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3) 아줌마.

꺼져시발놈아 작성일 08.03.31 22: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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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때 내 눈을 의심했어. 너희가 내 입장이 되어서도 그럴 꺼야. 분명히 "꿈"에서 교회 안에서
나에게 다가와 내 손목을 잡고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 일어나! 라고 외쳤던 아주머니를
지금 저기 사거리 횡단보도앞에서 내가 봤으니 말이야...

그때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달렸어. 가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
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저 아주머니를 만나면 "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정신없이 달린 것같아. 저 아주머니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계속 달리다가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 멈춰 섰지.. 정확하게 횡단보도를 가운데에 놓고 나와 아주머니는 서로 마주 보고 있었어.
아니. 사실은 나만 계속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있었지...

그때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었는데 말이야.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순간 손에 들려있던 장바구니를 떨어뜨리시더니 급하게 반대편 시장 쪽으
로 달리시는 거야. 계속.
그때 난 계속 저 아주머니를 놓쳐선 안된다 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으면 옆에서 친구가 무슨 일이야? 왜그래? 라는 질문에 대꾸도 하지 않았으
니깐...
신호가 바뀌자마자 난 전속력으로 뒤쫓았어. 아무래도 내가 더 젊으니 금방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
였지. 점차점차 간격이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난 그 달리던 아주머니 팔을 붙잡았지.
바로 그때.

꺄악!!
이거 놔! 난 잘못 없어.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흑흑... 누가 좀 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흑흑...

등등. 알 수 없는 말만 하면서 그 아주머니는 거의 실신 할 정도로 무언가에 놀라있었어.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된 거지만 물론 그건 나에게 한 말이었어.
어찌 되었던. 그 아주머니는 그렇게 흐느끼시다가 내가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보시곤
뭐에 놀라신 듯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뜬금없이 나와 내 친구를 대리고 집으로 향하시는 거야
가는 도중에 대화라곤 없었어. 나는 그때 아주머니 행동에 놀라있었고 아주머니도 뭔가에 놀래셨
던 것 같고 내 친구는. 그냥 멍 한거야. 이게 무슨 일인지도 잘 모를테니 말야..

그리고 우리는 그 아주머니 집에 도착하게 되어 우리가 믿어야 할 정말 엄청난 이야기를 듣게 돼.
나와 내 친구는 그 집에서 한동안 말없이 아주머니를 쳐다보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저기...
저. 아주머니..
그러니깐... 그.. 제가 사실 시장에서 예의 없이 군건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꿈에서 자꾸 교회가 나오는데..
거기에 아주머니께서 나오셨거든요... 그런데 꿈이 아닌 여기서 실제로 보니.
너무 놀라서 그만....

그때까지 아주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어. 그냥 고개만 숙이고 계셨을 뿐이야..


저.. 아주머니?..
혹시 아주머니 "꿈"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나요??

내 친구의 질문에 아주머니는 크게 한숨을 쉬시더니 나와 친구를 번갈아 쳐다보시곤.
입을 여셨지..

 

사건은 18년 전에 일어난 거야..


강원도. 그곳에서도 아주 외진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 소리없이 묻힌 사건이 하나 있었어.
그냥 바깥세상과 소통도 거의 안 되는 말 그대로 그냥 조용하고 소박한 외진 마을이였는데 말이야.
그곳에 언젠지는 모르지만 젊은 부부 한 쌍이 이사를 왔더래..
남자가 사업에 실패를 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그때 임신 6개월이였어.
그 둘은 이사를 온 뒤에 정말 많이 일했어. 정말 성실했지. 남자는 온종일 밭을 매면서
아내 걱정에 하루도 편이 쉬질 않고 그의 아내도 우리에게 새참을 만들어 주기까지 하는..
임신을 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말야..
그래. 2개월 정도 지나고 난 뒤에는 정말 예쁜 아기까지 낳았어. 그때 그 아기 이름을 김인서라고
지었지.
정말 예뻤어... 그 아이를 낳고 1년 동안은 정말 마을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는데...

 

아주머니는 그 후 천장을 보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다시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시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셨어.

 


어느 날인가.. 뒷산에 산책을 하던 30대 남자가 갑자기 마을로 급하게 내려오더니
산에서 시체를 봤다고 하는 거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올라가서 봤을 때는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가 그 젊은 여자를 겁탈하고 죽여버린 거야.. 그리곤 산에 버렸겠지...
더욱 충격적인 건.. 그 여자 옆에 1살이 지난 그 갓난아이도 죽어있는 거야...
1살이니 . 아직 엄마 젖을 물려야 하는 나이니... 지 엄마와 하루종일 같이 있다 보니..
범인이 그 아이까지 죽이고 산에 버려둔 체 도망을 가버린 거야..
단 하루 만에 아내와 아이까지 저세상으로 가버리니 남편은 어쩌겠어...
그날부터 밤새도록 그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노력했지....
반드시 목격자가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말야..
그렇지만, 그곳은 조용한 외진 마을이야.. 경찰도 뭐도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곳 말이야..
그런 일을 처음 접해본 마을 사람들은 놀라기도 했지만 점차 그 일에 대해서 무심해지기 시작했
어...
5개월 만에 .. 그 일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마을 사람들은 무심하게 넘어가 버렸어..
그 남편이란 사람은 그 뒤로 밤새도록 술만 마시고 마시고 나중엔 술 없이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
어버렸는데 말이야...
그래.. 그날도 그 사람은 술에 몸을 맡기며 온 마을을 휘휘 젓고 다녔었는데...
마침 어느 집을 지나게 될 때 그 결정적인 대화를 들어버리고 말았지.

 

아이그... 저 사람 언제까지 저렇게 술만 마시고 살아갈지.. 쯧쯧....
이 사람아! 저것도 다 우리 때문에 저렇게 된 거 아냐...
어휴... 그놈의 돈이 웬수지 웬수야... 이거 이러다가 우리 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 아닌가 몰라.
이그! 이 사람아 밖에 그 사람 들을라.. 너도 입 조심해. 그렇게 떠들고 다니다가 큰일 나는 거야.

 

잠시 술에 취해서 집에 기대어 쉬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대화를 하는 집 담벼락에서 쉬고 있었던
그 남자는 그 대화를 듣다가 뭔가 이상했었는지 그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 그게 무슨 소리냐며.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화를 내는 그 남자가 무서웠었는지 집사람들은
말해줘선 안될. 모든 사실을 알려주기 시작한 거야...


사실.


목격자가 있었더라고...

 


그 일이 일어날 때쯤에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그 부근을 지나가다가 그 장면을 목격한 거야..
그 젊은 여자는 발버둥치다가 나중엔 숨이 끊어졌는지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고..
모든 걸 보게됀 그 마을 사람은 너무 무서워서 마을로 돌아가 한동안 집 밖으로 나오질 않았대..
그러다가 자기 마누라한테 본 걸 이야기해주는데 말이야..
그곳은 작은마을이야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하루도 안 지나서 모든 사람이 알아
버리는 곳이라구..
이야기는 흐르다 흐르다 그 마을 이장 귀에 들어가게 됐는데...
범인이 다름 아닌 그 이장의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라는 거야..
이장도 적잖게 놀랬지.. 사실 그 일이 일어났던 그날 저녁에 그 아들이 자기 방에서 이상한 행동을
했었거든..
그 이야기를 들은 이장은 혹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정말 하면 안 되는 짓을 저질러버리고 말았지..
마을이라고 해봐야 사람들 몇 안돼고... 한사람당 천만원을 준다는데....
그걸 거절할 수가 없었다라고. 그 집에 있던 마을 사람이 남자에게 이야기를 다해준 바로 그 순간
남자는 술에 취해서 실성을 했는지 부엌으로 달려가 거기 있던 칼로 그 집 사람들을 모두 죽인 후
사라졌어.
그래 ... 사라졌어.. 며칠 동안 말이야....
그때..마을 사람이 그 집을 방문했을 때에는 칼로 도려내 심장이 사라진 시체 2구만 남아있었대..
마을 사람들은 그 뒤로 무서워서 집밖에 잘 나가지도 않게 되었어....
마을이 그런 상태인데도 이장은 그냥 덤덤했어.. 오히려 마을 사람들에게 그 남자는 경찰에 신고
도 못할 거라고 하는 거야.. 그 남자도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이장이란 사람은 끝까지 그런 식이였어...
그리고 4일이 지났던 거 같은데. 어디서 비명이.....


사건 (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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