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1

kanghiro 작성일 08.03.23 01: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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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난, 쉽게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그 날도 아무렇지 않게 처음 만난 여자를 따라 지하 술집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내 손을 끌며 웃었다.

 

" 처음이라고 했죠? 하지만 금새 분위기에 즐거워 질 거예요. "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나를 바에 붙여놓았다.

 

작은 바, 그리고 몇 안되는 테이블에 커다란 크기로 틀어놓은 이름 모를 음악들이 나를 조금씩

답답하게 했다.

그녀는 바텐더와 들리지도 않는( 혹 들리지 않게 ) 몇몇 잘게 나눠진 대화를 나누곤 나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 아직도 말이 없네요....."

 

난 그녀의 눈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

 

" 이런 분위기는 좀 적응하기 힘들어서요. "

 

그러자 그녀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손을 귀에 대고 흔들었다.

 

" 이런 분위기는 좀 어렵습니다. "

 

그녀에 귀에 대고 말했다.

 

아까와는 다른 말...

 

메뉴를 보던 하연 얼굴의 여자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

 

작고 하얀 얼굴, 고른 치아와 날카롭게 느껴지는 곧은 자세,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미소와 길게 뻗은 다리,

그리고 날렵한 귀, 그녀는 절대 내 마음에 어긋나지 않는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 아...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

 

또 어눌하게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변명 아닌 변명을 뱉었다.

 

화약처럼 펑펑 터지던 시끄러운 음악이 멈추고, 그녀도 잠시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작고 빠르게.

 

" 미안해요. 그런 말을 해서... 하지만 즐겁지 않아보여서....."

 

'아닙니다' 라고 말하곤 술은 어떤 것으로 할까요, 하고 내가 물었다.

 

그녀는 턱! 하고 메뉴를 접더니 이렇게 말했다.

 

" 잭& 다니엘요~"

 

" 저도 좋아하는 술입니다. "

 

그녀는 웃었다. 나도 적당히 웃었다.

 

잠시지만 앞에 얼굴을 바라보며 오늘을 함께 보낼 거라는 걸 서로 인정해버린 것이다.

 

그녀에 왼쪽 주머니에 수류탄을 빼곤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진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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