

 

"그렇지. 너는 그 악연을 인연으로 바꿔야지."

 

 

"악연을 인연으로 바꾼다고?"

 

"그래. 악연을 인연으로 바꾸면 그 아가씨도 악연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인연이라고 생각

 

하게 될 거 아냐."

 

"아니, 어떻게?"

 

"뭐 있겠어. 사과를 해야지 우선."

 

"사과라고? 내가 잘못한건 없는데도?"

 

"네가 잘했든 잘못했든 좋던 나쁘든 그 상황에서는 제일 적절한 방법일거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흠. 일일히 숟가락으로 밥먹여줄까?"

 

"음.. 그럴필요까지는 없어."

 

"간만에 오래 이야기 해본것 같다. 꼭 좋은인연 만들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 도움 많이 됐다. 야. 찬아."

 

"응?"

 

"너가 이렇게 전화해서 그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도 인연중의 한 요소에

 

포함이 될까?"

 

"맞아. 인연중에서도 우연적인 인연이지."

 

"고맙다. 나중에 군산내려갈게. 술이나 먹자."

 

"네가 잘되면. 정말 끊는다."

 

 

 

전화를 끊고 사과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본다.

 

왜 동기는 사과를 하라고 했을까.

 

-네가 잘했든 잘못했든 좋던 나쁘든 그 상황에서는 제일 적절한 방법일거다.-

 

적절한 방법. 적절한 방법.. 적절한 방법...

 

" 맞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그여자에게 다가갈수가 없구나."

 

 

정말, 다가갈수가 없다. 이미 안좋은 꼴을 다 보였으니.

 

 

 

-단 카스터의 정신력의 기적이라는 책이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내 머리속 어딘가에서는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라고 말을 한다-

 

 

 

나는 다짐한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우연적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정리한다면.

 

 

 

 

지금부터의 상황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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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똥광의 영광입니다^^;

 

후기라는걸 처음써보게 되는데, 민망하네요.

 

요즘 시간이 나질 않아서 가끔씩 올리곤 하는데. 미약한 수준의 제 글을 보시고 리플을 달아주시는 분이 있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아직까지는 흥미를 끌 요소를 넣지를 못했는데, 구상하는 스토리상 이렇게 된거구요.

 

다음 편부터는  좀 더 재미있게 써보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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