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나와 그녀가 사랑하는법 -4화-

니코리짱 작성일 09.08.02 19: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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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에 가고싶다.

그녀가 그곳에서 알바를 하고부턴 가기가 꺼림직하다.

그렇다고 그녀를 피해 오후에 가자니.. 사람이 너무 많다.

흠...

내가 왜 그녀 때문에.. 나의 즐거움을 포기해야하는건지..

이 어이없는 사실이.. 허탈하고..

무시하면 된다는 쉬운 결론자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물론 집에서 인터넷으로 감상할수도 있다.

하지만.. 링고만의 아늑하면서도 은은한 공간의 느낌이 당췌 나질 않는다.

푹신한 쇼파.. 대형 화면.. 짱짱한 싸운드... 의 링고

딱딱한 방바닥.. 15인치 모니터 화면.. 성능 최악의 스피커 싸운드.. 의 내 방

역시 링고를 가야만 한다..

그냥... 무시하고 가봐?

하긴.. 내가 내 취미 즐긴다는데.. 지가 무슨 상관?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다.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녀는 내가 뭔짓을 하던 관심도 없을것이다..

나혼자 오버한거다.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링고를 향해 달렸다.

 

 

"아 선배님~ 오셨네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역시나 그녀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

딱히 할말도 없다. 그냥 테잎만 골라서 주면 그걸로 끝이다.

말 길어지면 더 민망해짐을 잘 알고 있었다.

"요즘 왜이렇게 안오셨어요.. "

말걸지 마라.. 친한척 하지 말고..

밖에선 몰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서로 모른척좀 하면 안되겠니?

"아.. 그냥 좀 바빠서.."

"영화 보시려구요?"

"어... 모처럼 시간이 남아서.. 한편 보고 학교에 갈려구"

시간은 늘 남아돈다.

말이 길어질거 같아.. 재빨리 보고싶었던 자유학원 8탄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냈다.

"근데 선배님은 엠티 안가셨어요?"

.............

테잎을 비디오에 넣으며 그녀가 묻는다.

그러고보니 어제 동아리에서 엠티를 갔다.

나에게도 가자고 연락이 왔지만... 야간수업도 있고.. 몸도 피곤하고 해서

거절했었다.

"어.. 좀 바뻐서..못갔어"

"아.. 저두 여기때문에 못갔는데.. 아쉬워요"

흠... 새내기인데 알바때문에 엠티 못가는 기분.. 작년에 나도 느껴서 잘 안다.

물론.. 그녀처럼 여기 링고의 카운터를 내가 지키고 있었기에.. 더 잘 안다.

" 1번방에 넣었어요.. 늘 거기서 보시죠? 들어가시면 되요.."

헛.. 내가 뭘 보는지.. 역시 관심이 없나보네..

다행인건지...불행인건지..

조용히.. 방에 들어가.. 오래도록 기다렸던 또하나의 명작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똑똑똑~

힉.. 누구?

"선배님 커피한잔 드세요~ 저 들어가도 되죠?"

이러면서 내 대답도 듣기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 이런 젠장..

그냥 들어올거면 묻긴 왜물어?

근데 내가 문을 안잠궜던가?

하긴 그동안은 문을 잠글 필요가 없었다.

아... 또 이런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다니..

"야.. 너 갑자기 들어오면.. "

어이씨.. 할말이 생각이 안난다. 아니 생각은 나는데 차마 말로 표현하기가...

"아.. 깜빡했네요.. 죄송해요.."

"..........."

"에이.. 뭐 어때요? 이상한거 보는것도 아닌데요 뭘.."

이상한게 아냐?

요즘 분위기는 이런게 이상한게 아닌건가보다!

커피를 나에게 주며 그녀도 그녀의 캔커피 뚜껑을 딴다.

그리곤 내 옆에 앉아버린다.

"...................."

안 나가나?

"선배님.."

"어?"

"엠티 안가실래요?"

"엠티?"

"네.. 저 엠티 정말 가고싶었는데.. 여기 때문에 못갔잖아요.. 오늘이라도 갈까하구요.."

"근데?"

"선배님도 혹시 생각있으면 같이갈까 해서요..."

"................."

흠.. 얘랑 같이 가는거라.. 웬지 상당히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 될거같긴 한데....

그렇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좋다고 할순 없는 노릇이고..

"글쎄.. 별로 가고싶은 생각은 없는데..."

역시나.. 팅겨버린다.

늘 그렇듯 마음과 말이 따로 놀고만다.

........... 괜히 팅겼나?

"그래요? 뭐 일이 있고 그런건 아니죠?"

말의 뉘앙스가 좀 이상하다..

"뭐 일이 딱히 있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엠티를 가는건..."

"저.. 4시에 끝나니까요.. 5시쯤 만나면 되겠네요.."

"................."

얜 도대체 뭐야..

물론 그녀의 이런 반응에 내심 쾌재를 질렀지만..

참 알수없는 그녀다. 자신감도 지나치면 독이된다던데..

"근데 여기 계속 있을꺼냐? 나 이거 봐야되는데.."

"아... 죄송해요.. 이거만 다 마시고 갈께요.."

"..............."

정적속에서 수시로 울려 퍼지는 쩌렁쩌렁한 신음소리(?)

민망함과 어색함의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이런거 왜 그렇게 좋아해요?"

정적을 깨고.. 그녀가 갑자기 묻는다..

.................

그놈의 커피 하루종일 마시냐?

".... 몰라.. 그런걸 뭐하러 물어봐? 참고로 난 더 볼게 없어서 보는거야.."

더 볼게 없단걸 강조하는 내 모습.. 생각해보니 웃기다..

이런 질문.. 여자도 알면서 묻는거고.. 남자도 알지만 답해주지 않는..

아주 흔하디 흔한 질문아닌가..

"아뇨.. 그냥 저도 좀 좋아하는데 혹시 남자들하고 같은 이윤가 해서요..."

살짝 웃는 그녀..

.................

진짜로 이런거 좋아하는거냐?

지난번에 얼핏 좋아한단 얘길 들었던거 같은데.. 농담으로 여겼던 나였다.

"이런게 좋아? 특이하네.."

"특이해요?"

"어.. 특이하네.. 여자들 보통 이런거 안보잖아.."

"에이.. 아니에요.. 여자들도 자주 봐요 이런거.. 저 고등학교때 친구들하고

이런거 얼마나 많이 봤는데요.."

................

뭘 자랑이라고.. 그런 대견스런 표정을 짓는지...

"뭐가 그렇게 좋은데...?"

질문해 놓고도 참 민망하다..

이런 질문 첨해보는거 같고.. 앞으로도 해볼일 없을것임을 확신한다.

"첨엔 신기했는데.. 보다보니까.. 주인공들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 재밌어요..

자세들도 다양하고.. 뭐 그냥 여러가지로 새롭고 그렇드라구여.."

아..............

나도 민망해서 잘 못하는 말들.. 어쩜 그리도 표정하나 안변하고...

보통 이런거 좋아해도...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감추고 하더만..

"................"

"저 이상해요?"

어.. 이상해.. 너처럼 이상한 애 내 21년 인생에 처음 보는거 같다..

앞으로 향후 30년간 너같은애 못볼거 같구나..

"아니 뭐.. 이상하진 않지만.. 좀 독특하네"

이상한거나 독특한거나.. 같은건가?

"근데 커피 다 안마셨냐?"

영화의 반이 지나갔다. 그녀때문에 집중 하나도 못하고 반을 넘겨버렸다.

"다 마시긴 했는데.. 어짜피 손님도 없고.. 저 그냥 여기서 이거 같이 보면 안되요?"

....................

미치겠다.

로맨스영화도 아니고.. 액션영화도 아니고.. 에로 영화다..

우리가 연인도 아니고.. 같은 남정네도 아니고..

단지 한 남자와 한 여자일뿐인데..

같이 보고싶어하는 너의 그 알수없는 심리는 도대체 뭐란 말이냐..

"......... 뭐 그래... 보고 싶으면 봐.."

어물쩡 또 그녀에게 이끌려 가버리는 내모습..

딴건 몰라도.. 이런건 혼자 즐기고 싶었는데...

그렇게 어색하게 아무말 없이 나머지 시간을 보내버렸다.

 


띵띵~~띵띵~~♬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아까 링고에서 그녀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녀와 상당히 가까워진 느낌이 웬지 뿌듯하다..

* 여보세요~*

* 아 선배님.. 저 준비 다됬는데.. 선배님 다 챙기셨어요? *

* 어.. 지금 막 다 챙겼다 *

실은 2시간전부터 다 챙겨놓고 빈둥빈둥 방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 어디서 뵐까요? *

* 학교 후문서 보자.. 지금 나와 *

 




멀찌감치 그녀가 보인다..

분홍 니트에 귀여운 빵모자를 쓰고 있는 그녀.. 상당히 귀엽다..

"많이 기다렸냐?"

5분 정도 늦는데 익숙해져(?) 이젠 이 멘트가 형식적인 말이 되버렸다.

"네... 제법 많이 기다렸네요.."

엥?

"네? 많이 기다린거야?"

"아뇨.. 농담이에요^^ 빨리 가요.."

살짝 웃는 그녀의 표정..

너무 이뻐서.. 순간 흠칫했다.

"여기서 기다려.. 표 끊어올께.."

역 대합실에서 그녀를 의자에 앉혀놓고.. 표를 끊으러 갔다.

"대전 2장요.."

"몇분 차로 드릴까요.. 바로 오는건 좌석이 2개 붙어 있는게 없네요.."

............

"다음건 2개 붙어 있나요?"

"네..."

"다음거 주세요.."

당연히 같이 앉아서 가야지..

"1시간 후다.."

"5시30분껀 좌석 없데요?"

"어.. 없데.. 입석밖에.."

"아.. 주말이라 그런가?"

"그러게.."

거짓말 하려니.. 제법 떨린다..

그래도.. 뭐..

얘기도 많이 하고 좀 가까워져야겠다는 기대를 안고.. 기차에 올랐다.

"선배님..죄송한데 저 잠깐만.. 눈좀 붙일께요..어제 잠을 좀 설쳤더니 피곤해서요.."

"어~ 그래? 그래 그럼 자~"

자리에 앉자마자 뭐야..

까짓.. 잠깨면 얘기하지뭐..

무슨 얘기하지? 이상형을 물어볼까? 취미? 특기? 아.. 이런건 좀 유치한거고..

흠.. 그녀와의 즐거운 대화를 위해 여러가지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는 시간들이

마냥 행복할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깨지 않았다.

도착하기까지 1시간 30분을 단 한번도.. 움직이지않고.. 잠만 자는 그녀였다.

........................

그래도 내내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자는 그녀...

팔을 빼서.. 그녀를 좀 더 안아주고 싶었지만...

흠.. 아직은 그럴단계가.. 아니기에.. 참았다.

다만... 머지않아.. 그럴 단계가 올것이다..

라는 기분좋은 상상만 하고 있었다.

"야.. 도착했어.. 일어나.."

시간 참 빨리도 간다..

"어.. 벌써요?"

................


어쩜 한번도 안깨고 그렇게 잘수가 있는지.. 이야기 못한게 좀 서운하긴 했지만...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

"어.. 내리자! 짐챙겨라.."

택시를 타고.. 엠티 장소를 향했다.

어깨가 제법 아프다..

그녀는 알까... 한시간 넘게 내 어깨에 기대어 잠자고 있었단 사실을..






"저희 왔습니다~"

8시가 넘어서야 엠티숙소에 도착했다..

"어.. 왔네?"

"안녕하세요"

여기저기 새내기들이 일어나 인사를 하고..

동기들과 형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근데 어떻게 둘이 같이와?"

"..................."

뭐라고 해야하나?

"아니 그게.. 그냥 어찌 만나서.."

"제가 같이 가자고 졸랐어요.. 혼자 잘 못찾을거 같아서요~"

"아.. 그래?"

"근데 둘이 사겨? 수상하네~"

운석이 형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며 묻는다..

"..................."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막상 들으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분도 제법 좋다..

"사귀긴요... 그냥 같이 온거라니까요.."

괜히 뺀다.. 이런거 민감하게 반응하는게 더 웃기긴 한데..

나도모르게 당황해 버렸다.

"근데.. 뭐하고 있었어요? 술마시나?"

"아.. 애들 담력 테스트 한다고 준비중이다.."

"담력 테스트?"

"어.. 그냥 짝지어서.. 산한바퀴 돌고 오게 하려구.. 중간중간 재밌게도 좀 해주고..흐흐"

흠.. 유치하긴..

걍 술이나 마시지..

"그래요? 재밌으려나?"

"아.. 니들도 참여해야지? 윤경이랑 너랑 그냥 한팀 하면 돼겠네. 어짜피 짝은 다 정해놔서.."

잉? 그런거였나?

이럼 재미없고 유치한게 아니네..

오호라... 야심한 숲속을 둘만이 걷는다..

무서움에 떠는 그녀.. 자연러운 팔짱.. 그러다 분위기 타면 다정한 키스(?)... 오..

"다들 하는건데 뭐 저희도 해야죠...."

하기 귀찮다는듯한 표정..

아마도 너무 기쁜 마음을 감추기 위한 나의 자그마한 발버둥이었으리라..

"선배님.. 짐 안푸세요? 아.. 그리고 담력테스트인가 한다고 준비하래요.."

짐을 풀고 나온 그녀가 말한다..

"어.. 그래.. 알았어.."

"저랑 같이간대요..."

"그래?"

몰랐던척.. 그리고 별 관심 없다는척..

"선배님 기분 좋죠?"

"엉?"

"저랑 같이 가잖아요.. 영광이죠?"

.....................

뭐야... 또 자신감이야?

하지만.. 농담을 건네며 귀여운 표정을 짓는 그녀....

이 알수없는 사랑스러움은 뭐야?

이제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여워 보인다..

"자 마당으로 집합하세요.."

이제 시작인건가? 흐흐흐

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하기가 힘들다..

한 몇십 킬로미터 정도 되면 좋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들고..

중간에 길이라도 잃어버려봐? 라는 응큼한 생각도 들고..

암튼 별 잡생각이 다든다..

하나 둘씩 출발을 했고.. 드뎌 우리 차례가 왔다..

"갈까요 선배님~♡"

이렇게.. 그녀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리고 서로에게 결코 잊을수 없던 엠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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