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창전 - 5. 전투, 한걸음 앞으로 (2)

NEOKIDS 작성일 08.05.29 0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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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는 잠시 급작스런 충격으로 널뛰었던 심장을 진정시켰다. 암한절명쾌검이라면 아주 높은 급수의 기보는 되지 않아도 적어도 중상급은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신비한 기를 머금은 검을 찾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거니와, 그것을 다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도 자신을 순간적으로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여기까지 계산이 미치자, 반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생각한 바와 틀리군. 너무 정보가 없었던 건가.’

반유는 자신의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공포를 떨구기 위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우리의 무공은 충분히 완성 단계에 들어서 있어. 거기다 기보까지 가지고 있고. 어찌 되었던 승리는 이 쪽 편이야!’

반유는 등을 곧게 펴고 시운과 사미에게 외쳤다.

“이런이런. 바쁘신 중에 미안하지만, 우리도 비록을 한시바삐 가지고 가야 하는 처지라.”

그리고 반유의 손짓이 바로 뒤따르면서 무리들의 신형이 공중으로부터 싸울아비들에게로 쏟아지듯 짓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투의 막이 오른 것이다.


그림자와 그림자가 얽히고 섥혔다. 달빛을 받는 검광과 가끔식 무공의 ‘길’을 막으려는 총탄의 섬광과 소리만이 가득했다. 순식간에 넓은 뜰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전장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습격한 흑의단의 무리들이 우세한 듯 싶었다. 진형의 약점이라도 파악한 듯 진의 중간중간에서 싸움을 걸어왔다. 몇몇이 게다가 ‘길’을 섞은 놈들인 만큼 보통 무공을 사용하는 자들에 비할 바 아니었다. 그에 비하면 싸울아비들의 내공은 일반 수준에 불과했다. 눈깜짝할 사이 몇 명의 싸울아비들이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싸울아비들은 급히 형세를 수습했다. 총기류와 검술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진수와 창해의 지휘 아래에서 진형은 어느새 원형을 회복하고 놈들의 진행방향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흑의단들은 점점 악에 받히기 시작했다. 쉬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형태도, 진형도 처음 보는 모습으로 변하고 그 흐름 또한 변화무쌍하여 도무지 다음의 진행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다 보면 남는 건 아무리 무공이 출중한 들 진형 속의 개개인은 결국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주먹을 아무데나 휘두르는 일개 잡배의 수준으로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당황하지 않고 맞대응할 진형을 짜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미 흑의단 무리들은 반유의 통제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진형이 견고하게 반유와 무리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쳇.”

반유는 쓰러진 싸울아비의 usp권총을 집어들고 싸움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바로 적환이었다.

“네 놈!”

“흥!”

암한절명쾌검이 다시 빛을 발하자, 적환도 체축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자신의 화산에서 기보는 아니라도 가장 좋은 검을 가져왔지만, 그것도 사미의 아미구음신공에 파쇄된 후 푸름 가문에서 받은 검으로 싸워야 했기에 손이 익지도 않았고, 또 무공이 상승된 반유에게 기초부터 될 턱이 없었다. 그저 남은 건 화산의 검술을 기기묘묘하게 운용하며 시운 때와 마찬가지로 겨우 막아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점점 막히고 있었다. 자신의 보법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검술 뿐 아니라 권총의 겨냥 속에서도 위험해지는 것이었다.

적환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이런 기술은 화산을 제외한 다른 구파일방들에게는 기본이었다. 화산은 그동안 칩거를 거듭했지만, 다른 문파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런 기술들도 운용하고 있었다.

이른바 단로술이라 불리는 그것은, 권총 등의 총기를 이용하여 상대의 진퇴를 예상하고 그 진퇴의 자리에 먼저 사격을 해 들어가는 것이었다. 일종의 근접사격술이지만 총을 마치 또 하나의 검처럼 다룬다는 점에서, 운용 방법만 터득하면 그 묘법이 여러 가지였다. 특히나 상대의 무공술의 투로가 알고 있는 것이라든가 할 경우에는 더욱 효과가 컸다.

그러다 보니 이 단로술을 막기 위한 다른 기법들도 연구가 되었고, 푸름과 바름 가문도 서로 다투는 가운데 나름의 단로술을 개발한 처지였다. 그러나 화산의 경우는 전통에 얽매여 이런 연구가 전무했었다.

사정을 모르는 적환의 속이 무력한 자신을 바라보며 타들어갔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한 것인가!’


그 때 적환의 다리에 뜨거운 통증이 몰려왔다. 반유가 쏜 usp권총의 9mm 탄환이 넓적다리에 박힌 것이었다. 적환은 두 걸음 정도 물러나 다리를 감싸 쥐었다. 

“이..........무슨 사술을!”

“사술? 흥. 웃기고 있군. 단지 1년만 연구하면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이 단로술조차 연구하지 않던 주제에.”

반유는 아수라장 속을 천천히 걸어오면서 외쳤다.

“낡아빠지고, 닫혀있고, 모든 것이 곰팡내를 풍기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그래,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라도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말을 하는 중에 습격하는 싸울아비를 두 조각 내며 반유는 천천히 다가왔다. 적환은 점점 뒷걸음질을 쳤다.

“그럼 힘은 도대체 왜 가지려 하지? 왜 무공은 쌓느냐는 말이다. 그 힘으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 부모님이 당했던 그 부조리함을 없애기 위해서 가지려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화산은 그랬나? 화산은 과연 잘하고 있었는가!”

적환은 반유의 외침에 멈칫했다.

“화산의 가르침은 그렇지 않아! 매화와 같은 정신, 그리고 자연의 힘을........”

“하핫!”

반유의 안광이 급히 다가오더니 적환의 얼굴 바로 앞에서 빛났다.

“결국, 넌 화산의 가르침대로 해서 누구를 지킬 수나 있는 능력이 되나?”

곧 반유가 고개를 돌리면서 검광이 빛났다.

“그럴 주제도 되지 못해서, 내가 화산을 버린 거다!”

적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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